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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사흘째 미국 언론 머릿기사로 보도


미국 내 화제가 되는 주요 현안과 쟁점을 살펴 보는 `미국은 지금' 입니다. 오늘은 윤국한 기자가 함께 합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4일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사흘째 미국 언론들의 머릿기사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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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우선 이번 사태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요.

==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은 5일에 이어 6일에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한 소식을 1면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각종 분석기사와 칼럼을 게재한 것은 물론이고 사설을 통해서도 강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신문 뿐아니라 NBC 등 공중파와 CNN 등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들도 부쉬 행정부와 주변국들의 움직임 등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의 이같은 보도는 그 분량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입니다. 가령 CNN 방송은 미국시간으로 4일 오후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이 처음 알려지자 오후 내내 독립기념일 행사와 디스커버리호 발사 등을 제쳐놓고 줄곧 이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의 북한 관련 보도는 6년 전인 2000년 말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이 백악관으로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북-미 간 관계정상화가 임박한 것으로 여겨졌던 당시에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습니다.

답: 그러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미 언론들의 논조는 어떻습니까.

== 뉴욕타임스는 다른 신문보다 하루 앞서 `북한의 어리석은 행위'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잘못한 것이 북한임은 분명하다면서 `부쉬 행정부는 서둘러 북한과의 협상테이블로 나감으로써 북한의 나쁜 행태에 대해 보상해서는 안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줄곧 부쉬 행정부가 북한 핵을 해결하려면 직접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던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6일자 사설에서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일이 무모하고 불안정한 인물이란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일이라면서,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유일한 뉴스는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에 위협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신문은 반면 이번 일은 북한의 핵 계획을 포기하도록 하는 일에서 주변국들을 새롭게 단결하게 할 것이란 점에서 희망적인 측면을 제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매우 강경한 논조를 펴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의 도발행위'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과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대규모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해왔지만 이제 그런 주장을 내세워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두 나라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중단 문제에 진지하다면 지금은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신문은 특히 한국과 중국이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제기한 북한 미사일 기지 선제공격을 한 가지 선택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선제공격 주장까지 나오는 것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부쉬 행정부의 움직임은 어떤지요.

== 부쉬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군사행동은 선택사항이 아니란 점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의례적으로 예상됐던 강경한 어조의 비난 없이 차분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부쉬 행정부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부쉬 대통령과 콘도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각각 한국과 일본, 중국의 상대방들과 전화통화로 대응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5일 밤 중국과 한국, 일본, 러시아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일본과 보조를 맞춰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나 언론의 보도로 미뤄볼 때 부쉬 행정부의 차분한 접근방식은 다소 의외입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전면에 나설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반감을 사 대북 제재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고 아울러 이번 일을 통해 미국과 직접 협상을 벌이려는 북한의 의도에 부응하는 격이 될 것이란 점 때문입니다.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은 "만일 김정일의 목표가 6자회담을 북-미 간 양자회담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미사일 발사와 함께 날아갔다"고 직접대화 가능성을 부인했습니다.

또다른 이유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아무런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았고 또 북한의 미사일이 위협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를 "캘리포니아의 어린이들이 대피훈련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이밖에 부쉬 행정부는 이번 일로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이면서 회담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에 좀처럼 동조하지 않았던 나라들이 북한의 행태를 규탄하고 나선 것에 고무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이 행태를 바꾸도록 촉구하는 일은 무엇보다 주변국가들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부쉬 행정부가 중국에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을 며칠 간 중단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 미국은 이번 일과 관련해 군사행동은 일찌감치 배제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처로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습니까.

==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는데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결의안보다 한 단계 약한 의장성명을 제안하고 있어서 채택 자체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유엔의 경제제재를 모색하는 길이 있는데 결의안 채택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제재에 대해 공감대를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 1994년 북한과의 제네바 핵 합의 당시 미국측 협상대표였던 조엘 위트씨는 이번 일을 놓고 각국이 북한을 비난하고는 있지만 제재 등 구체적인 방안과 관련해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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