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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 포함한 6개국, 이란 핵 제재 방안 합의


안보리 제재에 반대했던 중국과 러시아 등 여섯 나라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에 대한 보상책과 그렇지 않을 경우의 제재방안에 합의했습니다

미국의 부쉬 행정부가 이틀 전인 31일 이란의 핵 개발 문제와 관련해 이란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서방국들은 지난 2003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사실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해 처음 제기된 이래 줄곧 이를 중단하도록 하기 위한 지리한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이번 발표로 이란 핵 문제는 이제 이란의 호응에 대한 보상이냐, 아니면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냐 하는 문제로 급속히 초점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의 제안에 대해 이란이 어떤 반응은 일단 부정적입니다. 마누셰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은 1일 미국과의 대화는 환영하지만 정당하지 않은 조건이 달린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직접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우라늄 농축 중단과 이에 대한 유엔의 검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타키 외무장관은 '우리는 이란의 기본적인 권리를 놓고 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공정한 틀 안에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대화할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란 관영통신은 미국의 제안은 `선전 책동'이라고 일축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 콘도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제안한 미국과 이란의 직접대화는 성사 가능성은 아직은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전 나온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그동안 이란에 대한 안보리 제재에 반대했던 중국과 러시아 등 여섯 나라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에 대한 보상책과 그렇지 않을 경우의 제재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국들과 이란에 대한 제재에 합의한 것은 이란에 큰 압력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제안을 좀더 시간을 갖고 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모타키 장관의 발언은 일차적 반응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란은 또 그동안 내부에서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정치적으로도 미국의 제안을 간단히 일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란은 최근에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장문의 친서를 부쉬 대통령에게 보내 대화를 제의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이번에 직접대화를 제안한 것은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은데에 대해 부쉬 대통령은 그동안 다양한 외교채널, 그리고 참모들을 통해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직접대화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우방들은 그동안 이란과의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쉬 행정부가 협상에 나서줄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부쉬 행정부로서는 이런 요구를 거부할 경우 미국이 이란 핵 위기 해소를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결국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조를 얻어내는 일도 어려울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은 이란이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란이 국제사회에 맞서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외정책에서는 늘 두 가지 상반된 이론이 있게 마련이지만, 미국 언론에 따르면 대 이란 정책과 관련해서도 부쉬 행정부 내부에는 고립론자들과 대화론자들이 있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으로 대표되는 고립론자들은 대화를 해봐야 시간만 줄 것이라면서 유엔 안보리를 통해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부쉬 행정부가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꼽은 북한과의 협상 경험을 사례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제한적이나마 대화를 했지만 북한의 핵 계획은 오히려 진전됐고, 북한을 제어하기 위해 공조해야 할 당사국들 간에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 않느냐는 주장을 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부쉬 대통령이 직접 라이스 장관에게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게 되고, 미국은 군사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 `제3의 선택'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라이스 장관은 지난 5월 초 이를 구체화하는 방안에 돌입했고, 결국 이번에 직접대화 제안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라이스 장관은 이란이 농축 활동을 전면적이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중단하면 곧바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반대급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그러나 정치적, 경제적 보상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란에 대한 오랜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서며, 심지어 민간용 핵 발전을 위한 경수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그러나 이란이 끝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입니다. 부쉬 대통령은 이란의 반응이 나온 뒤인 1일 `이란이 계속 고집을 피운다면 세계는 일제히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안보리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럽 3개국 및 중국, 러시아 등과 이미 합의를 본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6개국은 이란 문제와 관련한 논의의 초점을 보상과 제재 두 가지로 좁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 간에 실질적인 대화가 시작되려면 이란이 핵과 관련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과, 아무 것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이란의 입장 사이에서 절충점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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