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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의 노정 그린 영화, ‘국경의 남쪽’ 곧 개봉 [탈북자 통신: 김기혁]


북한 국내정경과 탈북자들의 국외탈출, 중국에서의 체류 그리고 한국에 입국하기까지의 과정등 탈북자들이면 거의 누구나가 겪게 되는 각고의 노정을 그린 영화, [국경의 남쪽]이 오는 4일 개봉을 앞두고 벌써부터 탈북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 서울에 있는 [김기혁]탈북자 통신원이 전해드립니다.

5월 4일에 개봉되는 영화 ‘국경의 남쪽’이 탈북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경과 탈북과정, 중국에서의 체류과정에서부터 한국에 입국하기까지 탈북자들이 겪는 현실을 잘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영화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면 평양 만수대예술단 호른 주자 선호와 평양 전승기념관 해설강사 연화는 사랑을 키워가면서 결혼까지 약속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선호의 아버지가 남한에 있는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 받은 일이 발각돼 목숨을 건 탈북을 결행하게 됐고 둘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습니다. 탈북한 선호의 가족은 대사관 진입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고 선호는 평양에서 연화와 헤어지기전 사람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착금을 다 털어 브로커에게 줬지만 사기를 당하고 맙니다. 선호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모으지만 연화의 결혼 소식을 듣고 그즘 따뜻하게 마음을 열어준 남한 여자와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가족들과 식당을 꾸려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던 선호에게 전화가 걸려 옵니다. 연화가 동남아시아를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는 것입니다. 선호를 잊지 못한 연화는 결혼을 앞두고 단신으로 탈북을 결심, 온갖 고생 끝에 한국에 입국한 것입니다. 자신만을 바라보며 목숨을 걸고 한국까지 온 연화를 보며 선호는 죄책감으로 번민하게 되는 데....

개봉에 앞서 미리 시사회에 참가한 김철웅씨는 자신이 지금까지 본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 중에서 가장 북한을 잘 그렸다.”면서 북한 사투리, 김일성 경기장에서의 무도회 장면, 보통강 주변 공원 풍경 등 영화의 무대가 된 평양을 거의 그대로 그려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고향생각이 났다는 김철웅씨.

[김철웅] “너무 많이 났지요. 당연히 그 시절에 저도 여기 김선호 처럼 (가극의 관현악단) 제일 밑에 복수에 들어가서 저도 연주를 했었거든요.”

특히 김철웅 씨 자신이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한 피아니스트로 음악을 했다는 점에서 선호의 모습이 더 와 닿았다고 합니다.

시사회 중간 중간 탈북자들의 웃음이 터져 나오곤 했습니다. 재미있는 장면 때문이기도 했지만 북한 말로 연기하는 배우들 때문에 터지는 웃음이 많았습니다. 이은경 씨(2005년 입국)는 “북한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다루기도 했지만 남한 배우들이 북한말을 신통하게 잘했다”면서 슬픈 내용이지만 약간은 어색한 말투 때문에 많이 웃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은경] “막 그 말투를 너무 재미있게 해가지고 거기에 좀 많이 웃었던 것 같애요. 그 내용을 생각할 때는, 웃으면서 그 내용들이 북한에서 내가 살던 내용들하고 비슷하고 계속 북한에서 살던 때가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는데 울다가도 보면 말투 때문에 막 따라 웃겠되고 그랬던 것 같애요 저는.”

구미선(2002년 입국)씨는 “우리들의 실상인 것 같고 너무나 가슴이 와 닿아서 좋았다”면서 특히 선호 가족이 두만강을 건너는 장면을 보면서 2002년 두만강을 건너던 때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구미선] “그치요. 비슷하지요. 저희 넘어올 때는 어깨에, 가슴을 쳤거든요 물이. 그게 막 생각되고. 너무나도 실감 있었어요.”

탈북자들은 ‘국경의 남쪽’이 탈북자가 처음 한국에 입국 했을 때 가지는 경험과 심리를 비교적 잘 그려냈다는 평도 내렸습니다. 영화에서는 선호의 낯선 말투 때문에 행인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강원도라고 둘러대는 장면이나 정착교육 기관인 하나원을 막 출소한 연화가 낯선 환경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모습 등으로 새로운 사회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심리를 잘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한국에 입국 했을 때 실제 탈북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는지 이수경(2002년 입국)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수경] “대중교통 이용할 때도 그렇고 나와서 그냥 한마디 하면, 어디 식당같은 데 가서 밥 먹으로 갔을 때도 그렇고 좀 주위 시선이 따갑기도 하고 많이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그런 것도 있고..”

이 씨는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 든다는 말로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는 탈북자들의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이수경] “많이 있지요.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느낌. 그리고 어쨌든 너무나 생소한 현실에 겁을 먹기도 하고요. 다 탈북자 어느 누구나 겪는 일이지 않을까 싶은 데요.”

한편 북한의 실정을 깊이 알지 못하면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 남한 청년은 ‘슬픈 사랑이야기로 봤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인터뷰] “탈북 상황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듣지를 못해서 영화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없으니까 획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애요.”

중국에서 6년간 탈북 생활을 했던 신호 씨는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면서도 어려운 시절을 많이 잊고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신호] “많이 잊고 살았구나. 어려운 것을 많이 잊고 살았구나 그런 것을 좀 느꼈어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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