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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미 주요 대도시에 열리는 불법체류자의 신분 합법화 요구 시위


월요일인 오늘 워싱턴과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내 수많은 도시에서 체류신분 합법화를 요구하는 이민자들의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문: 먼저 시위 상황부터 설명해 주십시요.

답: 오늘 시위는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이민자들이 주로 많이 모여 사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미 전역의 1백개 가까운 도시에서 거리행진 형식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위에는 대략 2백여만명이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참가자는 미국 내 가장 많은 이민자 집단인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아시아와 중동계 이민자들도 포함돼 있으며 각종 이민단체와 종교기관, 민권단체 등이 함께 행진을 벌이며 이들의 요구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전국적으로 조직화돼 활동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전국에 산재한 히스패닉계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이 대규모 동원에 큰 역할을 했고, 또 지역별로 소수인종들이 이용하는 언론매체들이 세력결속을 뒷받침했습니다.

문: 시위자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요.

답: 미국 내 대략 1천1백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불법 이민자들이 합법적인 신분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입니다. 상당수가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 티셔츠를 입은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든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가질 기회를 달라'는 등의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은 미국을 사랑하며 합법적으로 미국 내에서 머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성조기를 든 채 질서를 지키며 시위에 나섰습니다.

이민 관련 단체들은 월요일인 오늘을 `이민 정의를 위한 행동의 날'로 정한 데 이어 앞으로도 계속 이민자들의 존엄성을 위한 캠페인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문: 지난달 25일에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50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불법이민자에 대한 배려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현재 관련 입법을 검토하고 있는 의회의 기류는 어떤지요.

답: 미 하원은 지난해 말 불법이민자 뿐 아니라 이들을 돕는 사람들까지 중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올들어 계속되고 있는 이민 관련 시위는 하원의 이같은 조처로 인해 촉발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협력해 하원보다 크게 완화된 법률안을 검토했지만 두 당 지도부가 합의한 이민법 개정안이 예상과는 달리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부결됐습니다. 이에 따라 법 개정 논의는 상원의 휴회기간이 끝나는 2주 뒤에나 재개될 수 있게 됐습니다.

상원의 합의안은 불법 체류자를 세 종류로 나눠 구제하는 내용이었는데 표결에서 찬성 38, 반대 60으로 부결됐습니다. 공화당은 합의안에 불법 체류자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첨부해 처리하려 했지만 민주당이 이에 강력히 반대하자 합의안만을 표결에 부쳤지만 공화당 의원 54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문: 부쉬 대통령은 최근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불법이민자들에게 좀더 관대한 법안 마련을 다짐하지 않았습니까. 백악관의 움직임은 어떤지요.

답: 부쉬 대통령은 미국 내 무시할 수 없는 정치세력인 히스패닉계 유권자를 의식하는 것 외에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그리고 이들을 고용하는 업계 등의 입장을 감안해 완화된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쉬 대통령은 지난 주말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상원이 이민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민주당의 지연전술 때문이라고 비판하면서 해리 리드 민주당 대표에게 `지연전술을 중단하고 이민법 개정안을 처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부쉬 대통령은 또 불법이민 문제에 비판적인 보수층을 의식해 `새 이민법은 국경보호와 불법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아울러 초청노동자 계획은 불법 이민자들을 사면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부쉬 대통령은 이밖에 경제계의 요구도 의식해 새 이민법에 초청노동자 계획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 불법이민자 문제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어떻습니까.

답: 현재 찬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은 멕시코와의 국경을 강화하는 등 정부가 불법이민 단속을 좀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합니다. 반면 민주당은 불법이민자를 포함해 소수계의 목소리에 좀더 우호적이어서, 불법이민자라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영주권과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불법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히스패닉계 사이에도 이견이 존재합니다. 미국 내 히스패닉계는 약 4천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을 상대로 지난해 휴히스패닉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계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태어나 중산층으로 사는 중년층은 불법이민에 비교적 덜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예로 이 여론조사에서 불법이민자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미국경제를 돕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68%에 이른 반면 25%는 불법이민자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임금을 낮춰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미국 태생 히스패닉계 와 이민온 히스패닉계로 구분해 보면 각각33%와 15%로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계가 두 배 이상 불법이민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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