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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불법 이민자 대책으로 들썩이는 미국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 미국이 요즘 불법 이민자 대책으로 온통 시끄럽습니다. 상하원이 불법 이민자를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불법 이민자들과 이들을 옹호하는 민권단체들은 연일 곳곳에서 불법 이민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입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문: 먼저 시위 소식부터 전해주십시요.

답: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디트로이트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 주말 이래 어제까지 불법 체류자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입법을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됐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5일 50만이 넘는 이민자들이 시위에 참가했는데 이는 베트남전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디트로이트와 피닉스 등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예외없이 시위가 벌어졌고, 27일에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약 3만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채 불법 이민자들의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미국 내 불법 이민자는 현재 1천1백만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문: 시위 참가자들의 요구 내용은 무엇입니까.

답: 시위대는 지난해 12월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통과된 이른바 `센센브레너-킹' 법안의 수정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스콘신주 출신 공화당 소속 제임스 센센브레너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불법 체류자에 대해 5년 안에 고국으로 돌아가 임시 근로자 또는 영주 희망자로 재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불법이민자를 범죄자로 간주하고 있으며, 사업주에게는 앞으로 6년 안에 자신이 고용한 모든 종업원의 사회보장번호를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업주는 물론 이들을 돕는 개인이나 단체도 처벌하도록 하는 등 미 역사상 최악의 반이민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상원이 별도의 이민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원과는 달리 불법 이민자들에게 좀더 관대한 내용의 입법을 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문: 어제 상원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의 입장을 크게 감안한 법안이 통과됐다는데요.

답: 상원 법사위에서 찬성 12, 반대 6으로 통과된 새 이민법안은 부쉬 대통령이 제안한 초청 노동자 제도와 공화당 소속 존 맥케인 의원과 민주당 소속 에드워즈 케네디 의원이 상정한 법안, 빌 프리스트 상원 대표의 법안 등을 종합한 내용입니다.

법안은 불법 체류자들이 밀린 세금과 1천달러의 벌금을 내면 3년짜리 취업비자를 발급하고 1회에 한해 이를 연장해주며, 4년 뒤부터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불법 체류자와 이들을 돕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조항은 삭제됐고 아울러 매년 40만명의 초청노동자를 수용하도록 했습니다. 이민자 옹호단체들은 9/11 테러사태 이후 불법 이민자들에게 가장 반가운 일이라며 법안 통과를 반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맥케인-케네디 수정안을 거의 원안대로 받아들인 이 법안에는 다수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상원 전체회의에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다만 부쉬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초청노동자 계획을 수용한 이 법안을 환영하고 있고, 특히 큰 이해관계가 있는 멕시코 정부도 `역사적인 조처'라며 법안 통과를 반기고 있어 상원 전체 논의 과정에서 크게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문: 미국 내 여론은 이번 불법 이민자 관련 법안을 놓고 찬반양론이 뚜렷히 갈려 있다고 하는데요.

답: 미국 50개 주 가운데 불법 이민자 문제가 없는 주는 한 곳도 없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텍사스, 플로리다 등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주는 많게는 2백여만명이 넘는 불법 이민자가 거주하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어느 주보다 예민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 의원들의 이민법안에 대한 입장 역시 철저하게 지역주민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정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민들의 정서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민의 60%는 불법 이민자에게 합법적인 노동 지위를 부여하는 초청노동자 계획에 반대하고 있고, 또 75%는 정부가 국경지역 강화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합법적 이민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73%의 압도적 다수가 불법 이민자들이 값싼 노동력 등으로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68%는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임시 노동허가 계획을 지지했습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부쉬 행정부로서는 올 가을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치적 고려 외에 미국 경제 지탱이라는 현실적 필요 등을 감안해 고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문: 이민 관련 법안에 대한 정치권의 기류는 어떻습니까.

답: 민주당과 공화당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보성향으로 히스패닉 등 소수계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은 주로 히스패닉계인 불법 이민자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어제 상원 법사위에서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전원이 맥케인 의원과 케네디 의원의 완화된 수정안을 지지했습니다.

반면 공화당 주류는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합니다. 이들의 주 지지층은 더이상의 이민자 수용은 미국민들의 일자리 등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백인 중산층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는 히스패닉계 유권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미국 경제를 위해 매년 1백5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들과는 입장이 다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부쉬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일부 의원들 사이에 새 이민법안을 놓고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어쨋든 이 문제는 이미 올 가을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최대 선거쟁점의 하나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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