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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정교 분리의 원칙 논란 재가열


미국내 시사현안이나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들을 알아 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새무엘 얼리토 연방 판사가 연방 대법관에 공식 취임하면서 앞으로 대법원이 판결할 여러 사안들에 대해 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종교와 관련한 여러 사안들을 놓고 기독교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적 세속 단체들간에 치열한 법률 공방이 전개되고 있는가운데 정교 분리의 원칙 논란이 재가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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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우선 정교분리 논란에 관한 미국내 역사부터 살펴보죠. 미국에서 정교 분리 원칙 논란이 실질적으로 가열된 시기는 언제부터 입니까?

답: 미국은 이미 잘 알려진대로 기독교 문화를 배경으로 건국된 나라입니다. 불과 수 십년전까지만 해도 공립 학교에서 기도와 성경공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었고 공공 건물에는 예수의 탄생 사진이나 관련 조형물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947년 이른바 스미스 에버슨 대 뉴저지주 교육청으로 불리는 소송에서 연방 대법원이 정교 분리의 원칙이 미국 헌법에 근거한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 사회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가톨릭계 사립 학교의 교통비를 주교육청이 부담하는 것과 관련해 제기된 소송에서 연방 대법원은 특정 종교의 행정에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던 것입니다.

이 판결은 이후 학교 등 공공 건물과 장소에서 기독교 문화들이 대거 사라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문: 말씀하신 대로 공립 학교에서 특히 정교 분리의 원칙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는데 1947년 이후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잠시 소개해주시죠?

답: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가운데 하나는 1960년대 연방 대법원이 공립학교내 성경 읽기와 기도 시간을 없애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이 판결 이후 미국 학생들의 윤리 의식이 저하돼 청소년 범죄율이 급증해왔다며 지금도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1980년 일부 연방 법원이 공립학교내 십계명 조형물이나 장식물 설치를 금지시켰고, 5년뒤에는 교내 묵상 시간을 금지했습니다.

또 1989년에는 정부 건물안에 예수 탄생과 관련된 그림과 장식물의 설치를 금지했고 1992년에는 고등학교에서 졸업식 등 행사도중에 갖는 기도 시간을 금지하는 등 종교와 관련된 대부분의 소송에서 법원은 정교 분리의 원칙을 매우 철저하게 적용해왔습니다.

문: 최근에도 연방 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죠?

답: 네. 지적 설계론 논쟁이었죠. 쉽게 말씀드리자면 생명체를 지적 존재 이상의 힘 즉 신이 창조했다는 창조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 이론이 생명의 기원 교육에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 보수 기독교인들의 주장이었는데요.

펜실베니아주 연방 법원이 이 지적설계론을 도입한 주내 한 교육구의 결정이 정교 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문: 자신들의 전통을 보존하려고 하는 기독교인들과 정교 분리의 원칙을 사수하려는 세속 단체들간에 벌써 수십년째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데……지금까지는 세속적 단체들의 영향력이 우세한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가톨릭 종교 시민 자유 연맹의 윌리엄 도나휴 회장은 양상이 매우 팽팽하다며 자신들은 현재 문화적 전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나휴 회장은 신앙에 기초해 전통적인 도덕성을 중요시 여기는 다수의 미국인들! 그리고 종교를 자유의 실질적인 적이라고 간주하는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세속적인 소수 엘리트들간에 팽팽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며 자신들은 이 세속 단체들의 자유주의에 맞서 종교의 보호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나휴 회장은 특히 세속적 단체들이 외설적인 셔츠를 입은 학생들의 권리는 옹호하는 반면 신앙 문구가 담긴 셔츠의 학내 도입을 아예 봉쇄하려고 다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표현의 자유와 종교 보호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세속적인 진보주의 단체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이 단체들은 정교 분리가 오히려 개인들에게 더 폭넓은 자유를 제공한다며 보수주의 기독교인들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정교 분리를 위한 미국인 연합’의 로버트 보스턴씨는 과거 기독교의 영향력이 큰 시기에는 무신자들이 제대로 존중을 받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정교 분리의 보호속에 미국은 기독교뿐 아니라 회교와 불교, 힌두교, 무신자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려져 사는 자유로운 사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종교계의 압력을 이겨내고 중립을 지킬 때 더 큰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진보적인 세속주의 단체들의 주장입니다.

문: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얼리토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연방 대법원의 균형추가 아무래도 보수쪽으로 기우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대법원이 곧 정교 분리 논란과 연관된 또 하나의 판결을 내릴 예정이죠?

답: 네, 공립학교내 ‘국기에 대한 맹세’의 위헌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판결을 내릴 에정입니다. 작년에도 잠시 이 논란에 대해 말씀드린바 있는데요. 문제는 ‘하나님 아래 한 국가’ 라는 문구가 정교 분리의 원칙에 위배되는가의 여부입니다.

보수적 기독교 단체들은 이제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배수진을 치고 아예 종교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전문 법률 단체까지 세웠습니다. 이들은 종교적 강요가 아니라 종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은 싸우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달 사이 대법관 2명이 바뀐 연방 대법원이 과연 이 문화의 전쟁 첫 전투에서 어느쪽의 손을 들어 줄지 미국인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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