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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앞두고 어려움에 직면한 최초로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상을 다루는 ‘뮤지컬 요덕스토리 [ 탈북자 통신: 김춘애]


최초로 북한 정치범수용소인 요덕수용소의 실상을 다루는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오는 3월 15일 개막을 앞두고 큰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총연출을 맡고 있는 탈북자 출신 영화감독 정성산(95년 입국, 38세)씨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성산 씨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많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인간의 존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요덕스토리’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 씨가 두 번째로 꼽은 것은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 그리고 사람들의 무관심도 어려운 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인터뷰1] “저는 초기에 시작할 때 이렇게 요덕스토리를 하면은 많은 관심 내지는 같이 어울려서 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줄 알았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없으니까 좀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그렇지 않아도 어렵게 뮤지컬을 제작하고 있는 데 정부 부처의 압력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정 씨에 따르면 정부 부처 관계자가 공연 중에 나오는 북한 노래와 김일성의 초상화를 문제 삼기도 했고, “꼭 수용소 이야기를 해야 되느냐, 공연 내용 중 여러 가지 잔혹한 상황들은 국민들이 자칫 오해할 수 있다”며 시나리오 내용을 완화시켜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정성산 씨는 정부 부처가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현 정권의 대북정책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2] “그 사람들의 과민 반응이 어떻게 보면 현 정권의 정책이나 남북 공존이라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 너무 직접적으로 다가 오니까 제가 무서운 것 보다 화가 나는 거예요 저는.” 정성산 씨가 받았던 외부의 탄압은 이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조선일보에 ‘요덕스토리’ 제작 소식이 알려 지면서부터 각종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정 씨의 휴대전화로 살해 협박 등 수십통의 문자메시지가 날아 왔고 “당신 똑똑히 해라.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당신 같은 사람 잘 못되게 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다.”는 전화가 오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처음 대관이 예정되었던 극장이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에 취소됐고, 투자하기로 했던 투자자가 돌연 투자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정성산 씨가 투자자에게 찾아가 이유를 묻자 “자기네 회원 중에 정부쪽에 있는 사람이 있다고 그러면서 도저히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요덕스토리’가 무엇을 다루고 있기에 정부 부처를 비롯해 각종 압력이 쏟아지고 있는 걸까요. 정성산 씨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 요덕수용소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정 씨의 연출 의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성산 씨는 공연 현장을 방문했던 요덕수용소 출신이자 현재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진 씨가 “가슴이 떨려 못 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뮤지컬의 일부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인터뷰3] “김태진 대표님의 말을 빌리자면 도저히 자기는 가슴이 떨려서 못 보겠다. 제가 될 수 있으면 수용소 잔학한 것을 리얼하게 표현하려고 많이 연출을 했거든요. 예를 들어서 요덕수용소에서 보위원들과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는, 눈이 마주치고 나면은 맞아야 하고 왜 눈을 마주치지 말아야 되는지, 그리고 거기서 왜 풀이 안 돋아나는지. 쉽게 이야기해서 이런 거지요. 대사에도 이런 게 있는 데 왜 요덕관리소에 있는 풀에다가 살충제 이런 것을 뿌리느냐, 너희들에게는 조국의 풀한포기도 아깝다 이거야 이런 대사가 있어요.” 각종 악재 속에서도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성산 씨, 그는 요즘 들어 2002년 회령 정치범수용소에서 공개처형을 당했다는 아버지와 수용소에서 죽어간 영혼들이 함께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정 씨는 공연 연습을 하다보면 배우들이 너무 울어 연습이 중단될 때도 있고 자신 또한 눈물이 난다면서 그럴 때면 정말 “영혼들이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남한 방송을 듣다 발각돼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는 도중 탈출했다는 정성산 씨는 뮤지컬 준비를 하면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게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걸 느낀다며 울먹였습니다.

[인터뷰4] “저도 눈물이 나거든요. 연습을 하다보면 아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셨구나. 아 저 사람들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구나. 그런 것들을 생각해요. 그런 걸 생각하면 내가 살아 있는게 너무너무 감사하다. 아휴 내 심장이라도 팔아야 되겠다 이런 각오가 생기거든요. 아 뭐, 죽기 살기로 하고 있습니다.” 정성산 씨의 바람은 한 가지 입니다.

‘요덕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이 북한의 실상을 깨닫고 북한 동포들을 구원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입니다.

[인터뷰5] “이제는 정말 북한에서 대해서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움직여서 북한의 실상을 느끼고 생각하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고 위로하고 걱정하는 것은 이 시대에 북한을 사랑하는 북한 애족이 저는 아니라고 봐요.

진정한 북한을 사랑하는 북한 애족의 정신은 움직이고 행동하고 그런 거라고 보니까, 저희 뮤직컬을 통해서 북한의 실상, 요덕수용소의 실상을 느껴서 움직이는 북한 사랑의 마음이 표현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요덕스토리’는 3월15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첫 공연이 열릴 예정이지만 외부의 압력과 제작비 부족으로 중대한 고비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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