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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러시아 벌목장을 탈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말하는  러시아 벌목장 [탈북자 통신: 정세진]


북한은 옛 소련 시절 진 빚을 청산하기 위해 수많은 벌목 인부들을 러시아에 파견했습니다. 북한이 부채-노동력 맞교환 정책을 쓴 것은 지난 1960년대부터로 이 정책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 격오지 삼림지역 곳곳에 파견되었습니다.

이렇게 파견된 북한 벌목공은 80년대 2만~3만 명에 이르렀다가 지금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벌목장은 강제노동수용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통제가 심하고 환경이 열악합니다. 90년대 중반 러시아 벌목장을 탈출해 한국에 입국한 장영준(가명, 97년 입국) 이태학(가명, 2004년 입국) 씨를 만나 러시아 벌목장의 작업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벌목 작업은 주로 겨울에 이루어 집니다.

나무 운송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주로 밖에서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 북한 벌목공들은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추위 속에서 맨몸으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벌목된 나무를 자르는 이른바 ‘조제대’에 있었던 이태학 씨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통조림통에 숯을 담아 목에 걸고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이태학] “겨울에는 추워가지고 깡통있잖아요, 통조림통, 거기다가 숯구 단단 말이에요. 불피워서 숯 달아가지고 목에다 걸고 이렇게 일해야지, 이거 안 달면 입김에 의해서 코 언단말이에요. 코 얼고 다 얼어요 이게.” 이태학 씨와 장영준 씨가 증언하는 러시아 벌목장의 작업 환경은 끔찍했습니다. 이태학씨의 증언입니다.

[이태학] “다쳐서 죽은 사람도 많고, 강대가 많거든요. 강대라는 게 죽은 나무 있잖아요. 말하자면 뜨락또르(트랙터)가 가다가 뚝 치면 (나무가) 쓰러져서 머리 맞아 죽는 사람, 다리 맞아 끊어진 사람, 끊어지면 집에 가야 되는 거고 죽으면 거기 묻히고” 벌목장은 보통 나무채벌, 운송, 운송된 나무를 자르는 조제대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이 중에 산지에서 벌목을 하는 작업장이 사고율이 가장 높지만 다른 작업장 또한 설비노후화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사고가 많이 생긴다고 장영준 씨는 말했습니다.

[장영준] “산지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옛날에 칠성판을 등에다가 지고 일한다고 그랬어요 그 사람들은. 항상 죽을 준비를 하고 이제 이 사람들은 일해야 된다고. 너무 환경이 열악해가지고 사고가 나가지고 죽지, 밑에서 일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온통 거기 설비가 너무 노후화 돼 가지고 그래서 거기서 일하다가 죽지..” 장 씨는 낡은 트럭으로 벌목된 나무를 운송하던 중 차가 전복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작업 중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시신은 북한으로 보내집니다. 이태학 씨는 “하지만 시신이 가족들에게 전달되는 기간은 6개월이 될지 1년이 될지 알 수 없다”면서 운송비가 비싸 시신 20구가 찰 때까지 냉동보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태학] “한 사람 죽어서 한 사람 내 보내는 것이 아니고 그 빵통(객차)값이 비싸가지고, 20명 죽을 때까지. 이제 금방 죽어서 20명째 차려지면 행복이고 죽자마자 나가는 것이고 안 차면 계속 냉동고에다 보관했다가 마지막 20명 차야 열차가 나가거든요.

그러니까 1년 되겠는지 6개월 되겠는지 그건 모르지요.” 작업 중 부상당한 사람들은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병원 사정이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장영준 씨는 설비도 열악할 뿐만 아니라 초보적인 약품도 갖춰져 있지 않고, 의사 또한 자격이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말이 의사지 대충 치료를 한다면서 그래서 죽지 않은 사람이 죽어서 많이 나간다”고 병원 환경을 설명했습니다.

작업 중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해도 보상은 없습니다. 북한 벌목공들은 1년에 100달러 남짓한(95년 기준)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것입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참고 견딘 것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겠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장영준] “이유가 가족한테, 너무 조선의 실정이 어렵고 그래가지고 어떻게 한푼이라도 벌어가지고 가족한테 밥이라도 한 끼 어떻게든 남보다 더 먹이려고 그 사람들이, 목숨을 무릅쓰고 일하는 거지요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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