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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무식과 같은북한의 ‘충성의 선서모임’과 ‘신년공동사설학습’ [탈북자 통신: 정세진]


새해 첫 주, 일터로 나선 한국 사람들은 2006년 첫 사업을 시작하며 시무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1월 1일부터 이틀간의 휴식을 갖은 북한 주민들도 직장과 인민반, 학교 등지에서 1월 3일 아침 한국의 시무식과 같은 ‘충성의 선서모임’과 ‘신년공동사설(이하 신년사)’ 학습을 진행합니다.

한해의 목표를 공유하고 새로운 다짐을 세운다는 점에서 남북한이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말 그대로 시작을 알리는 즐거운 행사가 시무식이지만 북한에서는 1년 동안 고통스럽게 치러내야 할 생활전투의 서곡을 알리는 행사입니다. 97년에 한국에 입국한 김민정(가명) 씨는 북한에서의 새해를 떠올리면 “충성의 선서모임과 신년사 학습”이 생각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1.김민정] “충성의 선서모임이 있어요 아침에. 전 공장 종업원이 다 모여가지고 충성의 선서모임을 우선 진행하거든요. 그러고 나서 설날 쉬면서 들은 신년사, 신년사를 가지고 내용을 그 내용을 가지고 학습을 해요. 선서가 끝나고 나서 직장별로 모여가지고 학습을 진행하고요 그 다음에 그 기간에 신년사 통달 정도에 관한 시험도 보게 되지요.” 이영택(2003년 입국. 가명) 씨는 북한에서의 새해를 떠올리면 그래도 행복했던 기억들이 먼저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인터뷰2.이영택] “저희 고향쪽에서는 바닷가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친구들이랑 같이 어울리고 부모님들과 같이 떡을 먹던 생각이 납니다.” 그러나 모든 북한 주민들이 그러했듯 두 사람은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발표되는 신년사 학습에 열을 올려야 했습니다. 학습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비판을 받기 때문입니다. 김민정 씨의 이야깁니다.

[인터뷰3.김] “학습 준비는 신년사는 무조건 통달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통달을 해야 돼요 그것을. 원문 그대로 통달해서 그 다음에 통달한 것에 관해가지고 시험을 치르게 되거든요. 문답식 경연식으로 시험을 보게 되요. 통달 못하면 조직별로 생활총화나 월 총화 연간총화 이 때마다 비판에 오르는 거지요.” 또한 1월 3일은 ‘첫 전투’라고 해서 가두인민반과 직장.기업소에서 동원된 사람들이 퇴비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인민반에 하나씩 있는 공동화장실 인분을 처리하고, 짐승 배설물을 수거하거나, 강바닥 흙을 파내어 퇴비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4.김] “선서 끝나고서는 신년사 학습 검열 끝나고 그 다음에 퇴비 생산하러, 온 직장 종업원들이 다 리어커를 끌고 동원이 됩니다. 특히 12월, 1월, 2월은 북한의 퇴비생산한는 달이에요 겨울철에. 봄에 농사를 짓기 위한 준비과정이거든요 겨울 동안이. 그래서 직장 종업원들한테도 퇴비생산 과제가 있습니다. 몇 톤씩 하게 돼요.

1인당 1.5톤에서 2톤까지 과제가 주어져 있어요 퇴비 생산량이.” 이렇게 퇴비생산에 참여하는 인민들이 많기 때문에 개인이나 세대별로 할당된 퇴비량을 채우기 위해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 때문에 새해 휴식날에도 일부 주민들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공동화장실에서 얼어버린 인분을 곡괭이로 캐서 퇴비를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새해 벽두부터 신년사 학습과 퇴비생산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 이영택 씨는 비판이나 처벌을 받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5.이] “방법이 없지요. 그때는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야되니까. 안하면 또 비판도 받고 처벌도 받고 하니까 방법이 없지요.” 김민정 씨는 한국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고통의 시작”이라고 북한에서의 새해를 떠올렸습니다.

[인터뷰6.김] “그 자체가 힘든 새해의 시작이지요. 여기 같으면 새해가 되면 나는 새해는 어떤 면에서 더 내 발전을 이루어야 되겠다. 이런 마음 가짐 결의들로 아주 들끓잖아요. 근데 북한에는 안 그래요. 새해 벽두부터 아주 고통의 시작이지요.” 김 씨의 말대로 새해는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가지게 하기 보다는 1년간의 고통을 시작하는 날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새해에는 충성심을 더 보여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몇 배의 노력을 의식적으로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리고 농촌지원 전투를 비롯한 생활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전투’들은 1년 동안 북한 주민들을 혹사 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2번째 새해를 맞은 이영택 씨는 일단 한국의 새해는 “자유롭다”면서도 “쓸쓸함도 함께 느낀다”고 토로했습니다. 김민정 씨는 “새해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7.김] “북한에서는 내내 새해 첫 벽두뿐이 아니고 1년 내내가 전투로 이루어지다 보니까 항상 고다픈 나날이었어요. 새해를 세도 특별히 기쁨 마음이 별로 들지 않고 예년보다 쉴 수 있는 며칠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런 생각뿐이지 새해라서 기쁘고 뭐 즐겁고 이런 기분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애요 기억속에.

여기 한국에 오고 나니까 새해가 되면은 그래도 온 가족이 모여서 올해에는 어떤 좋은 일을 꾸려나갈 것인가 또 내가 하는 일에도 얼마나 더 큰 성과를 가져올 것인가 이런 마음 가짐들을 가지게 되잖아요. 그 자체가 기쁘잖아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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