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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기념, 북한을 찾는 관광객들 [탈북자 통신원]


북한이 노동당 창건 60주년 기념으로 8월16일부터 평양에서 벌이고 있는 ‘대집단체조 및 예술공연’아리랑 공연 관람을 위해 평양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반 관광객들 외에도 교사와 공무원까지 아리랑 관람을 위해 평양 방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160명은 7일 1박2일 일정으로 아리랑 공연을 보기 위해 평양으로 출발했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공노)도 전국 지역본부별로 방북신청을 받아 200명의 참관단을 구성해 13일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의 문화유적과 아리랑 공연을 단체로 관람할 계획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탈북자 김민정 씨는 “집단체조가 어떤 것인 줄 알고 가는 것이냐”고 반문합니다. 김씨는 북한의 집단체조는 “체제의 우월성과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위대성을 집대성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없고 수십년간 수령우상화 교육을 받아온 북한 주민들은 이 집단체조를 보고 “우리 체제, 수령이 위대하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합니다.

“북한에 살고 있을 때 외부세상을 모를 때는 아 참, 우리 김일성 김정일 수령이 위대하구나. 그리고 우리만한 세상이 세상밖에는 없구나. 이 세상에는 없구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왜냐면 집단체조는 체제의 우월성과 북한의 김정일 김일성에 대한 위대성 이런 선전을 가장 집대성해서 보여주는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지요.”

한국에서 다른 나라들과 북한을 비교해 볼 수 있게 된 김민정 씨는 ‘집단체조는 북한의 통치자들이 자신들의 체제를 위장하기 위한 선전수단에 불과하고, 어린 학생들을 혹사시키는 잔인한 공연’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위장된 체제를 과시하기 위한 하나의 선전수단이에요 집단체조가. 또 그것을 선전하려고 그 많은 사람들 그 많은 청년학생들 국민들을 혹사하고 있거든요. 집단체제 그 하나 선전을 위해서요. 수많은 사람들이 배고픔과 경제적인 어려움들을 겪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집단체조에 강제로 끌려나가요.”

김민정 씨는 ‘공부에 온 정열을 다 쏟아야 할 시기에 더구나 먹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집단체조에까지 강제로 동원되어 혹사당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공부에 온 정열을 다 쏟아 부어도 모자랄 판에 또 먹을 것 때문에 그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체조에까지 강제로 다니면서 혹사해야 되니까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이지요.”

이런 집단체조를 관람하기 위해 방북까지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김민정 씨는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90년대 후반까지 평양에 거주했던 차정희 씨를 통해 집단체조에 동원된 북한 청소년들의 실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차 씨의 자식들은 90년대 중반 집단체조에 동원되었습니다. 보통 집단체조 훈련은 김일성의 생일(4월15일)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북한의 청소년들은 공부도 하지 못하고 모란봉 경기장에 모여서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아침에 나간 아이들은 빠르면 밤 10시, 늦을 때는 12시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생활이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 공연이 있을 때까지 계속 된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공부 안하고 계속 아침에 9시, 그러니까 학교 가는 것처럼 7시에 출근해가지고는 모란봉 경기장에 모여서 집단체조 훈련을 계속 하거든요 4.15 지나서부터는. 그러니까 학생들은 그때부터 공부를 못해요. 평양시의 고등중학교 학생들은 전체다.”

심지어 평양시 배급이 완전히 끊겼던 96년에도 집단체조 훈련이 있었습니다. 당시 식량을 구하기 힘들었던 차정희 씨는 아이 도시락에 풀(능쟁이-명아주과)을 싸주기도 했습니다. 배급이 나오지 않아도, 먹지 못해도 아이들은 집단체조 훈련에는 나가야 했습니다. 만약 훈련에 나가지 않으면 정치적인 문제로 확대돼 지방으로 추방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급을 안 주지만은 그래도 먹지 못하고라도 나가서 훈련을 해야 돼요. 그래서 저도 96년도에 애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남새(채소)가 없어서 능쟁이(명아주과)라는 풀을 싸주기도 했고... 배급을 안줘도 집단체조만은 기본 해야 되고, 내가 먹지 못해서 집단체조 훈련에 못 참가했다 하게 되면 정치적 문제로 뛰어 가지고 사상투쟁해서 지방으로 추방시킨다던가 그런 것도 있어요.”

차정희 씨는 96년도에 집단체조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한 세대가 추방당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 가정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주리는 통에 아이가 집단체조 훈련에 나가지 못했고 이 때문에 사상투쟁을 받고 지방으로 추방됐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고된 훈련을 받고 돌아온 아이들은 너무 힘들어 울기도 하고 자다가 오줌을 싸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그거 훈련할 때에는 다리가 팅팅 붓지 얼굴이 붓지 막 울며 다녀요. 잠자리에서 오줌을 싸다시피 해요. 너무 힘들어서.”

또한 훈련도 엄격하게 이루어집니다. 차정희 씨는 “군대 규율보다 더 세다”며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 방광염이 걸린 아이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습이라는 것은 군대 규율보다 더 센 것 같애요. 훈련할 때 애들이. 왜 그러냐면 훈련에 일차 들어가게 되면 화장실 가고 싶어도 못가요. 그러니까 애들이 방광염 오는 애들이 있어요. 그렇게 규율이 세 거든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위대성,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수많은 북한 청소년들이 강제동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은 이것을 관광상품으로 내놓고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탈북자들은 ‘아리랑’ 공연에 북한 청소년들의 혹독한 고통이 뿌려져 있음을 기억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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