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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사진 없는 특집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란 월간잡지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미국 지리학회가 발행하는 이 잡지는 지구촌의 대자연과 인간, 동물, 문화,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사실감 넘치는 사진과 함께 재현해 온,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교양지입니다.

올해로 창간 117년째를 맞는 이 잡지가 9월호에서 두 가지 파격적인 편집을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1988년 이후 처음으로 표지에 사진을 게재하지 않은 것과, 잡지 전체를 아프리카란 단일주제로 꾸민 것이 그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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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표지에 사진을 쓰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텐데요.

답: 그렇습니다. 아프리카의 모습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을 골라 보라고 한다면 어떤 사진을 택하시겠습니까. 검은대륙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는 지구의 원시적 상태를 가장 많이 간직한 땅이지만 불행하게도 이 땅의 9억명 거주자들은 지금 가뭄과 굶주림, 에이즈 등 질병, 그리고 내란, 인종 대학살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편집책임자들은 9월호 전체를 이 대륙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특집으로 꾸미기로 결정하면서, 표지사진을 고민한 끝에 `아프리카의 현실을 압축해 보여줄 단 한 장의 사진이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편집자들은 그 대신 표지에 아프리카란 제목을 쓰고는 "그동안 이에 대해 무엇을 생각했든지 간에 다시 생각해 보십시요"란 부제를 달았습니다.

문: 아프리카를 특집으로 꾸민 이번 호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까.

답: 인간이 아프리카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아프리카 야생동물들의 운명, 석유자원이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차드에 어떤 결과를 빚고 있는지, 외부인들의 무분별한 호기심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인종인 피그미족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아프리카인들 스스로가 말하는 에이즈 얘기를 생생히 전하고, 전세계 5천만 독자들에게는 이런 아프리카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 잡지의 크리스 존스 편집장은 "여과되지 않은 아프리카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재생력과 지혜, 잠재력 등에 대한 놀라운 얘기들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면서 "이런 것들은 우리가 접하는 내전, 질병, 빈곤 등과는 또다른 측면이다"고 말했습니다.

문: 굶주림이나 에이즈 등과 관련한 아프리카의 상황은 구체적으로 어떻습니까.

답: 이 잡지 9월호에는 아주 강렬한 느낌을 주는 사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끝도 없이 줄 지어 늘어서서 매장을 기다리는 에이즈 사망자들의 관을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은 에이즈의 심각성을 매우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세계에서 에이즈로 사망하는 사람은 한 해 3백만에 달하는데 이 중 아프리카에서 사망하는 사람이 전체의 80%인 240만입니다.

니제르와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등지의 가뭄과 기근, 이로 인한 주민들의 영양실조도 잘 알려진 일 입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는 지금 3천만명이 당장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에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아프리카 인구 9억 중 3명에 1명꼴로 먹을 것이 없고 또 먹을 물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수단의 다르푸르에서는 인종 간 분쟁으로 지난 2년 간 6백만 주민 가운데 30만 이상이 죽고 2백여만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도 세계의 관심은 극히 제한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문: 아프리카 문제는 지난달 열린 선진 8개국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회담에서 각국 지도자들 간에 어떤 합의가 있었습니까.

답: 선진국들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회담에서 아프리카 최빈국에 대한 부채를 탕감하기로 했습니다. 또 오는 2010년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연간 5백억달러로 지금까지 보다 2배 늘리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회담과 때를 맞춰 7월4일에는 비틀스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와 마돈나 등 유명 연예인들이 세계 주요 도시들에서 동시에 공연을 열어 아프리카의 빈곤퇴치를 위한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개인재단을 설립해 아프리카의 에이즈 환자 치료를 위한 의약품을 지원하고 일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문: 선진국 등의 지원이 아프리카의 어려움을 더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요.

답: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에게는 물론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기 전에는 이런 지원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가령 영국의 `텔레그래프' 신문은 지난 40년 간 서방국가들의 대 아프리카 지원은 4천5백억달러에 달했지만 워낙 부패가 심해 아프리카는 전반적으로 40년 전보다 더 가난해졌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옥스팜 등 구호단체들은 각국의 지원이 생색내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아프리카의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우선 전세계인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구호의 손길을 뻗쳐야 할 지구촌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이번 특집은 우리 모두에게 아프리카의 심각한 참상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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