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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60년, 기대와 우려속 급변하는 남북 관계


한반도가 일제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올해 광복절을 전후해 남북한 간에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화해와 협력 움직임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위기상태를 해소하고 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를 경계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달 말 재개되는 북한 핵 6자회담에서 자신들의 입장에 대한 한국측의 지지를 얻고, 또 한국 내 분열을 노린 북한측의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남북한 움직임과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6자회담 전망 등에 대해 윤국한 기자의 취재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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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 지난 15일, 분단 이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화상으로 상봉한 서울과 평양의 현장은 눈물바다를 이뤘습니다. 비록 차가운 모니터를 통해서이긴 했지만 가족들은 이제는 기억속에 희미해져가는 혈육의 모습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감격에 겨워했습니다.

8.15 해방 60주년을 맞아 남북한 간에는 화상 상봉 말고도 분단 이래 처음이란 수식어가 붙은 행사가 여럿 있었습니다. 민족대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서울 동작동의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는가 하면, 국회를 방문해 여야 의원들과 만났고, 또 청와대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이밖에 남북한이 한 마당에 모여 통일축구를 열었고 북한의 민간선박이 15일부터 제주해협을 통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언론들은 남북한이 분단이후 지금처럼 서로를 가까이 느껴본 적이 없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사이의 이같은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뚜렷하게 양분돼 있습니다. 남북한 관계를 놓고 보수와 진보가 극심한 대치상태를 보이고 있는 한국 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입니다. 보수적인 인사들은 북한이 6.25 전쟁 등 과거의 각종 도발행위에 대해 사과도 없이 현충원을 방문한 것은 한국 내 분열을 노린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한국 명지대 북한학과 이지수 교수의 말입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사과하지 않고 그저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이렇게 지금 내려와서 하는 것들은 의도에 있어서 대단히 불순함을 의심치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은 오히려 북한에서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 사회 내부 여론의 분열이 아닌가 생각하게 합니다."

그밖에 북한의 다른 움직임에 대해서도 한-미 간 균열을 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위기그룹의 한국대표인 피터 벡씨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의 회견에서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틈을 만드는 게 북한의 이익에 부합하며,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에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 소재 대서양위원회에서 한국 문제 전문가로 일하다 지금은 한반도 관련 콘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스티븐 코스텔로씨는 이같은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코스텔로씨는 북한이 한-미 관계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견해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합니다. 코스텔로씨는 한-미 관계를 해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북한이 아니라 한국의 정책 관계자들이라고 말합니다. 코스텔로씨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남북한 관계 전반이나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매우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당국은 이산가족 화상 상봉 상설화 등 최근의 분위기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완상 한국 적십자사 총재는 23~25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6차 적십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임을 밝혔습니다.

한 총재는 또 31일 착공되는 금강산 면회소에 적십자사 직원을 상주시켜 생사확인이나 상봉 대상자를 찾는 등 상봉작업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 개발 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고, 또 세계 최악의 인권 문제에 대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는 데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북한 뿐 아니라 한국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최근의 화해 기류를 남북한 정상회담으로 연결시켜 국내정치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저의가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인권단체 등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문제는 방치하기에는 너무 심각하며,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기독교계와 과거 이 문제에 대체로 무관심했던 한국 내 젊은층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규탄하고 한국 정부가 좀더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 핵 문제를 다루기 위한 6자회담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북한 인권 문제는 인내와 협력증진을 통해서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하바드대 교수로 북한과의 민간교류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제임스 월시씨는 북한 인권 문제는 현실의 문제이며, 결코 소홀히 다뤄서는 안된다면서도 점진적인 접근을 강조합니다.

월시 교수는 북한의 인권 문제는 미국과 북한 간 정치관계가 개선되고 시장 등 다른 여건들이 자리를 잡은 뒤에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월시 교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달성하기 위해 핵 문제나 동북아시아의 안보 문제에서의 진전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합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 평양사무소장으로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유일한 미국인인 리처드 레이건씨는 자신은 수년 간 평양에 주재해 있지만 북한의 인권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레이건씨는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의 변화상을 본으로 삼으면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나름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레이건씨의 주장은 가령 개방, 안보, 경제 문제 등 북한과 논의가 가능한 사안들을 우선적으로 다루고, 이를 통해 북한인들을 외부세계에 노출되도록 해 이들에게 인권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도록 한 뒤 이를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이들은 신뢰하지 못하는 정부와 협상을 할 수는 없다면서, 인권 문제는 북한 정권의 신뢰성을 반영하는 문제인 만큼 6자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논의의 우선순위를 놓고 견해차가 큰 북한 인권 문제는 현재 한국 내에서 보수층과 진보층이 가장 크게 대립하는 사안입니다.

북한의 의도와 동기에 대한 이처럼 엇갈리는 견해는 자연히 3주 간의 휴회 끝에 이달 말 재개될 예정인 제 4차 6자회담의 전망을 놓고도 크게 다른 분석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 하는 문제가 바로 회담의 성패와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스티븐 코스텔로씨는 회담 전망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펴고 있습니다. 코스텔로씨는 현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은 각자의 이해를 둘러싸고 절충해나가면서 합의를 이루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북한 핵으로 인한 위험성을 제거해야 하고, 북한측에게는 체제생존을 위한 타협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쪽은 최대 현안인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에 대해 뭔가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코스텔로씨의 견해입니다.

그러나 북한쪽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교부 부상은 최근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다시 한번 에너지 사용을 위한 핵 이용권을 강조했습니다. 지난번 회담에서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하도록 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이달 말 회담에서도 타협점을 찾기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임을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특히 북한은 핵무기를 협상용이 아닌 체제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이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면서, 회담 결과에 비관적입니다.

미국의 보수적 민간정책 연구기관인 미 기업연구원 (AEI)의 전문가인 니콜라스 에버스타트씨 같은 이는 협상을 통한 북한의 핵 포기는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아예 6자회담 무용론을 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 안보전략 연구소의 홍관희 소장도 같은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무슨 경제적 지원이나 전력이라든가 이런 차원이 아닙니다. 한반도에서 한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해서 대남전략을 실현시키고자 하는데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 북한이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고 요구를 자꾸 새롭게 내놓는 것은 시간을 끌려고 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달 말의 협상에서도 아무런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 부시 행정부 내 온건파들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활발해진 남북한 간의 협력과 화해 분위기가 북한의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북한은 자신들의 핵 계획과 관련해서도 중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 결단은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한 뒤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에 응하고 그 결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그리고 북-미 관계 정상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달 말 열리는 6자회담은 북한이 이 같은 결단과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을 자초하게 될 선택 사이에서 어떤 것을 택할지를 분명히 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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