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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북한 이산가족들, 반세기 만에 화상 상봉


남한과 북한의 이산가족들이 15일 분단 반세기 만에 사상 처음으로 화상을 통해 상봉했습니다.

일제치하에서 나라를 되찾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남한과 북한에서 동시에 이뤄진 이날 화상 상봉에는 남한과 북한 에서 각기 20가족, 총 40가족이 참여했습니다.

광복 60주년을 맞은 15일, 남한측 이산 가족들은 서울에 설치된 11개 화상 상봉장과 다른 6개 도시에 설치된 화상 상봉장으로 , 그리고 북한측 이산가족들은 평양 고려호텔에 마련된 상봉장으로 모였습니다.

이중 올해 94세의 박 예환 할머니는 6.25 전쟁이 가장 치열하던 1951년에 북한을 탈출한 후 처음으로 북에 두고 온 세딸을 볼수 있었습니다.

자신도 벌써 일흔살이 넘은 큰딸 원숙씨는 북한수도, 평양 상봉소에서 울부짖으며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도 박할머니의 시선은 딸들이 있는 화면에서 고정된채 떨어질줄 몰랐습니다.

또 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중인 올해 98세의 김매녀 할머니는 북에 두고온 두딸의 얼굴을 보고도 알아보거나 말을 하지 못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1950년 6.25전쟁 발발후 충청북도에서 의용군으로 징용돼 북한에 살고 있는 안영근 할아버지는 남한에 있는 동생들이 어릴적 자신의 빛바랜 일기장을 보여주자, 해방되던 1945년쯤 한글을 처음 배우고 나서 쓴것이라며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대한 적십자사와 북한 적십자회의 주선으로 이뤄진 감격적인 이날의 남북한 이산 가족 화상 상봉은 지난 6월 17일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측에 제안했고 이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화답함으로써 성사됐습니다.

이후 남북한간에는 양측을 잇는 광케이블이 연결되는 등 기반 시설이 마련됐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비록 이날 이산가족들은 서로 체온을 느끼지 못하는, 차가운 화면을 통해서긴 하지만 부모와 친지등 혈육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많은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화상 상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대한 적십자사의 환완상 총재는 매년 4-5천명의 이산가족 노인들이 고령으로 사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화상 상봉은 인도주의적 행사로 하나의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이달말 착공되는 금강산 이산 가족 면회소가 완공되면 이산가족들에게 보다 정기적인 상봉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이산 가족 9만5천여명에게 서한을 보내, 이산의 아픔을 위로하고 이산 가족 상봉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공개된 서한에서, 이산 가족의 고통은 7천만 전국민의 고통이며 따라서 이산 가족 문제는 1세들이 하나둘씩 사망하고 있는 이시대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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