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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확산 금지조약 검토회의 실패와 그 장래 (영문+오디오, 관련기사 참조)


지난 달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 (NPT) 평가회의는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야심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해 아무런 합일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지난달 뉴욕 평가회의가 왜 실패했는지, 또 핵확산금지조약 자체의 향후 전망은 어떤지를 심층 진단하는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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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확산금지조약은 핵무기의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법적 토대입니다. 이 조약에 따라 비 핵보유국들은 핵무기를 획득하지 못하게 돼 있으며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 등 5개 핵보유국들은 핵 군축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 조약의 180여개 회원국 대표들은 지난달 이 조약을 재점검하기 위해 4주에 걸친 회의를 열었습니다. 5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 평가회의는 앞으로의 핵 관련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조약을 개정하고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의를 끝내면서 의장인 브라질 외교관 세르기오 데 케이로즈 두아르테씨는 결실이나 합의 면에서 거의 아무 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며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과거 평가회의들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바 있고, 또 지난 30년 간 거의 모든 주요 군축협정에 관여했던 토마스 그래험 대사는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보다 솔직한 견해를 밝힙니다.

"두아르테 의장의 표현은 다소 신중하고 절제된 것입니다. 내 생각에 이번 회의는 실패이며, 그 것도 핵확산금지조약 역사상 최악의 실패였습니다. 합의된 것이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아무 것도 없습니다. 대체로 평가회의에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지만 그래도 핵의 평화적인 이용 계획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합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합의도 없었습니다."

분석가들은 이번 회의가 절차적인 문제들에서 난관에 부딪혔다고 말합니다. 대표들은 의제를 합의하는 데만 회의기간 4주 가운데 3주를 소비했습니다. 그 결과 이란의 핵에너지 계획과 북한의 일방적 조약 탈퇴, 그리고 핵보유국들의 군축 공약 등 실질적 문제들을 논의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워싱턴에 소재한 독립적 연구기관인 군축협회의 다릴 킴볼씨는 회원국들 간에 회의 주제, 그리고 핵 군축 공약을 어느 수준까지 재확인해야 할지를 놓고 근본적인 견해차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북한과 이란의 핵 활동과 관련한 조약 위반과 이로 인한 조약의 위기에 회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핵 군축은 쟁점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심지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조약 6조상 군축 이행에 관한 특별한 조처에 대해 1995년과 2000년 회의에서 미국이 공약한 내용은 거론되거나 재확인돼서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립적인 국가들은 미국과 다른 핵보유국들이 핵무기를 크게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킴볼씨는 말합니다. 분석가들은 협상은 오래 끌었지만 결말을 보지 못한 채 양쪽의 적대감만 키웠으며, 이 것이 다른 현안에서도 진전을 보지 못한 주요 이유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핵확산금지조약 체제는 다음 회의가 열리는 2010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캘리포니아 소재 랜드연구소의 비확산 전문가인 그레고리 존스씨의 말입니다.

"회의의 실패는 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어떻게든 변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조약의 틀은 계속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2010년에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이전에 북한과 이란의 핵 계획에 대처하기 위한 모종의 조처가 취해질 것 같다는 점입니다. 이 조처는 유엔 안보리나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해 이뤄지거나, 아니면 이 두 기구 밖에서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험 대사는 핵확산금지조약을 강화하고 다른 핵 문제들에 대처하려면 미국이 앞으로 필요한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또 영향력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은 과거 핵 군축과 비무장 합의를 이뤄내고 이 둘을 종합하는데 있어 진정한 의미에서 항상 주도적 역할을 했던 나라입니다. 미국의 지도력을 대신할 나라는 없습니다."

미국은 이같은 지도력의 한 사례로 모든 핵무기 실험과 그밖의 핵 폭발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CTBT) 을 비준할 것을 그래험 대사는 촉구합니다. 미국은 지난 1996년에 이 조약에 서명했지만 상원은 3년 뒤 이를 비준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 조약의 조항들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상원에 이 조약을 비준하도록 다시 요청하는 일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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