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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유대인 학살 기념관은 정신적 고립감 실감케 설계 - 건축가 피터 아이즌만 <영문 기사첨부>


독일은 수도, 베를린에 아돌프 히틀러가 통치하던 나치 독일에 의해 학살된 6백 만 명의 유대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새로운 기념관을 개관했습니다.

기념관 건립은 독일이 자국의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17년 간 지속되어 왔던 논란의 절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유럽의 유대인 학살 희생자 기념관 (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of Europe) 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이 건축물은 축구 경기장 2개를 합친 것 보다 큰 규모로 건립됐습니다. 기념관은 또한 베를린의 2개 주요 기념물인 브란덴 부르크 개선문과 국회 하원 건물에 인접해 있으며, 제2 차 세계 대전 당시에 히틀러의 지하 은신처가 있었던 장소와도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기념관은 거대한 공동 묘지처럼 보이지만, 경사진 바닥에서 약 5미터 높이까지 솟아 올라 특이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2711개의 콘크리트 기둥들에는 그 누구의 이름도 새겨져 있지 않습니다.

기념관을 설계한 미국인 건축가, 피터 아이즌만씨는 기념관 방문객들이 나치의 집단 수용소에 도착한 유대인들이 느꼈던 것과 같은 정신적인 혼란과 고립감을 느낄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이곳은 밀실 공포증을 유발할 정도로 밀폐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소리도 다르게 들리고 빛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경험은 색다른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은 바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와 같은 공간에서 유대인들이 경험했을 지도 모르는 상실감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시도했던 것입니다.”

아이즌만씨는 방문객들이 회색의 벽으로 둘러싸인 미로를 통과해 걸으면서 불안감과 고독감을 느끼게 되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나치 독일에 희생된 유대인들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사색에 잠기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념관 건립 계획은 지난 1988년에 처음 제안된 이래로 논란에 휩싸여 왔습니다. 반대자들은 기념관의 규모가 너무 방대하며, 인간적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라파엘 셀리그만 작가와 같이 일부 저명한 유대인 지도자들 조차도 기념관이 단지 유대인 뿐만이 아니라 나치 독일에 의해 학살된 희생자 모두를 추모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치 독일에 의해서 희생된 집시나 장애인, 공산주의자들 모두가 아닌 유대인들만을 위한 기념관을 건립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기념관의 명칭을 나치 독일 희생자 모두를 기리는 기념관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지지자들은 이 기념관은 독일이 자국의 과거를 직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분명한 상징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들은 다른 어떤 나라도 자국의 만행에 관한 기념물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독일 국민의 절반은 유대인 집단 학살이 끊임없이 상기되는데 대해서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독일의 울프강 티어제 국회 하원 의장은 개관식에서, 기념관이 지니고 있는 모든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파괴 행위가 유발될 른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건축가, 아이즌만씨는 기념관이 베를린 시민들의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기념관 기둥에 나치를 상징하는 갈고리 달린 십자가 낙서를 했다고 가정할 경우에 그러한 행동이 기념관의 중요성을 손상시키게 될지 여부에 관한 질문에, 아이즌만씨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즈만씨는 그러나 그 같은 파괴 행위가 오히려 기념관의 중요성을 높이게 될지도 모른다고 시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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