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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트럼프에 '평화 중재' 당부...맨체스터 테러 공범 수사


24일 바티칸 교황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세번째) 여사가 프란치스코(오른쪽) 교황과 함께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24일 바티칸 교황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세번째) 여사가 프란치스코(오른쪽) 교황과 함께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벨기에에 도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합니다. 앞서 이탈리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했습니다.자세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 여파가 이어지고 있고요. 이어서, 필리핀 정부가 이슬람 반군 거점인 남부 민다나오 일대에 계엄령을 선포했는데요. 이 소식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진행자) 해외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벨기에를 방문중이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수요일(24일)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2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유럽연합 지도자들과도 만날 예정이고요. 또 필리프 벨기에 국왕 부부와의 면담,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와 양국간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벨기에 방문에 앞서 이탈리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방문을 마치고 화요일 (23일)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는데요. 수요일(24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관련 행정명령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계획, 기후변화 대책 철회 등을 교황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트럼프 대통령 이에 즉각 반박하는 등 그동안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만남에서 어떤 대화를 나눌지 관심이 쏠렸습니다.

진행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들을 어떻게 비판했었죠?

기자) 지난해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불법이민 근절을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약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아니라 장벽을 세울 생각만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할 권리는 없다. 그건 종교 지도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즉시 반박한 뒤 “교황이 국경개방에 따른 위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을 비판했는데요. 미군이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IL 관련 시설에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초강력 폭탄 ‘GBU-43/B’을 전격 투하했을 때도, “어머니는 생명을 주지만, 이 폭탄은 죽음을 준다”고 꼬집었습니다.

진행자)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인데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세계 12억 인구 가톨릭 교회 최고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소박한 행보를 이어가, 신자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신망이 높은데요. 앞서 말씀 드린 사례 말고도, 난민문제와 기후변화 대책 등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국제적인 흐름과 선을 긋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교황이 직·간접적으로 비판해왔습니다.

진행자) 현안에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두 지도자가 이번 만남에 기대감을 보였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교황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직접 만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리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주 중동-유럽 순방길에 오르기 전 “영예로운 교황과 만남에 대해 기대한다”며 “가톨릭 교리가 세상을 정의, 자유, 평화의 길로 인도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지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습니까?

기자) 바티칸 교황 관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담은 약 30분동안 이어졌는데요. 두 사람은 통역만 배석시킨 채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비공개로 대화했습니다. 그래서 대화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회동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와 화해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를 새긴 메달을 건네며 ‘평화를 만드는 사람(peacemaker)’이 될 것을 당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어로 ‘peacemaker’라는 단어가 사용됐는데요. 보통 분쟁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재자’라는 의미로 쓰이고요. 성서에서는 ‘화평케 하는 자’로 사용됩니다.

진행자) 환담 후 교황청이 성명을 냈다고요?

기자) 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명과 종교, 양심의 자유를 위해 함께 헌신하기로 했다”며 “미국의 가톨릭교회와 정부가 보건, 교육, 이민자 지원 문제에서 평화롭게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도 성명에서 두 지도자는 종교계가 시리아나 리비아, ISIL 등 인류의 고통스러운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환담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넷 트위터에 교황과의 만남을 '평생의 영광스러운 만남"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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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영국에 있는 공연장에서 테러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컸는데, 누가 저지른 일인지 밝혀졌나요?

기자) 영국 북서부 도시 맨체스터에 있는 2만1천여명 수용 규모 경기장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지난 월요일(22일) 밤, 유명 미국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 직후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한 22명이 숨지고 60명 이상이 다쳤는데요. 현장에서 사망한 22세 용의자 살만 라만 아베디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공범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이 수요일 (24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사건 직후엔 경찰이 단독 자살폭탄테러로 보인다고 했었는데, 수사가 진척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드 내무장관은 수요일(24일)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용의자 아베디가 그동안 스파이 역할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단독으로 테러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공범에 대한 모든 정보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언 홉킨스 맨체스터 경찰국장도 수요일(24일) 수사 진척 상황을 설명하면서 현재 수사당국은 '테러 조직망'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베디의 아버지와 형제 등 모두 5명이 체포됐습니다.

진행자) 직접 범행을 저질러 많은 사상자를 낸 용의자 아베디는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1994년생으로 만 22세였던 용의자 살만 라만 아베디는 리비아 이민 가정 출신으로, 사건이 벌어진 맨체스터 토박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그 동안 급진적 성향을 보여 영국 정보기관 MI5가이미 주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 정보당국은 아베디와 테러집단인 '알카에다' 사이에 분명한 연계가 있고, 아베디가 외국에서 테러분자로 훈련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NBC방송에 밝혔습니다. 아베디는 또 테러를 저지르기 전 3주동안 리비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종합해보면, 영국 토박이 청년이 알카에다 같은 테러집단과 연계해 일을 저지른 건가요?

기자) 특정 테러집단과 연계 여부는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영국 정부가 확인한 내용은 용의자 살만 라만 아베디에게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뿐입니다. 사건 발생 직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L이 배후를 자처하고 나서기도 했는데요. ISIL이 이번 사건을 조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영국 정부는 테러경보를 상향 조정했다고요?

기자) 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화요일 (23일) 테러경보수위를 ‘심각’ 단계에서 최고등급인 ‘임박’으로 높였습니다. 맨체스터 테러 용의자 아베디의 공범에 대해 당국이 수사중인 가운데, 후속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러드 영국 내무장관은 이번 경보 상향으로 최대 3천800명의 군 병력이 주요 시설 방어에 투입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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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필리핀 일부 지역에 계엄령이 내려졌다고요.

기자) 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화요일(23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일대에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약 2천100만 명이 살고 있는 남부 민다나오 섬 일대는 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아부사야프와' 마우테' 등 크고 작은 무장 반군들이 준동하는 지역인데요.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년여간 무장 반군 세력에 대한 강도 높은 진압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L)를 추종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우테'와 '아부사야프'는 인질 참수와 폭탄 테러 등으로 악명 높은 이슬람 무장 반군 조직입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에 계엄령을 내린 이유는 뭔가요?

기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를 방문 중인데요. 반군단체 마우테가 민다나오섬 마라위 시를 장악했다는 보고를 받자 계엄령을 즉각 발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마우테가 주요 도로를 점령하고 학교, 성당, 교도소 등을 불태웠다고 밝혔는데요. 일부 건물에는 ISIL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검은 깃발이 내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관 1명이 참수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 과정에서 최소한 치안 병력 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습니다. 신자와 성당 종사자 등 10여 명이 현재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마우테는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정부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전에도 필리핀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적은 있습니까?

기자) 네, 197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정부 전복 세력에 대처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필리핀 전역에 처음으로 계엄령을 발동했었고요. 2009년에는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정치 테러로 60명 가까이 숨진 남부 마긴다나오 주에 계엄령을 선포한 바 있습니다. 이번이 세번째인데요.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과 남부 민다나오 섬 이슬람 무장 반군 퇴치 등을 이유로 이미 여러 차례 계엄령 선포를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년 넘게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경험한 필리핀 국민들에게 계엄령 선포는 민감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계엄령은 언제까지 발동됩니까?

기자) 필리핀 헌법에 따르면 계엄령 기한은 60일입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1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필리핀 야권에서는 마라위 시가 반군의 공격을 받았는데 민다나오 섬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계엄령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친 두테르테 진영이 의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계엄령이 철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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