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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재인 정부, 남북합의 이행해야”…한국 “불이행은 북 핵 때문”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남북한 간 역대 합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 하루 만에 한국의 문재인 새 정부에 대해 6·15와 10·4 선언 등 남북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남북 합의 이행을 촉구한 데 대해 합의 이행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기자설명회에서 남북 간에는 239건의 합의문이 있다며, 합의문에는 기본적으로 남북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로 가자는 생각이 깔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합의문 중에는 1991년 남북이 공동으로 발표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포함돼 있고 남북 장관급회담 합의문에도 비핵화가 적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평화와 번영, 통일이라는 남북 간 합의의 큰 틀을 깬 것은 북한의 핵 개발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앞서 지재룡 중국주재 북한대사는 15일 베이징 대사관에서 외신기자들을 불러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남북 합의 이행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지재룡 대사 / 중국주재 북한대사관] “남조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민족의 근본 이익을 중시하고 북-남 합의들을 존중하고 철저히 이행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북한 측이 언급한 남북 간 합의는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전임 정부 시절 이뤄졌던 제1차와 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나왔던 6·15선언과 10·4선언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주재 북한 대사관 측은 반면 자신들의 도발에 대해선 미사일 발사는 수뇌부의 결심에 따라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문제와 같은 안보 문제에서는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하고만 협상을 하겠다는 이른바 ‘통미봉남’ 전술을 쓰고, 경제적으론 남북관계를 통해 국제사회 제재 등 위기를 타개해 나가겠다는 기존의 대외전략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큰 틀에서의 한반도 평화와 관계된 문제, 북한체제의 안전과 관계된 문제는 미국과 협력을 할 것이고 다만 한국과는 실리추구적인 남북관계 형성을 하겠다는 거죠. 그러니까 한국에겐 기존 합의 적어도 남북관계의 가장 정점이었던 노무현 시기로 돌아가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러나 핵 문제를 포함한 큰 틀의 합의는 미국과 하겠다는 메시지를 한국의 신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5일 정세해설에서 한국 정부를 미국의 식민지 하수인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하하면서 미국과의 문제에 참견하려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처럼 ‘통미봉남’ 전술을 노골화하는 데 대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10·4 정상선언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북한의 남북 합의 이행 요구를 대화 신호로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노동신문'의 내용은 북한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며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한국 정부도 보다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반도 주변에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관계를 감안할 때 북 핵 문제는 남북관계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새 정부는 이런 점을 북한에 설득해야 할 과제가 있음을 출범 초기부터 경험하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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