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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미국-중국, 6자회담 재개 갈등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양자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양자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새로운 대북 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북 핵 6자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주목됩니다. 반면 중국은 핵 문제를 풀려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다자간 협상 틀로 여겨졌던 6자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16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으로 돌아갈 용의가 없다”며 그런 협상은 이미 다해봤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섰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도쿄에서 지난 20년 간 지원과 외교 위주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17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틸러슨 장관] “That pathway can only be achieved by denuclearizing, giving up their weapons of mass destruction…”

협상은 북한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고 비핵화할 때만이 성취될 수 있고, 그런 뒤에야 북한과 대화에 관여할 준비를 할 것이라는 겁니다.

틸러슨 장관의 이런 발언이 전해지자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6자회담 재개’를 주장했습니다. 화춘잉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 6자회담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인 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견해차는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외무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한반도의 긴장 정도가 현재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데 (양측이) 공감했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틸러슨 장관] "We renewed our determination to work together.."

반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면서 동시에 대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왕이(중국어)] 틸러슨 장관의 아시아 순방에 이어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베이징을 방문했습니다.

조셉 윤 대표는 20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만나 한반도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셉 윤 대표는 이어 22일 서울을 방문해 한국의 김홍균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만나 틸러슨 장관의 방중 결과를 설명하고 중국과의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조셉 윤 대표는 6자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 지금은 동맹국, 그리고 중국과 함께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멈추도록 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비핵화와 한반도 정전협정의 전환 문제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닙니다.

중국은 지난해 1월과 9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자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위한 제재는 안된다’며 병행 추진을 주장했습니다.

또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해 2월 워싱턴을 방문해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도 병행 추진을 주장했습니다. 통역을 통한 왕이 부장의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왕이 부장(통역)] “We want pursuing parallel tracks denuclearization and peace agreement…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런 주장을 펴는 배경을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미-북 대화와 평화협정을 통해 북한의 오래된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한국의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신상진]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려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위협하지 말라는 것이고 이를 위해 북한과 미국이 마주 앉아서 비핵화와 함께 군사적 위협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죠.”

동시에 북한이 주장하는 ‘선 평화협정’과 미국이 주장하는 ‘선 비핵화’ 입장을 ‘병행 추진’으로 절충, 포장해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살리고 향후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습니다.

현재 워싱턴에서는 북한과의 대화 보다는 대북 압박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더 많은 상황입니다. 지난 21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금은 협상보다는 대북 제재를 강화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년 8월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2005년 9월에 열린 4차 6자회담을 통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습니다.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약속했고, 미국은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와 경제 지원을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실시한데 이어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세 차례나 더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6자회담은 지난 2008년 12월 열린 수석대표 회의를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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