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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오바마가 트럼프 도청' 증거 요구...FBI, 위키리크스 폭로 수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 러시아 대사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존 헌츠먼(왼쪽) 전 주 중국 대사. 오른쪽은 부인 메리 여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 러시아 대사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존 헌츠먼(왼쪽) 전 주 중국 대사. 오른쪽은 부인 메리 여사.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연방 상원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도청 의혹과 관련해 증거를 제공하라고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요청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위키리크스가 미 중앙정보국(CIA) 사이버 공격 관련 문건이라며 문서 수천 건을 공개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연방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 또 지난달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수가 크게 줄었다는 미 정부 당국의 발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도청 의혹과 관련해 연방 의원들이 나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인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데이나 벤테이 법무부 부장관 대행에게 편지를 보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과 선거운동본부가 있었던 트럼프 타워 건물을 도청했거나 도청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면 증거를 제공하라고 요청한 겁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린지 그레이엄 의원(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린지 그레이엄 의원(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증거를 요구하는 건가요?

기자) 미국에서는 대통령이라도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도청하거나 감청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법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이를 승인하는 영장이나 이런 영장을 요청한 기록이 있으면 제출하라는 겁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법무부가 사실을 확실히 밝히길 바란다면서, 만약 협조를 거부한다면, 코미 국장 등을 소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코미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혀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코미 국장은 지난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를 조사하면서 공개 발언을 한 일로 비판을 받았는데요. 이 때문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길 꺼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만약 오바마 행정부가 도청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었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어제(8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를 부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앞서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었는지 알아낼 필요가 있다면서 정확한 답변을 피해왔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건을 되돌아보면, 지난 주말에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을 도청했다는 주장을 올렸는데요.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직전에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트럼프 선거 관계자들과 러시아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서 자신에 대한 도청을 지시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아주 나쁜 사람”이라며 비판했는데요. 하지만 거듭되는 요구에도 이런 도청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여러 의원이 도청 의혹을 일축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CNN 방송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도청을 지시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조차 충격적인 일이라며 비판했는데요.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변인 역시,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관심을 돌리기 위한 술책이란 비판도 있던데요.

기자) 네, 최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러시아 관계에 대한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대사와 제재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감춘 일로 결국, 사퇴했고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대선 기간에 러시아 대사와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퇴 압력을 받았는데요. 이런 러시아 문제에 대한 초점을 흩트리려는 노력이란 겁니다. 현재 미국 법무부와 연방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 관계를 조사 중인데요. 하원 관련 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도청 의혹을 러시아 조사의 일부로 다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난 몇 년 동안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많이 안 좋은데요.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가 정해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를 새 러시아 대사로 낙점했다고 여러 언론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초에 헌츠먼 전 주지사에게 대사 직을 제안했고, 헌츠먼 전 주지사가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는 겁니다.

진행자) 헌츠먼 전 주지사는 이미 대사를 지낸 경력이 있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조지 H. W. 부시 행정부 당시 싱가포르 주재 대사를 지냈고요. 이전 오바마 행정부 때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 주재 미국 대사로 일했습니다. 헌츠먼 전 주지사는 유타 주 출신으로 모르몬교도이고요. 지난 2012년에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사퇴한 일도 있습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 때는 트럼프 당시 후보의 성추행 논란이 번지자,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밀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런 전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 물망에 올랐고요. 이번에 러시아 대사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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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문건이라며 수천 건을 공개했는데요. 연방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군요.

기자) 네, 미 연방수사국(FBI)이 CIA와 협조해서 수사 중이라고 하는데요. 위키리크스가 폭로 문건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경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CIA는 또 위키리크스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추가 문건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CIA는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위키리크스의 행동을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논란이 되고 있는 위키리크스의 CIA 문건 공개 사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네, 지난 화요일(7일) 위키리크스가 CIA 사이버 정보센터에서 유출된 것이라며, 문서 8천700여 건을 웹사이트에 공개했습니다. 이들 문서가 진짜인지 위조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CIA는 성명에서 이들 문서의 진위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하지만 사이버 안보 전문가들과 전직 CIA 요원들은 대부분 문서가 진짜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위키리크스가 CIA에서 나왔다며 폭로한 문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CIA의 사이버 첩보 활동과 관련해 규모와 범위 등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폭로하고 있는데요. 한 예로 CIA가 대표적인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 운영체계, 삼성의 스마트 TV 등의 보안 허점을 이용해 도청이나 감청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실제로 해킹 당한 사람도 있는 건가요?

기자) 그건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사실 미국 내에서 CIA가 법원의 허가 없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해킹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미국 국내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사이버 첩보 활동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한데요. 사이버 전문가들은 해킹에 사용되는 사이버 무기가 매우 비싸고 또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CIA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사이버 첩보 활동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창설자 줄리언 어산지가 지난해 2월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발코니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창설자 줄리언 어산지가 지난해 2월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발코니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진행자) 위키리크스, 어느 순간부터 미국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요. 어떤 단체입니까?

기자) 위키리크스는 2006년 줄리언 어산지가 설립한 폭로전문 사이트입니다. 누구나 내용을 입력하고 편집할 수 있다는 의미의 ‘위키(wiki-)’와 비밀 등을 누설한다는 뜻의 ‘리크스(leaks)’를 합친 ‘위키리크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익명의 정보원이나 자체적으로 알아낸 정부나 기업의 정보 또 기밀 자료 등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사이트입니다.

진행자) 앞서 전해드렸습니다만,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한 내용도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됐고요. 이 외에도 여러 건의 비밀 정보를 폭로한 바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설립자 어산지는 지난 2010년 4월, 미 공군과 관련한 비디오 파일을 공개한 이후 미국의 외교문건 등을 폭로해서 파문을 일으켰는데요.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2012년부터 런던에 있는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요. 기밀유출혐의로 미국 법정에 설 것을 우려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위키리크스의 이번 문서 유출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위키리크스는 문서를 공개하면서 CIA의 전반적인 해킹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CIA는 사이버 무기를 통제하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사실 이번 폭로가 CIA의 사이버 역량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직 CIA 요원들의 평가입니다. 사이버 안보 업체 대표인 알렉스 맥조지 씨는 문서의 일관성을 볼 때 조작된 문서로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하면서도 CIA의 고급 사이버 역량의 전반을 보여주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CIA 내부 인사가 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내부적으로 보안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치권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민주당 소속인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즉각 의회 차원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위키리크스의 주장대로 CIA가 해킹 무기를 통제하는 데 실패했는지,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또 국민의 사생활 침해 여부는 없는지 등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도 아주 심각한 문제라면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고요. 정보위원회에서 조사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문건을 유출한 사람을 찾아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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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 문제를 매우 강경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수가 크게 줄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온 불법 이민자 수는 약 1만9천 명이었습니다. 지난 1월에는 3만1천 명이 넘었는데, 전달보다 40%가 줄어든 건데요. 이 같은 수치는 불법이민 단속과 저지가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이 성명에서 밝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뒤에 추세가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켈리 장관은 행정부 조처 덕분이라고 말했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어떤지요?

기자) 실제로 그런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하는데요. 대체로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은 겨울철에 줄어들었다가, 날이 따뜻해지면 늘어난다고 합니다. 켈리 장관은 추세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로 불법 이민자들의 밀입국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최근 수수료를 크게 올렸다고 말했는데요. 최소 3천500 달러가 넘고, 산악 지대를 통과해야 하는 경우에는 8천 달러까지 요구하는 등 수수료가 두 배가 넘게 올랐다는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를 통해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었는데요. 실제로 계획을 추진 중이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은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멕시코가 건설비용을 내게 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습니다. 일단은 미국이 부담한 뒤에 나중에 멕시코로부터 돌려받겠다고 말했는데요. 비용 마련을 위해서 다른 부서의 예산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다른 부서 예산을 돌려서 장벽 건설에 쓰겠다는 건데, 구체적으로 어느 부서가 대상이 되고 있습니까?

기자) 해안경비대 예산 14%, 교통안전청과 재난관리청 예산 각각 11%를 삭감하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3천200km 길이의 장벽을 건설하는 데 약 12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했지만, 국토안보부는 21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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