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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북한 리정철 추방...고려항공 직원엔 체포영장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체포됐던 리정철(가운데)이 3일 쿠알라룸푸르 세팡 경찰서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고 있다. 리정철은 이 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했던 북한 국적자 리정철을 석방했습니다.

리정철은 현지 시간으로 오늘 (3일) 오전 8시50분쯤 세팡경찰서에서 석방된 뒤 곧바로 이민국으로 향했습니다. 리정철은 추방 절차를 거친 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중국행 항공편을 통해 평양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오늘 성명을 내고, “지난달 13일 북한 국적자가 사망한 사건에 (유엔) 화학무기금지 협약에 따라 개발과 생산, 비축이 금지된 독성 화학물질 VX가 쓰인 데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어떤 장소나 상황에서든 이 같은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공공장소에서의 해당 화학무기 사용은 일반 대중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법의학실 앞에서 경찰관이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시신에서 독성화학물질 'VX'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법의학실 앞에서 경찰관이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시신에서 독성화학물질 'VX'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김정남 씨가 피살된 지 오늘로 18일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무엇이고, 또 수사 진행 상황은 어떤지, 함지하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오늘 석방된 리정철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3명 가운데 유일한 북한 국적자 아닙니까? 말레이시아 당국이 리정철을 석방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리정철은 이번 사건의 북한 국적 용의자 8명 가운데 유일하게 사건 발생 나흘만에 체포돼 조사를 받아왔는데요. 말레이시아 검찰은 리정철의 혐의가 기소를 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리정철이 북한으로 추방된 이유는 불법 취업으로 이민 관련 법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다른 북한인 용의자 7명에 대한 추적은 진전이 있나요?

기자) 우선 말레이시아 경찰은 남성 용의자 4명이 인도네시아와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등을 거쳐 평양으로 되돌아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이들에 대한 수배를 내렸습니다. 다만 북한이 인터폴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되고요.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인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인 김욱일은 현지 북한대사관에 머물고 있는데요, 이 중 외교관 면책특권이 없는 김욱일에 대해선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그밖에 또다른 북한 국적자인 리지우의 행방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의 수사 성과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 볼까요?

기자) 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북한 국적자들이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가고, 추가 용의자 체포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심증은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독극물 공격으로 살인이 이뤄졌다는 사실과, 살해에 이용된 독극물의 종류가 VX라는 점을 밝혀낸 점 등을 현재까지의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사실 피살 소식 초기만 해도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건 추정에 불과했었는데, 어떻게 김 씨의 죽음이 북한과 연계될 수 있었습니까?

기자)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건이 일어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하면서부터입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지난달 13일 오전 9시쯤 김정남 씨에게 직접 독극물을 바른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를 체포했습니다. 동시에 당시 공항에 있던 북한 국적 남성 용의자 4명을 지목했고, 이틀 뒤엔 오늘 풀려나 추방된 리정철을 체포했습니다. 또 추가 수사를 통해 말레이시아주재 북한 외교관인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그리고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리지우 등 3명이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북한과의 연계성은 점점 짙어져 왔습니다.

진행자) 김정남 씨 시신에서 검출된 ‘VX’도 큰 관심을 모았지요?

기자) 네. 김정남 씨는 공격을 받은 직후까지만 해도 공항 관계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후 의무실에 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습니다. 이 때문에 범인들이 사용한 독극물의 종류에 관심이 많이 쏠렸는데, 말레이시아 화학국이 분석을 통해 ‘VX’를 확인했습니다. ‘VX’는 국제적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이 어떻게 이를 말레이시아로 들여왔는지, 입수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건을 통해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의 외교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지난 40여 년 간 외교관계를 맺어왔습니다. 두 나라에는 대사관이 각각 개설된 상태구요. 또 양국 간에는 상호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말레이시아 경찰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내각에 양국관계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고, 우선적으로 지난 1일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사태 진전에 따라서는 앞으로 북한과의 국교 단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북한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기본적으로 이번에 사망한 남성이 김정남 씨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 씨가 사망 당시 김철이란 이름의 여권을 소지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북한은 이 남성의 사인이 독극물이 아닌 심장마비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리동일 전 유엔주재 차석대사를 말레이시아로 파견해, 김정남 씨 시신 인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우선 김정남 씨 시신이 어디로 가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바람과 달리,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씨 가족에게 우선적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가족이나 친족의 DNA를 김정남 씨와 대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김정남 씨의 가족으로는 마카오에 거주하고 있는 김한솔, 김솔희 남매가 있는데, 이들이 DNA 확인을 위해 직접 말레이시아로 향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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