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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북한 비자면제협정 파기...용의자 리정철 추방

  • 윤국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병원의 법의학실에서 2일 기관총을 찬 경찰이 걸어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했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유일한 북한인은 석방 뒤 추방될 예정입니다. 윤국한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오는 6일부터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한다고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 언론들에 따르면 하미디 부총리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 당국이 말레이시아의 국가안보를 위해 이번 결정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미디 부총리는 이번 결정이 내무장관을 겸하고 있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09년 체결된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비자면제협정이 폐기됨에 따라 두 나라 국민들은 앞으로 상대국을 여행할 때 별도로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합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들이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전세계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북한 측이 김정남 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미디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을 말레이시아 정부와 다른 나라가 조작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말레이시아와 북한 관계를 위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외교관들은 자신들이 다른 나라들에 대해 하는 위협에 말레이시아가 굴복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하미디 부총리는 또 쿠알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북한 정부 당국자들이 말레이시아 경찰을 면담할 이유가 없다며, 면담을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앞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 이후 북한과의 외교관계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 바 있으며,비자면제협정에 이어 추가 조치가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취재 기자들이 김정남 암살 용의자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취재 기자들이 김정남 암살 용의자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씨 암살 사건과 관련해 유일하게 체포된 북한 국적의 용의자 리정철에 대한 기소를 포기하고 추방키로 했습니다.

모하메드 아판디 알리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은 2일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에서 리정철의 역할을 확인할 충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유효한 여행서류를 갖고 있지 않은 그를 석방한 뒤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정철은 3일로 구속기간이 끝나며, 이에 따라 당일 추방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언론들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체포한 유일한 북한 국적자인 리정철을 석방하기로 함에 따라,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리정철을 포함한 총 8명의 북한 국적자를 용의자로 발표했었습니다.

하지만 4명은 사건 당일 이미 평양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쿠알라룸푸르에 머물고 있는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리지우 등은 신병 확보를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VOA 뉴스 윤국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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