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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경찰 “북한인 4명, 인터폴 수배 요청”...당국자들 북한 강력 비난


말레이시아 경찰이 23일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대사관 앞을 지키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 암살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말레이시아 수사국이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23일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대사관 앞을 지키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 암살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말레이시아 수사국이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국적 용의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김정남 씨 살해 사건 용의자들에 대한 수배령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23일 기자들에게 북한 국적자 4명의 행방을 쫓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폴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190여 개 나라가 가입한 국제기구로,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 수배와 체포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 정보를 공유합니다. 다만 북한은 인터폴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한 북한 국적자는 리지현과 홍송학, 오종길, 리재남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김정남 씨가 피살된 지난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을 경유해 1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평양 행 항공편으로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CCTV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칼리드 청장은 또 용의자로 추가한 말레이시아주재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에 대한 수사 계획도 밝혔습니다.

현광성에 대해선 그가 외교관으로 면책특권 대상인 만큼 체포영장을 발부할 뜻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외교부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현광성을 직접 겨냥한 듯, “숨길 게 없다면 두려울 필요가 없는 만큼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습니다.

외교관 신분이 아닌 김욱일의 경우, “경찰이 면담을 위해 체포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서 현재 경찰이 그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칼리드 청장은 김정남 씨 유족의 DNA 채취를 위해 말레이시아 경찰을 마카오로 파견했다는 일부 언론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칼리드 청장은 “어떤 DNA 샘플도 외부로 보내지 않았고, 특정인의 DNA 샘플을 받지도 않았다”면서 앞으로 경찰을 해외로 보낼 계획도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부청장은 이날 김정남 씨의 유족이 조만간 말레이시아에 입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김정남 씨 유족에게 2주의 시간을 줬다며, 자녀나 친척이 이틀 안에 말레이시아에 입국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툭 세리 S.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은 이날 현지 언론에, “(김정남 씨의) 사망 원인이 다음주까지는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정남 씨의 신원 확인을 위해선 “DNA 혹은 과거 개인 (의료) 기록 등 추가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 여당 관계자가 23일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입구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 관련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여당 관계자가 23일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입구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 관련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한편 칼리드 청장은 최근 북한대사관이 말레이시아의 수사 결과를 비판한 데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칼리드 청장은 “이번 일은 북한인이 개입된 형사 사건”이라면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형사 사건에 맞춰 수사를 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은 어떤 개인이나 나라에도 발생할 수 있고, 우리는 그 때도 같은 절차를 적용할 것”이라며 수사 상황을 비난하는 북한을 겨냥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다른 고위 정부 당국자들도 북한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현지에서 발행되는 ‘더 스타’ 신문에 따르면 세리 나스리 아지즈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장관은 “여기는 북한이 아닌 말레이시아이고, 우리는 우리만의 법이 있다”면서 최근 말레이시아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북한 당국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아지즈 장관은 특히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칭하면서, “말레이시아인들이 북한으로 여행 가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거기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다툭 세리 히사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도 “어떤 범죄 사건이든 간에 발생한 국가의 법에 따라 수사돼야 한다"며, "그런 점을 볼 때 북한대사가, 대사의 의무에서 탈선해 도를 넘었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후세인 장관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을 잘 처리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태도는 “외교적 반칙이며, 북한대사의 발언은 무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에 대한 비판에 나서면서 두 나라의 외교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강철 말레이시아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남 씨 살해 사건이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결탁해 정치화한 사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강 대사는 22일에도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가 북한을 존중해야 한다”며 말레이시아 당국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북한 측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외교적으로 무례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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