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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터뷰: 올브라이트 ISIS 소장] “북한, 2016년에도 핵 물자 수입…수소탄 개발 계속할 것”


지난 1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을 축하하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렸다.
지난 1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을 축하하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렸다.

북한은 2016년에도 중국을 통해 핵 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수입했다고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이 밝혔습니다. 중국 업자가 합법적으로 들여온 부품 등을 북한 대리인에게 넘기는 관행이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를 이미 완성했다며, 앞으로 핵 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수소탄 실험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VOA’가 준비한 인터뷰 시리즈,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올브라이트 소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2017년까지 핵 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는 고위 탈북 인사의 발언이 소개됐습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핵 역량을 어느 정도로 판단하십니까?

올브라이트)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이용한 핵분열 무기 제조 기술은 완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수소폭탄 역량은 2017년에도 갖추지 못할 겁니다. 소량의 핵융합 물질을 사용한 일종의 증폭형 핵분열 폭탄을 만들었을 수 있지만 2단계 수소탄 생산 능력엔 도달하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북한은 현재 10kt 정도인 핵 위력을 50~100kt까지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역시 2017년까진 어렵지만 그런 종류의 수소탄 실험은 계속할 겁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기자) 2017년은 너무 이르다면, 다른 나라의 전례를 볼 때 북한이 언제쯤 수소탄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올브라이트) 가령 중국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는데, 북한은 대부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다 많은 부품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릴 겁니다. 고위 탈북자가 최근 언급한 ‘2017년 핵 개발 완성’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지만, 현재 갖춘 핵 위력을 훨씬 더 키우는 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낮은 미사일 정확도를 상쇄하는 방법이 핵 위력 강화입니다. 10kt 수준의 핵탄두가 모하비 사막에 떨어질 경우 주변 도시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자살 행위가 되겠지만, 100kt 위력이라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까지 파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현재 북한이 대략 몇 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걸로 보십니까?

올브라이트) 관련 수치를 새로 산출하려고 하는데, 현재로선 12~20개 정도로 잡습니다. 북한이 예상보다 더 많은 무기급 우라늄을 비축하고 있다면 핵 보유량은 더 늘어나고요. 여기에 매년 2~5개 핵무기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플루토늄 생산량은 매우 적기 때문에 무기급 우라늄 생산량에 달렸습니다. 5~10년 뒤에는 인도의 핵 보유 수준에 도달할 걸로 예상합니다.

기자) 북한이 2020년까지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분석하신 적이 있는데요.

올브라이트)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건데, 지금은 그런 분석을 다소 수정해서 최대 70~80개로 낮췄고, 무기급 우라늄 의존도가 높을 걸로 예상합니다. 최대 100개를 만들려면 1년에 6~7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해야 하는데, 영변 경수로에서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00개 생산 시기도 2020년에서 2년쯤 더 걸릴 것으로 예상 시기를 좀 늦췄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많은 관련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기술적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쉽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여전히 핵 관련 부품을 외부에서 들여오고 있나요?

올브라이트) 확실히 그렇습니다. 2012년, 2014년, 2016년에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북한은 2016년 초 중국에서 가스 원심분리기 부품을 수입했는데, 중국 업체가 수입해 북한에 넘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행위가 과거보다 줄고 중국 당국이 단속하길 바라지만 구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정부로부터 이런 정보를 얻어 확인 과정을 거쳤죠. 고성능 장비의 경우 유럽산일 가능성이 크고, 이를 적법하게 수입한 중국 업자가 북한 대리인에게 팔아 북한에 밀반입시키는 식입니다. 이런 관행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지만 얼마나 효과적인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대북 제재가 대폭 강화된 이후에도 마찬가집니까?

올브라이트) 중국 정부가 공모하고 있는 건 아니고, 때로는 단속을 하지만 못 본 체하는 사례가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최근에도 핵 프로그램에 필요한 예비부품을 중국에서 사들였습니다.

기자) 당초 미국과 한국 정부의 발표와 달리 진작부터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성공 가능성을 제기하셨죠?

올브라이트) 저는 이미 2012년 정보 당국 관계자로부터 북한이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분석적 측면에서 미국과 한국 지도부 사이에선 이에 대해 견해차가 별로 없었던 걸로 압니다. 동아시아의 정치적 측면을 배제하고 기술만을 고려할 때 북한이 잇단 핵실험에도 소형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간주하는 건 점점 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다섯 차례나 핵실험을 했는데도 소형화에 성공 못했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핵 프로그램인 거죠. 다만 미국, 한국, 일본 모두 정치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가 갖는 의미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겁니다.

기자) 2007년과 2011년 북한을 방문해 현지 핵 기술자들을 만나셨는데요. 이후 북한 핵 프로그램이 당시 그들이 암시했던 방향으로 흘러왔나요?

올브라이트) 북한 핵 기술자들은 뭔가 숨길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성취한 것과 어려움을 겪는 부문을 언급하는 데 매우 직설적이었습니다. 과장할 때도 있지만 완전히 꾸며대진 않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을 일축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이 진전을 이뤘다고 하면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얘긴데, 신빙성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1년 방북 때 만난 북한 핵기술자들은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캐스케이드’ 안에 P-2 원심분리기가 몇 개 들어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대답할 만큼 구체적이었습니다.

기자) 영변 외에 제2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존재한다고 거듭 경고해 오셨는데, 좀 더 알려진 내용이 있습니까?

올브라이트) 시설 자체에 대해선 거의 확인된 게 없고, 대체로 잘 알려진 관련 물자의 조달 현황을 통해 비밀 시설 존재 가능성을 추정합니다. 북한은 2000년대 초 원심분리기 수 천 개를 제조할 수 있는 물자를 사들였죠. 이후 2008년에도 대규모 구입이 이뤄졌고요. 특히 당시엔 2년 전쯤부터 관련 물자를 사들일 때마다 영변 농축 시설 확장 공사를 반복했습니다. 이런 추세를 볼 때 대규모 조달이 이뤄진 2000년대 초에도 어디엔가 원심분리기 시설을 분명히 건설했을 겁니다. 여기에 대해선 미국, 한국, 일본 정보 당국의 견해가 일치합니다. 많은 열을 배출하는 원자로와 달리 원심분리기에서 이뤄지는 우라늄 농축은 감지가 안 된다는 게 큰 문제죠.

기자) 그런 한계가 미국이 북한에 대화 조건으로 제시한 “동결”을 더욱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것 아닙니까?

올브라이트) 어떤 활동을 “동결”시킨 뒤 보다 넓은 범위의 협상을 이어가는 방식을 말하는 건데요. 북한의 경우엔 의미 있는 “동결”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핵무기를 만들고 있고,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원심분리기 시설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변 핵시설을 동결해도 비밀 원심분리기 시설에서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해 핵무기화할 수 있다는 얘기죠. 따라서 이 모든 시설을 동결할 수 없는 한 이란 핵 협상 방식을 따를 수 없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북한의 핵 개발 현황과 역량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내일은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과의 인터뷰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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