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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한인 이산가족 보고서 "하루 빨리 상봉 이뤄져야"


지난해 10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 날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형제지간인 북측 주재은(오른쪽)씨와 남측 주재휘 씨가 포옹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 날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형제지간인 북측 주재은(오른쪽)씨와 남측 주재휘 씨가 포옹하고 있다. (자료사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한반도의 이산가족 문제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6.25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은 물론, 북한에 납치된 남한 출신 피해자들도 하루빨리 가족과의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7일 발간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보고서에는 한반도 이산가족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습니다.

85세 여성인 박동열 씨는 1950년 고향인 북한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간 뒤, 간첩으로 의심 받는 등의 어려움을 겪은 끝에 결국 북한의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렸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실향민으로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1952년 북한에 붙들린 국군포로 한준혁 씨는 2001년 탈북해 남한의 가족과 만날 수 있었지만, 북한에는 여전히 딸이 남겨져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황인철 씨는 1969년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 50여 명의 다른 승객들과 함께 북한에 납치된 아버지의 송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이처럼 이산가족 피해자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6.25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 피해자 상당수가 길게는 60년 넘게 가족과 만나지 못하고, 동시에 고령에 접어들고 있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6.25전쟁이 끝난 1953년 이후 한국에서만 12만9천616 명이 북한 내 가족과의 상봉을 희망했지만 현재 절반 이상이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사망했습니다. 또 남아 있는 상봉 희망자들도 55%가 80세 이상 고령입니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비자발적 이별이 감정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고통을 초래하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연락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시간이 흘러도 고통은 줄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 의해 자행된 한국 국민 납치 문제의 해결도 촉구했습니다. 대한항공 탑승자인 황 씨의 아버지처럼, 북한에 납치된 피해자들의 소재 파악과 이들의 송환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북한 정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 국경을 넘은 탈북자들도 대부분 가족과 분리돼 있기 때문에 이산가족이라면서, 이들이 가족과의 유대가 끊어지지 않도록 인권 보호가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 당국 모두가 노력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물론 북한이 주민들의 해외여행 통제나, 해외에 있는 가족과의 소통을 제한하는 조치를 철회해야 하지만, 남북한 당국 모두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를 개선하는 데 역내 정치와 군사적 긴장 상태가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포함한 남북 간 대화가 중단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남북한 모두 주민들이 제한 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실종자 목록을 작성해 소재 파악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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