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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서울] 김혜련 작품전 ’슬픔의 벽’...분단의 현실 담아


주한독일대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혜련 작가의 '슬픔의 벽' 전시회에서 대북전단을 연으로 표현한 '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주한독일대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혜련 작가의 '슬픔의 벽' 전시회에서 대북전단을 연으로 표현한 '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분단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해온 김혜련 작가의 전시 <슬픔의 벽>이 주한독일문화원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과 북한, 탈북민들과 관련한 한국 내 움직임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입니다.


서울 용산에 있는 주한독일문화원. 분단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해온 김혜련 작가의 <슬픔의 벽>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북한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와 독일의 베를린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김혜련 작가의 작품에는 분단이라는 주제가 지속적으로 담겨있는데요, 김혜련 작가입니다.

[녹취: 김혜련, 미술작가] “벽이라고 하면, 보통 바로 떠오는 게, ‘베를린의 장벽’, 그리고 이스라엘의 ‘통곡의 벽’이 생각이 나는데요, 실은 우리는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이보다 더 잔인한 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단 선을 사이에 두고, 철조망으로 가로막아서, 아직도 그 뒤에 지뢰가 많이 있고, 밤마다 서로 선전방송을 트는 그런 벽이 있으니, 저는 이 것을 <슬픔의 벽>이라고, 이번 전시에 생각하게 됐습니다. 처음에 제가 독일에 간 해가 1990년이었는데, 통일이 돼서, 환호성을 지르고, 감격스러워하는 축제 같은 분위기의 도시였고, 다소 어수선했지만. 10년동안 지내는 기간이, ‘포츠다마플라츠’라든지 동베를린 지역을 재건하는 과정하고 겹쳤었어요. 2001년에 귀국하고 작업실 및 거주지를 찾기 위해서 파주를 처음 갔었어요. 한강에서 시작해서 임진강으로까지 이어지는 그 아름다운 강변에 정말 길게 철조망이 있는 것을 보고 제가 깜짝 놀랐었거든요. 처음에는 정말 거짓말 같은 거예요. 그런데 건너편에, 조각배를 타면 갈 수 있을만한 바로 그 경계선인 거예요. 그 맞은 편에 하얀, 선전용 아파트라고는 나중에 들었지만. 건물들이 있고, 마을들이 있고, 산 능선이 보이고 이런 것들이 저는 굉장히 와 닿았어요.”

주한독일대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슬픔의 벽' 전시회에서 김혜련 작가(오른쪽)가 북한 병사를 그린 작품 '너의 얼굴'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주한독일대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슬픔의 벽' 전시회에서 김혜련 작가(오른쪽)가 북한 병사를 그린 작품 '너의 얼굴'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59점의 젊은 청년의 모습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얼굴들은 작가가 한 북한병사의 사진을 보고 그려낸 작품인데요, 밝게 웃는 모습, 우울해 보이는 모습, 수줍은 모습 등 다양한 표정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녹취: 김혜련, 미술작가] “공동경비구역에 관한 사진들을 보다가 북한병사에 관한 사진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자유시간이었는지, 남쪽 병사들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서 있는 북한 젊은 병사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얼굴을 보는 데 마음에 와 닿고, 순박하게 밝게 웃음짓는 그 사진을 저는 특별히 휴대폰으로 찍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작업실에 와서 50번 넘게, 그 단 한 사람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데, 그리고 있는 저는 계속 눈물이 났습니다. 이러한 의식상태는 우리가 처하고 있는 불행한 현실에 대한 저의 염원이 자연스럽게 작품행위를 통해서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북전단을 ‘연’으로 표현한 작품과 철망을 이용한 작품들도 눈에 띕니다.

[녹취: 김혜련, 미술작가] “제가 저녁에 산책하려고 한 8시 이후에 한 바퀴 마을을 돌면, 대남방송이 들려요. 저희 집 창문에서도. 이런 비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구나, 철조망이 매일 보이는 마을에서 살고. ‘이걸 믿어야 되나,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나.’를 조절해야 될 상황을 사실은 겪고 있죠.”

작품들에는 작가의 가족사도 녹아있습니다.

[녹취: 김혜련, 미술작가] “저희 시부모님이 월남하신 분이라는, 80세 넘으셔서 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그 표현을 직접은 못하지만, 그 슬픔을 삭힌 세대라는 것을 제가 나이가 드니까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시어머니가 평생 가지고 계셨던 반짇고리. 옛날에는 등나무 공예, 공예품 대나무 그런 게 많았잖아요. 평생 가지고 계셨던 반짇고리의 뚜껑이 원형인데요, 약간 구심점도 있는 것 같고, 원심점도 있는 것 같은 원형인데, 제가 유품을 거의 다 정리는 했지만, 그게 되게 와 닿더라고요.”

관객들은 작가의 작품에서 분단상황의 긴장감과 전쟁의 상처를 다시 한번 느끼기도 하고, 아픔을 치유 받기도 합니다.

[녹취: 최영진, 관람객] ”특히 분단을 주제로 했다는 그런 점에서, 특히 공동경비구역에 가서 관찰하고 그것을 그렸다는 점도 그렇고. 저는 ‘연’이 마음에 드는데요, 그리고 재료가 거의 철사로 된, 그것으로 이렇게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 이게 참 참신한 것 같아요. 아직 그런 작품을 못 봤는데.”

[녹취: 현장음]

김혜련 작가의 전시 <슬픔의 벽>은 오는 12월 2일까지 주한독일문화원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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