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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설문] 대북 수해지원 필요성, 25 중 18 명 "조건부 찬성"


지난 9월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학산리에서 홍수로 파괴된 가옥들. 유니세프가 발표한 북한 수해 실태 보도자료에 실린 사진이다.

지난 9월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학산리에서 홍수로 파괴된 가옥들. 유니세프가 발표한 북한 수해 실태 보도자료에 실린 사진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북 수해 지원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철저한 분배 감시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대북 지원에 무조건 반대한 전문가는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 25명 가운데 4명 뿐이었습니다. ‘VOA’가 대북 수해 지원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지난 8월 말과 9월 초 사이 발생한 홍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VOA’의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 25명 가운데 절반 이상 (18명)이 수재민 구호 필요성에 공감하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구호 활동에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그러나 대부분 무조건적 지원에는 난색을 표명하면서 엄격한 사전 조건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식량 등 지원품이 철저한 감시 아래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조건을 최우선 관심사로 제시했습니다. 미국 기업연구소 (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 입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연구원] “We cannot rely upon the good faith of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o distribute the necessary goods and services…. It should be outsiders who do the assessment and implementation.”

북한 당국의 분배 감시는 믿을 수 없으며, 반드시 외부 요원에 의한 철저한 분배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지원 단체나 국가가 수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취약계층의 상황을 파악한 뒤 어떤 물자가 필요한지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분배 감시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유엔을 통한 대북 지원은 많은 한계점이 있다고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계자들이 지원품을 분배하고 있고, 외부 요원이 감시하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자강도 등 일부지역에 대한 접근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씨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습니다.

고든 창 씨는 반드시 외국인 국제 요원이 구호물자를 분배하고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호물자가 북한 군인이나 관계자들에 의해 분배되면 북한 당국이 구호물자를 제공한 것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 실장도 한국어를 구사하는 국제 요원이 직접 물자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식량이 다른 곳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방정보국 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과거 대북 지원의 상당수가 군부로 전용됐던 사례가 있었다며, 모든 분배 현장에 대한 접근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는 더 나아가 주민들이 지원된 식량 등 구호품을 직접 소비, 사용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수전 숄티 대표] “The consumption is the key word here. Allowing the humanitarian agencies to be present for the distribution and use and consumption of the aid. Defectors reveled that trucks rolled in to deliver the aid but then when the relief agencies let, the DPRK military came in unmarked trucks to take back all the aid……”

탈북자나 과거 대북 지원에 동참했던 국경 없는 의사회 등 지원단체들에 따르면 `고난의 행군’ 시절, 국제 감시요원이 분배 현장을 떠나면 북한 군이 트럭으로 식량 등 지원품을 회수하거나 빼앗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철저한 감시 없는 지원은 결국 북한 정권만을 이롭게 할 뿐이라고 숄티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구호물품이 장마당이나 군대로 빼돌려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미국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지원이 유엔을 통해 현금이 아닌 주민들이 바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현물’(in kind contribution)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지원품이 장마당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래리 닉쉬 객원연구원은 수해 지원품은 의료기기나 약품, 의료인 교류 등에 한정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쉬] “I would offer only medical equipment, medicines and even doctors…and when this particular crisis is finally over with, the medical equipment needs to be returned….”

식량 등은 군대나 엘리트 계층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어 지원해선 안 되며, 수해 복구가 끝난 뒤에는 의료기기와 사용하지 않은 의약품을 다시 돌려 받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외교정책 포커스의 존 페퍼 소장은 지원이 외부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플럼피 너트’ 같은 영양식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플럼피 너트’는 땅콩과 설탕, 분유, 비타민과 무기질을 섞어 만든 영양식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에게 효과적이므로, 전용될 위험이 없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철저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대북 지원은 결국 북한 정권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 받는 주민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게 데이비드 맥스웰 미 조지타운대학 전략연구센터(CSS) 부소장의 주장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비록 북한 주민들에게 무관심해도, 국제사회는 자신들을 돌보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CAN) 국제관계 국장도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에게 무관심한 것으로 보여져서는 안 된다며, 수해 지원은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북 지원에 찬성하는 전문가 가운데 리언 시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조건 없는 지원을 강조했습니다.

시걸 국장은 분배 감시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만 북한 주민들의 미국에 대한 적대심 완화를 위해 지원품에 미국 정부나 민간단체가 지원한 것이라는 표시를 꼭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움에 부딪힌 나라에 대한 원조는 정치와 분리돼야 한다는 겁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스티븐 노퍼 부회장도 냉전시대 말 인도주의와 안보 문제를 분리해 접근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을 언급하며, 미국은 이런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티븐 노퍼 부회장] “It was the arch conservative Ronald Regan who introduced at the end of the Soviet era a policy where there was a delinking between humanitarian aid and political concerns…..…”

정치적 이유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25명 가운데 4명은 대북 수해 지원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국제사회가 북한보다는 아이티나 인도 같은 나라 지원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한국과장] “Given the way the North Korean government is acting, I think we should provide those limited resources to countries where there is chance that the governments would get there to act together….. ”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자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을 돌보지 않는 북한 보다는 자국민의 건강과 안위에 더 신경을 쓰는 인도나 아이티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의 입장은 더욱 단호합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대북 수해 지원을 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이유를 꼽았습니다.

우선 북한 정권이 핵무기나 미사일, 사치품에 쏟아 부은 돈을 주민들을 위해 쓴다면 대북 구호가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또 북한은 지난 20년 동안 경제개혁을 실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기부자 피로감을 일으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에 대한 계속된 군사 위협이 이들의 대북 지원 중단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한편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 25명 가운데 3명은 유보적이거나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의 오공단 책임연구원은 대북 지원은 각국 정부 지도부에 달린 문제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윤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 문제는 정답이 없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은 결국 정권에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지난 8월 말과 9월 초 사이 함경북도에 발생한 홍수로 138명이 숨지고 400여 명이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적어도 14만 명이 생존을 위한 즉각적 지원이 필요하고 60만 명은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다른 나라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과 관련, 정치적 고려는 배제한 채 지원 대상국의 수요를 고려해 결정한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같은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과의 형평성, 그리고 분배의 투명성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 25명 (무순)]

앤드류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앤드류 여 미국 가톨릭대학 교수;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주립대 교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댄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부소장; 데이비드 맥스웰 미 조지타운대학 전략연구센터 (CSS) 부소장;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리언 시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 기업연구소 (AEI) 선임연구원; 고든 창 동북아시아 전문가;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존 페퍼 ‘외교정책 포커스’ 소장;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CAN) 국제관계 국장; 래리 닉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이성윤 미 터프츠대학 외교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오공단 미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CFR) 선임연구원;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부회장;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한국석좌; 윤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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