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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북한 핵실험 10주년] 4. 핵 개발이 민생에 미친 영향


지난달 9일 북한 평양역 광장에서 주민들이 대형화면에 나오는 5차 핵실험 발표를 보고 있다.
지난달 9일 북한 평양역 광장에서 주민들이 대형화면에 나오는 5차 핵실험 발표를 보고 있다.

북한이 첫 핵실험을 실시한 지 지난 9일로 10년이 됐습니다. ‘VOA’는 북한의 핵실험 10년을 맞아 북한의 핵 개발 상황과 국제사회의 대응 등을 살펴 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핵 개발이 북한 주민들의 민생과 인권에 미친 영향을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외면한 채 국가 자원을 핵무기 개발에 허비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 등 국제사회 지도자들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반응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능력을 억척스레 추구하는 것은 북한의 고립과 북한 주민들만을 피폐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3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한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3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한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지난 3월 말 핵안보정상회의 중 열린 미-한-일 3국 정상회의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을 위한 3국의 단합된 조치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민생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바마 대통령] “hopefully, promoting the kind of opportunities and prosperities for the Korean people who have been suffering……”

비핵화와 평화, 안정 노력이 “북한에서 인권 침해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기회와 번영을 촉진할 수 있길 바란다"는 겁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북한 정권이 핵실험에 투입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주민들의 열악한 삶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고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비용이 자신들의 곤궁한 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북한 주민들이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지난달 뉴욕에서 가진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금까지 핵·미사일 개발에 적어도 20-30억 달러를 투입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오준 대사] “지금까지 전체 통계가 나옵니다만 20억 달러, 30억 달러 최소한 이런 정도의 재원이 투입되지 않고서는 이런 핵과 미사일 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큰 돈이 투입된 겁니다. 또 금년에만 북한이 핵실험 2번, 미사일 22발을 발사했잖아요? 금년에만 최소한 2억 달러를 투입했을 것으로 계산이 되고 있죠. 그런 돈이 북한의 경제 개발이나 다른 좋은 데 쓰였다면 엄청나게 다른 결과가 왔을 것이란 것은 틀림이 없죠.”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과거 중동 국가들에 수출했던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의 대당 가격이 90만에서 176만 달러, 중거리 무수단은 264만 달러에서 53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대당 최대 880만 달러. 지난 8월 마지막으로 발사한 미사일까지 합하면 수 천만 달러를 사용한 셈입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0년 북한을 방문한 한국 언론사 사장단에 로켓 한 발을 쏘는데 “2억-3억 달러가 든다”고 말했었습니다.

이는 개성공단에서 북한 정부가 연간 근로자 인건비로 받았던 1억 달러의 두 세배에 달하는 겁니다.

특히 북한이 올해에만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쓴 것으로 추산되는 2억 달러를 식량으로 환산하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메우고도 남는 규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지난 8월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지난 8월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크리스티나 코슬렛 아시아 지역 담당관은 지난달 ‘VOA’에 북한의 올해 쌀 생산량을 240 t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1월에서 올해 10월까지 외부에서 충당해야 할 식량 부족량이 69만 4천t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핵·미사일 발사에 투입한 2억 달러로 지난 8월 t 당 350 달러였던 베트남산 장립종 쌀을 구입하면 57만t, 강냉이(옥수수)는 100만t을 넘게 수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전체 쌀 생산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며 쌀과 강냉이를 합하면 올해 부족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는 규모입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주 ‘VOA’에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북한 정권이 약속대로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삶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North Korea pays heavy price for this nuclear program. If it renounced the nuclear weapon as agreed dismantle…”

북한이 막대한 돈을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핵 문제는 곧 북한 주민들의 생계와 복지에 직결돼 있다는 겁니다.

사만다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9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의 이런 핵·미사일 개발을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의 상황과 비교했습니다.

[녹취: 파워 대사] “This is a government that would rather grow its weapons programs than grow its own children..”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 25%가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발육부진 등 여러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 “북한 정권은 어린이들의 성장보다 (핵)무기 프로그램을 더 성장시키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지난 9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5차 핵실험을 축하하는 평양시군민경축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9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5차 핵실험을 축하하는 평양시군민경축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은 앞서 ‘VOA’에 북한의 핵 문제는 이런 민생 문제 뿐아니라 주민들의 인권과 건강, 생명과도 직결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People have tended to divide the nuclear issue and the peace and security issue from human rights……”

사람들은 핵과 평화.안보 문제를 인권 문제와 별도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핵무기는 사고 발생 위험을 높여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겁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특히 옛 소련의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의 방사능 누출 사고를 지적하며, 북한의 핵 개발과 실험 등 안전 우려는 인권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영변의 낡은 핵시설과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의 방사능 오염에 따른 주민들의 안전 문제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홍용표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비핵화 국제회의 연설에서 “풍계리 주변 주민들의 상당수가 암과 심장질환, 감각기관 이상, 다리 마비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홍용표 장관] “Cancer, heart disease…”

홍 장관은 이후 언론매체 기고에서 “과거 카자흐스탄의 핵실험 후유증이 그 후손들에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핵실험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한반도 구성원의 인권에 엄청난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관영 매체들을 통해 핵실험장 주변에 "방사성 물질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 영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0일 ‘VOA’에 최근 큰물 피해를 언급하며 핵 개발과 재난 피해도 직접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스칼라튜 총장] “그만큼 엄청난 자연재해가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 일반 주민들을 지원하거나 투자를 안 하기 때문에 재난상황이 그 만큼 어려운 거죠. 게다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엄청난 자연재해가 있었다면 최고지도자가 현지 방문도 하지만 북한에서는 지금 안 가거든요. 그만큼 최고지도자가 일반 주민들의 복지에 대해 관심이 없고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함경북도의 수해 복구와 지원이 시급하지만 5차 핵실험과 북한 정부에 책임을 묻는 국제사회의 냉랭한 기운 때문에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결국 북한의 핵 문제는 정권 유지, 인권 문제와 서로 연관돼 있다며 국제사회가 공조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오준 대사] “핵실험과 인권은 서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이 세습에 의해서 정권이 취약하니까 그런 취약한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핵실험을 하는 것이고 주민들을 탄압해서 정권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인권 탄압이 일어나는 것이니까 그 것들이 전부 다 상호 연관이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3월 채택한 대북 결의 2270 호는 서두에서 북한 주민들의 필요가 심각하게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여러 국가 자원을 핵무기 개발에 전용하고 있는 상황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북한의 핵실험 10년을 맞아 보내 드리는 `VOA'의 기획보도, 내일은 다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한반도 전문가인 미 국무부 차관보 출신 로버트 갈루치와 로버트 아인혼 씨와의 대담을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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