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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권 장기화, 이달말 윤곽...로마, 2024 올림픽 유치 포기


역대 중국 지도자 사진이 걸려있는 베이징의 한 박물관 외벽 앞으로 방문객이 지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덩샤오핑 전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과 장쩌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그리고 시진핑 국가주석.
역대 중국 지도자 사진이 걸려있는 베이징의 한 박물관 외벽 앞으로 방문객이 지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덩샤오핑 전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과 장쩌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그리고 시진핑 국가주석.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이달 말 예정돼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 가운데 하나인데, 관영 언론들은 중국이 앞으로 정부와 사회 각 분야에서 반부패 개혁조치를 가속화하는 문제가 주요 의제라고 보는 반면, 외신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토대를 마련하는 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고요. 오는 2024년 올림픽 개최지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도시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 로마가 유치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이어서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일함 토티 전 베이징 중앙민족대 교수가 인권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인 마틴에널스상을 옥중 수상했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이달 말 예정돼있다고요?

기자) 네. 보통 매년 가을에 한차례 열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줄여서 ‘중전회’라고 하는데요. 작년에 18기 중앙위 5중전회가 진행됐고, 올해는 6중전회입니다. 중전회에는 당 중앙위원 200여명과 후보위원 170여명 등 중국 공산당 핵심 인사 370여명이 참석해 주요 정부 정책과 공산당 지도방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난해 5중전회는 올해부터 시작된 13차 5개년 경제계획의 뼈대를 결정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경제가 중심이었지만, 오는 24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6중전회는 정치 분야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이번 6중전회 준비 과정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챙기고 있다고요?

기자) 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들어 6중전회 준비를 위한 당과 정부 각 기관의 각종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의제 발표 준비를 점검하는 한편, “공산당 중앙의 정책 결정을 철저하게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회의가 향후 수년간 중국 정부의 개혁 속도를 높일 계기가 될 것으로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올해는 정치분야가 중심이라고 소개해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제가 논의될까요?

기자) 의제가 ‘논의’된다기 보다는 ‘발표’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머리를 맞대 토론하는 자리가 아닌, 당 서기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이 당과 국가 운영 전략에 대한 지침을 하달하면, 회의 구성원들이 실천을 다짐하는 행사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6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어떤 의제를 발표할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데요,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관영 매체들은 “국가를 이끄는 공산당 내 규율과 기강을 확립함으로써, 부패를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핵심 의제를 전망하고 “이와 관련해 직무를 유기하는 일부 공직자들을 단속하는 데에도 힘을 쏟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부패 방지’ 문제가 앞으로 1년동안 중국 공산당의 핵심 의제라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부패와의 전쟁’은 최근 시진핑 주석이 당 간부들와 정부 고위직들에 강조하고 있는 ‘4대 전면’ 지침 가운데 첫번째로 꼽히는 엄격한 당 관리, 이른바 ‘종엄치당’과 연결되는데요, 이번 6중전회에서는 반부패 규정을 대폭 확대· 강조한 공산당 정치생활 준칙을 제정하고, 당 내부 독립기관을 통한 감독 조례를 개정하는 일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앞으로 중국 공산당과 정부 고위직 관리들의 부패 여부를 관리 감독하는 규정을 대폭 확대해서, 이 기준에 어긋나는 사람은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사법처리를 의뢰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르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 ‘반부패’ 규정을 강화하는 건 좋지만, 외신들은 그 배경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강화되는 반부패 규정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신의 정적들을 숙청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겁니다. 벌써부터 홍콩과 타이완 등지의 반 중국 성향 매체들은 이번 6중전회가 시 주석이 자신의 반대파들을 완전하게 제거해서 장기집권 토대를 닦는 일정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밖에 중요한 의제들은 뭔가요?

기자) 이번 회의에서는 또한 중국 공산당의 후계구도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문제도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용이하게 하는데 이용될 것으로 많은 매체들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가에는 ‘67세까지 유임하고 68세에 은퇴한다’는 뜻을 담은 고위직 인사 원칙인 ‘7상8하’라는 게 있습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1948년생인 왕치산 서기를 비롯한 시 주석의 핵심 측근들이 곧 줄줄이 물러나야 하는데요, 시 주석이 이번 회의에서 왕 서기를 비롯한 주변 인사들을 유임시킴으로써, 7상8하 원칙을 폐기할거라는 겁니다. 왕 서기는 이번 6중전회 이전부터 시진핑 주석이 반부패 사정을 활발히 펼치면서 이전 정권 사람들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과정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 인물입니다.

진행자) 시진핑 주석이 장기집권을 노릴 것이라고 보는 건 중국어권 매체들 뿐만이 아니라고요?

기자) 네. 얼마전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도 “내년 19차 당대회를 전후로 시 주석의 후계자가 정해지는 것이 관례지만, 시 주석이 이런 절차를 계속 연기하는 방식으로 장기집권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이번 6중전회에서 ‘1인 지도체제’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시진핑 주석이 최근 리커창 총리의 몫인 경제분야까지 직접 챙기는 등 ‘1인 지배’ 체재를 강화하고 있는 점을 들어, 장쩌민 전 주석부터 이어져온, ‘주석 임기 2차례 수행을 통한 10년 집권’의 원칙을 깨고 그 이후에도 자리를 지킬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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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탈리아 로마가 2024년 올림픽 유치를 포기했다고요?

기자) 네. 지난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하계 올림픽이 진행됐죠? 4년 마다 열리는 올림픽의 다음 개최지는 2020년, 일본 도쿄입니다. 그 다음 대회인 2024년 올림픽을 치를 장소를 놓고 각국 주요 도시들이 경쟁 중인데요,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였던 이탈리아 로마가 어제(11일) 유치 신청을 공식 철회했습니다. 이로써 2020년 올림픽 유치전에서도 도쿄와 막판까지 경쟁하다 예산 문제로 중도 탈락했던 로마는 2번 연속 올림픽 유치 경쟁을 접게 됐습니다.

진행자) 이유가 뭡니까?

기자) 재정난 때문입니다. 당초 마테오 렌치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와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이탈리아가 다시 국제사회에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2024년 로마 올림픽 유치 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지난 6월 로마시 역사상 2천7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시장이 된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이 반대 입장을 내놨습니다. 라지 시장은 “로마는 지난 1960년에 올림픽을 치르면서 지게 된 빚을 아직까지 갚아나가고 있다”면서 “경기장을 만들고 고치는 토건업자들만 혜택을 보는 올림픽을 치를 여력이 우리 도시에는 없다”고 정부의 계획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진행자) 올림픽을 치르는 비용이 각 도시 재정에 많이 부담이 되나보네요?

기자) 네. 최근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올림픽 개최도시들의 재정 운용이 큰 숙제입니다. 올해 대회를 치렀던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주 정부가 파산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했고요, 2020년 대회를 유치한 일본 도쿄도 애초 세워놨던 주요 경기장 신규 건설 계획을 재검토해서 기존에 있는 시설을 고쳐서 사용하거나, 그마저 어려울 경우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도시의 시설을 빌려서 쓰는 분산개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2024년 올림픽 개최지, 남은 후보 도시들은 어디인가요?

기자) 이번에 로마가 유치를 포기함에 따라서, 2024년 올림픽 개최지는 프랑스 파리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3곳 가운데에서 결정될 전망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들 세 도시의 유치계획서를 검토하고 현장 실사를 벌이는 심사 과정을 거친 뒤 내년 9월 총회에서 2024년 대회 개최지를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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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인권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중국의 소수민족 지도자가 받았다고요?

기자) 네. 세계 각 지역에서 인권 보호와 신장에 기여한 사람을 뽑아 시상하는 ‘마틴에널스’ 상 올해 수상자로 일함 토티 전 베이징중앙민족대 교수가 어제(11일) 선정됐습니다. 중국의 주요 소수민족 자치구 가운데 하나인 신장 위구르 출신인 토티 교수는 소수민족들을 차별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한 끝에 지난 2014년 ‘국가분열죄’로 종신형을 받고 수감된, 중국내 소수민족 권리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일함 토티 전 베이징중앙민족대 교수가 중국법원에서 ‘국가분열죄’로 종신형을 받고 수감되기 1년전인 지난 2013년 외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일함 토티 전 베이징중앙민족대 교수가 중국법원에서 ‘국가분열죄’로 종신형을 받고 수감되기 1년전인 지난 2013년 외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진행자) 수상자 발표 직후에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고요?

기자) 네. 중국 외교부는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으로 토티 교수의 인권상 수상에 대한 비판 논평을 냈습니다. 갱수앙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마틴 에널스 재단의 수상자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일함 토티는 중국 법원에서 국가분열죄에 대한 판단을 받은 인물로서, 인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토티의 죄에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증거와 관련, 오늘 중국 외교부 측은 “중국에서 교수 직함을 이용해, 테러공격을 자행한 범인들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수업을 진행한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측이 말한 ‘테러공격’이란 위구르 지도자들의 소수민족 권리운동을 가리킵니다.

진행자) 서방에서는 토티 교수의 석방을 중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2년전 토티 교수가 수감된 직후부터 계속 석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제 수상자 발표 직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토티 교수의 딸이 참석했는데요, “2013년 초 아버지가 중국 공안에 잡혀간 뒤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지만, 어렵게 면회를 다녀온 친척들에 따르면 체중이 20㎏ 정도 줄어 수척해진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마틴에널스’ 상에 대해서 설명해주시죠.

기자) 마틴 에널스상은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국제사면위원회의 사무총장을 지낸 마틴 에널스의 이름을 따서 지난 1993년 제정됐습니다. ‘노벨인권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권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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