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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미 재무부 중국 개인·기업 제재 46건...대북 세컨더리 보이콧 아직 없어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자료사진)

미국 재무부가 중국과 관련된 개인과 기업 등을 제재한 경우는 46건으로 조사됐습니다. 대부분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한 제재였는데, 여기에는 북한과 관련된 제재 대상자도 일부 포함돼 있었습니다. 특히 이란을 비롯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거래한 중국 기업 등은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26일 중국 국적자 4명과 중국 기업 1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연루됐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녹취: 프리드 조정관] “There are no limits and there is no administration red line…”

이와 관련해 대니얼 프리드 미 국무부 제재담당 조정관은 지난달 28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 청문회에 참석해 국가나 기업을 제재하는 데 있어 제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을 제재한 데 따른 부담감이 없었다는 겁니다.

미국 국무부의 대니얼 프리드 제재담당조정관(왼쪽)과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3월 서울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대북 제재 문제를 협의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대니얼 프리드 제재담당조정관(왼쪽)과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3월 서울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대북 제재 문제를 협의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당초 북한과의 거래를 이유로 중국 기업이나 기관을 제재하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중국 국적자나 중국 기업, 혹은 중국에 근거지를 둔 사업체 등을 제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VOA’가 미 재무부의 ‘특별제재대상(SDN)’ 자료를 분석한 결과, 4일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는 개인과 기업이 제재 명단에 오른 경우는 모두 4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은 국제 테러리스트와 해외 마약거래 핵심 인물, 그리고 이란과 미얀마 등 특정 국가와 거래한 혐의 등으로 미국 정부가 마련한 총 10개 제재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중국과 관련된 인물과 기업 등이 가장 많이 포함된 건 ‘대량살상무기 확산자 제재 규정(NPWMD)’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베이징 알리트 테크놀로지’라고 불리는 ‘알코(ALCO)’ 사와 중국 다이롄에 주소지를 둔 ‘블루 스카이 산업회사’, 중국 국적자 리팡웨이 등 모두 22개의 중국 관련 기업과 개인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중 13개의 기업 등이 다른 제재 프로그램과 복수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1개를 제외한 12개에 ‘이란 금융 제재 규정’이 적용됐습니다. 나머지 1개 기관은 ‘조선광업개발회사’로 지난 2010년 ‘북한 제재 규정’ 프로그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창광신용무역’이라는 이름으로도 운영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는 북한 기관이지만 평양은 물론 베이징에서도 운영이 돼 중국에 근거지를 둔 사업체로 분류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프로그램에 복수 등재되진 않았지만, 북한 단천상업은행 베이징 지사 라경수 대표와, 김광일 부대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소속 연정남, 고철재 등도 중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자 제재 규정’ 프로그램에서 발견됐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자 제재 규정’은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관련해 개발, 거래, 운송에 연관된 개인이나 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특히 ‘대량살상무기’라는 큰 틀에서 제재를 가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나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제재 프로그램 대신 이 프로그램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지원한 이유로 미국 정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훙샹실업발전이 입주한 건물. 이 건물 16층에 훙샹실업발전이 입주해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지원한 이유로 미국 정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훙샹실업발전이 입주한 건물. 이 건물 16층에 훙샹실업발전이 입주해 있다.

그 예로, 지난달 26일 제재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 단둥 훙샹실업발전과 이 회사의 창업자 마샤오훙과 회사 관계자 저우젠수, 훙진화, 뤄촨시는 북한과의 거래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북한 제재 규정’ 프로그램이 아닌 ‘대량살상무기 확산자 제재 규정’에 포함됐습니다.

그 밖에 중국 관련 개인과 기업 등은 ‘해외 마약거래 인물 핵심 제재’에 10건, ‘특별지정 국제 테러리스트 제재’에 7건, 이란 금융 제재 12건, 북한과 시리아 제재 각각 2건, 벨라루스와 미얀마, 이라크 관련 제재에 각각 1건씩 들어있었습니다.

북한 제재 2건은 지난해 소니 해킹 사건을 계기로 발효된 대통령 행정명령 13687호와 2008년의 13551호에 따른 것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자 제재 규정’에서 확인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근거지를 둔 북한 사업체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종합해보면, 전체 46곳의 제재 대상자 중 단순히 중국 내에 근거지를 둔 외국 기업이나 외국인 등을 제외하고 순수 중국 개인이나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경유는 25~30곳 정도로 추산됩니다.

특히 북한과의 거래를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기업은 단둥 훙샹실업발전 1곳, 중국 국적자는 이 회사의 운영진 4명이 유일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중국 개인 및 기관 중에는 ‘세컨더리 보이콧’, 즉 직접적인 제재 위반이 아닌 제재 대상과 거래를 했다는 혐의가 적용된 사례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광저우와 홍콩에서 사업체를 운영한 ‘에어로 스카이 원’ 사와 셴젠의 ‘르 후아 일렉트로닉’ 사, ‘스타스 인터네셔널’ 사 등 5개 기업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거래가 문제가 됐고, 이란 금융 제재에 오른 12개 개인과 기업은 모두 제재 사유에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단어가 명시돼 있습니다.

북한과의 거래를 이유로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된 사례는 아직까진 없었습니다.

당초 일부 언론에선 ‘단둥 훙샹실업발전’ 등에 대한 제재를 ‘세컨더리 보이콧’이라고 해석했지만, 이들은 수출입 금지 품목을 북한과 거래했다는 직접적인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여전히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과 거래를 한 중국 기업이 제재되긴 했지만, 확고한 대북 압박을 위해선 ‘세컨더리 보이콧’이 더 활용돼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제3국의 기업 등에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바 있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역시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훙샹그룹과 북한 간의 금융거래에 중국 은행 12개가 관여했지만, 제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It’s very disappointing…”

지난 2005년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활용해 효과를 거뒀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제재와 달리 현재 미국 정부는 중국 은행 업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의지가 없고, 이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겁니다.

반면 ‘단둥 훙샹실업발전’ 등에 대한 제재를 의미 있는 첫 걸음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배정호 박사는 훙샹 그룹에 대한 제재를 시작으로,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배정호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이게 첫 번째, 두 번째 나가게 되면 확산되는 거죠. 조금 더 강도 높은 대북제재, 또 지금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이 구체화되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신호라고 봅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청문회에서 프리드 조정관은 중국 기업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바 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이 같은 추가 조사가 중국 기업 등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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