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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북한 내 손전화, 단기간 체재 변혁 어려워"


지난 5월 북한 평양의 425문화회관 주변에서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5월 북한 평양의 425문화회관 주변에서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에 손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개방의 속도 또한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습니다. 하지만 당국의 통제도 함께 강화되면서 단기간에 체제를 변혁하는 매개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손전화를 쓰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첨단기술이 북한 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한국 제주대학교의 고경민 교수는 손전화 서비스 도입 8년 만에 북한 내 손전화 가입자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녹취: 고경민 제주대학 교수] "실제로 북한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최근에 휴대폰 관련 유선전화 관련 정보도 공개를 하고 이랬는데, 이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280만 명이 가입돼 있어서 인구 100명당 가입률이 11.19명으로 나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이후, 2015년 말 기준으로 적게는 300만, 또 많게는 380만까지 추산하죠."

이런 추세가 계속되자 한 때 북한의 손전화를 이른바 '아랍의 봄'과 연관시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손전화와 같은 첨단기기가 북한 체제를 급속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아랍의 봄'이란 지난 몇 년 동안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있는 아랍계 나라들을 휩쓴 민주화 열풍을 뜻합니다. 당시 인터넷 사회연결망이나 손전화 같은 이동통신기기가 '아랍의 봄'이 진행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회의적입니다. 북한 정부가 손전화에 대한 통제를 부쩍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손전화를 통해 유입되는 정보로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을 북한 정부가 막으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It is important to remember that..."

손전화 같은 첨단기술이 북한 체제에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북한 정부가 외부 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 당국이 손전화 사용료를 부과해 돈을 벌고 돈주 같은 주요 경제 주체들의 활동을 손전화 도감청을 통해 감시하며 대외선전에 활용하기 위해 주민들의 손전화 사용을 허용했지만, 이에 대한 통제의 고삐 역시 늦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의 김연호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부가 손전화 통제의 일환으로 기기의 고유 기능까지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연호 연구원] "(손전화를 통한) 파일 전송은 몇 년 전부터 정부 당국이 기술적으로 막았고, 그리고 근거리 정보공유, 그러니까 블루투스 기능도 몇 년 전부터 기능 자체를 막고, 기존 전화기를 회수해서 기능을 막고, 또 새로 출시하는 전화기도 기능을 없앤 다음에 출시했고요. 다른 컴퓨터 기기 역시, USB나 SD카드를 꽂았을 때 전자서명을 요구하는 등 파일 공유가 힘들어졌다고 들었어요."

손전화를 가진 젊은이들 사이에 이뤄지던 외국 영화나 음악 등의 공유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도청을 두려워해 체제에 위협이 되는 정보를 손전화로 공유하기가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이런 한계 때문에 손전화 보급이 북한 체제를 바꾸는 데 당장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우리가 바라는 (북한) 민주화를 향한 정보의 확산과 행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왜냐하면 (손전화가) 통화만 되고 문자가 될 뿐이지 인터넷도 안 되고 정보유입이 없거든요. 또 감청이 된다는 것을 주민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순수 300만 대 보급율로 우리가 원하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말하기에는 무리라고 봅니다."

스티븐 해거드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도 'VOA'에 손전화 보급이 북한 체제 변혁의 도구로 본격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의 통제에도 구멍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김연호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김연호 선임연구원] "일단 현재로써는 외부에서 정보를 보내는 활동가들이 북한 안에서 외부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기 때문에 아예 정보를 담은 핸드폰을 통째로 보내는 경우도 있고..."

NK 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정보가 담긴 손전화용 외장 기억장치를 외부에서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것도 당국의 통제를 피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예를 들어서 그 핸드폰용 마이크로 카드에다가 필요한 정보를 준다던지, 아니면 뭐 그림자 인터넷을 조성해서...그 '와이파이'를 말하죠? 그런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준다든지..."

한편 한국의 민간조직인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는 북한 정부의 통제 탓에 손전화가 북한 체제에 당장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흘러 손전화를 이용한 정보 유입이 활성화되면 앞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강철환 대표] "외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규모로 북한 내로 정보를 보내는 가에 따라서, 좀 더 규모 있는 외부 지원이 가능하다면 저는 상당한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김연호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주로 경제 활동이나 의사소통에 손전화를 쓴다면서 주민들이 이를 통해 북한 내부 사정에 밝아지면 점점 체제에 불만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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