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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홍수피해 부각...외부 지원 기대, 제재 회피 의도"


지난 16일 북한 노동자들이 최근 홍수 피해를 입은 함경북도 온성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지난 16일 북한 노동자들이 최근 홍수 피해를 입은 함경북도 온성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북한이 태풍 피해와 복구 상황을 관영매체를 통해 연일 부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대북 제재 초점을 흐리기 위한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직 수해 피해 지역을 방문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북한관영 조선중앙TV] “연사군 사지지구와 구사지구를 연결하는 다리 복구를 위한 물길 돌리기 작업을 힘있게 벌이고 있습니다.”/ “연사군으로 달려온 618 건설여단의 돌격대원들이 피해복구 전투를 힘있게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태풍으로 큰 피해가 난 함경북도 지역의 홍수 피해와 복구 상황을 연일 부각하고 있는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 내용입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홍수에 따른 사망자와 실종자를 포함한 인명 피해는 수 백 명에 달하며 7만여 명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집이 무너지고 철길이 유실되는 등 홍수 피해 현장의 모습도 영상과 사진으로 공개됐습니다.

북한은 과거 홍수 피해가 날 때마다 각계의 복구 노력을 소개하며 최고 지도자의 지도력을 선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해방 후 대재앙’이라는 극도의 표현을 사용하며 피해를 강조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 2012년 두 달 간 북한 전역에 내린 비로 800여 명의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북한은 피해 상황에 대한 간략한 수치 정도만을 보도했습니다. 사망, 실종자 1천200여 명, 부상자 4천300여 명에 달했던 지난 2007년 홍수 때에도 이렇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먼저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안찬일 박사 /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초기에는 며칠 간 숨겼는데 계속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국제사회에 손을 벌려서 지원을 이끌어 내겠다, 도저히 북한 자체 능력으로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는 그런 제스처로서 지금 홍수 사태들을 과장해서 보도하고 있죠.”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 역시 북한이 실제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면서 중장비와 기름 등 피해 복구를 위한 물품들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 요청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의도도 포함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일종의 전략적 싸움을 벌이려 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은 한편으로는 체제 생존이 필요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외로부터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마 이런 딜레마에서 하나의 절충점을 찾은 것이 대외적으로는 홍수 피해를 있는 그대로 밝히면서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통제하면서 미국의 홍수 지원을 핑계로 한 와해작전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합니다.”

양무진 교수는 이어 고통을 함께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것으로도 보인다면서 김정일, 김정은 시대로 이어지면서 북한 정권이 재난을 숨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급 외제차를 타고 수해 복구 현장이 아닌 군 부대 산하 농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은 위원장의 인민군 제810 군 부대 산하 1116 농장 방문 사진 속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영국산 고급 스포츠 차량이 보입니다.

한국 정보당국은 이 차를 영국 랜드로버 사의 최고급 모델인 ‘레인지로버’로 추정했습니다. 이 차 한 대 가격은 미화 약 9만 달러에서 최고 18만 달러에 이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일 이 농장 방문 이후에도 보건산소공장과 대동강 과수농장을 찾았지만, 수해 피해 지역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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