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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서울] 창업교육 수료하고 치킨집 연 탈북민


탈북민 이서연 씨가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남편 유재혁 씨가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탈북민 이서연 씨가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남편 유재혁 씨가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고려대학교와 투자회사인 JP모건이 지원하는 창업.취업 아카데미를 수료한 탈북민이 서울에서 닭고기 튀김가게를 열어 성업 중입니다. 한반도 통일과 북한, 탈북민들과 관련한 한국 내 움직임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입니다.

[헬로서울 오디오] 창업교육 수료하고 치킨집 연 탈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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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현장음]

서울 강동구의 한 시장 입구에는 작은 닭고기 튀김가게가 있습니다. 이 가게 사장은 탈북민인 이서연 씨 부부. 이서연 씨는 지난 1998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다가 2004년에 한국에 들어왔는데요, 네 개의 자격증도 취득하고 직장생활도 하면서 바쁘게 살았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마을공동체 활동도 하고, 중학교에서 통일교육도 하면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데요, 지난 7월에는 남편과 함께 닭고기 튀김가게를 열어, 어엿한 사장이 됐습니다.

[녹취: 이서연, 탈북민 창업자] “제가 오자마자 학원을 네 개 다녔어요. 조리기능사, 실내디자인, 그리고 마지막에 전산회계를 다녔거든요. 거기서 자격증을 네 개 땄어요. 그리고 바로 거기서 취업이 연결이 돼서 회계사무실에 한 7년 근무를 했었어요. (창업 후에) 괜찮은 것 같아요. 저희가 오픈 이벤트를 안 했거든요. 왜냐하면 금액 자체가 오픈 세일이니까. 9천900원 하니까, 오픈 이벤트를 따로 안 했는데, 저희 오픈 두 번째 날에 300마리를 팔았거든요.

이서연 씨가 사장의 꿈을 이루기까지, 탈북민 창업아카데미의 힘이 컸는데요, 탈북민 창업아카데미는 고려대학교와 JP모간이 탈북민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만든 교육 과정입니다. 이서연 씨는 이곳에서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창업의 기초도 배우고 심화, 현장실습도 하면서 창업에 필요한 준비를 했는데요, 주변의 도움도 컸습니다. 실내장식 분야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탈북민 동료가 가게를 꾸며줬고, 가게 홍보물과 양념들도 모두 주변의 탈북민 사장님들의 도움으로 마련했습니다. 또 탈북민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열매나눔재단이 창업자금을 지원해 주기도 했는데요, 닭고기 튀김이라는 상품을 선택한 건, 북한에서 조리를 전공한 이서연 사장의 솜씨도 한몫을 했습니다.

[녹취: 이서연, 탈북민 창업자] “제가 여기에 와서 조리기능사도 또 다녔거든요. 한 4개월 다녔는데, 비슷한 것 같아요. 양념을 만드는 것, 그런 것은 기본적이고, 식재료학, 식품영양학, 이런 것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배운 것은. 그래서 기본적인 것은 비슷한데, 책으로만 배운 거죠. 감이 있었는지는 모르는데, 무엇이나 배우는 것은 빨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여기서 조리를 다시 했던 것은, 제가 조리학을 전공했는데, 전문대에서 했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좀 더 써 볼 수 있을까. 그런데 북한에서 배웠던 전문교육은 쉐프, 뭐 이런 과정인데, 여기에서 만약에 쉐프로 가려면, 그 길이 너무 험난하잖아요. 경력도 있어야 되고, 해외연수도 갔다 와야 하고, 이런 게 있으니까 하지 않았던 거고, 요리랑 음식이랑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무엇을 넣으면 맛있을까, 바삭바삭 할까, 이런 것은 기초적인 게 들어가야 하니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고려대는 전문가들과 일대일 멘토링을 해 준 거예요. 그래서 도움이 됐어요. 바로바로 내가 뭐가 잘못된지를 도움을 받게 된 거죠. 그래서 거기에서 수정이 가능했고 그거에 대한 경험을 저희한테 다 알려주시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사후관리도 다 해주신다고 했고,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녹취: 현장음]

쌀가루를 입혀 튀긴 바삭바삭한 닭 두 마리가 단돈 9천900원. 다른 가게의 한 마리 가격도 안 되는 값에 두 마리를 먹을 수 있어서 손님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더운 여름에도 뜨거운 기름 앞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 힘들긴 하지만 사장의 꿈을 이룬 요즘 이서연 사장 부부는 신이 납니다. 이서연 사장의 남편인 유재혁 씨입니다.

[녹취: 유재혁, 공동 사장] “바깥이 쌀이라든지, 바삭바삭 한 것. 쌀 통닭이 많이 비싸잖아요. 그것을 저렴하게, 경기가 어려우니까 잘 해보자, 이런 의도가 있죠. 싼 맛에 지나가다 먹었다가 여기 단골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의외로 싼 김에 사갔는데, 맛있어요. 그래서 오실 때마다, 지나갈 때 마다 사가지고 가시고, 그런 경우가 있고. 생각만큼 잘 됐으면 좋겠죠. 생각하는 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겪어 봐야죠. 하루하루 노력하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거고.”

탈북민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어엿한 사업체까지 운영하면서 유재혁 사장은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녹취: 유재혁, 공동 사장] “말투도 있지만, 뭔가 조금 그런 (탈북민이라는)느낌이 오더라고요. 오히려 괜찮았어요. 남을 배려할 줄도 알고, 좀 똑똑해 보이기도 하고. 주위에도 친척분들은, 장가 안 간 친척분들은 (주변 탈북 여성들을) 소개 좀 해주라는 얘기도 해요.”

하지만 아직도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서연 사장 부부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서연 사장은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계속 이어가면서, 사업에도 열심히 임할 예정인데요, 앞으로 2호, 3호점 등 가게를 계속해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이서연 사장입니다.

[녹취: 이서연, 탈북민 창업자] “저의 앞으로의 생활은 계속 통일활동에 참여를 할 것 같고, 만약에 제가 프랜차이즈나, 어떤 영향력이 커진다고 하면, 북한이탈주민들이 자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지는 않더라도, 같이 도우면서 하나의 힘으로 합쳐진다면, 언제 될지 모르는 통일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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