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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최은희 소재 다큐, 9월 23일 미국 개봉


신상옥 감독(오른쪽)과 배우 최은희 씨가 미국 망명 직후인 지난 1986년 5월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북한에 납치됐던 이들은 1986년 3월 오스트리아를 영화 촬영 차 방문했다가, 북한 감시원을 따돌린 후 미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했다. (자료사진)
신상옥 감독(오른쪽)과 배우 최은희 씨가 미국 망명 직후인 지난 1986년 5월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북한에 납치됐던 이들은 1986년 3월 오스트리아를 영화 촬영 차 방문했다가, 북한 감시원을 따돌린 후 미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했다. (자료사진)

북한 당국에 의해 납북됐다 탈출한 한국의 유명 영화감독과 배우인 부인의 이야기를 다룬 기록영화가 다음달 미국에서 개봉합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최은희] “나하고 영화를 하자고, 평생 영화를 하자고 이렇게 저렇게 된 거에요”

1950년대와 60년대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배우 최은희 씨와 그의 남편인 영화감독 신상옥 씨가 북한에 납치됐던 사연이 미국 관객들에게 소개됩니다.

영화배급사 매그놀리아 픽처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기록영화 ‘연인과 독재자’가 다음달 23일 미국에서 개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는 워싱턴과 뉴욕, 필라델피아 등 미국 내 10개 도시 외에 캐나다의 2개 도시에서도 상영될 예정입니다. 또 9월 22일에는 한국, 23일 영국, 24일에는 일본에서도 개봉합니다.

영국감독 로스 애덤과 롭 캐넌이 제작한 94분짜리 기록영화인 ‘연인과 독재자’는 신상옥-최은희 부부의 납북 전후 과정과 북한에서의 생활, 탈북 당시의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 공작원들은 지난 1978년 먼저 최은희 씨를 홍콩에서 납치했습니다. 그 뒤 남편 신상옥 씨도 최은희 씨를 찾기 위해 홍콩에 갔다가 납북됐습니다.

‘연인과 독재자’는 현재 생존해 있는 89살 최은희 씨의 증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최은희 씨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관계를 설명한 부분입니다.

[녹취: 최은희] “개선장군 같은 그런 기분으로 아하하 하고 웃으면서.. 꼭두각시.. 밥 먹으시오 하면 먹어야 되고, 옷 딴 거 입으시오 하면 딴 거 입어야 되는 이런 상황이니깐.”

영화에서는 최은희 씨와 신상옥 감독의 자녀들이 증언하며, 당시 납북 상황을 잘 아는 영화인들과 전직 정보요원도 출연합니다.

하지만 ‘연인과 독재자’의 가장 귀중한 자료는 최은희 씨와 신상옥 씨가 비밀리에 녹음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들이라고 미국의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밝혔습니다.

[녹취: 김정일 국방위원장] “우리 꺼 하고 합쳐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서 서방에 보여주자는 거요. 그래서 내가 신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커요.”

‘버라이어티’는 북한 이외의 지역에 김정일 위원장의 목소리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신상옥-최은희 씨가 겪은 마치 사자의 굴에 있는 것과 같은 위험을 이 녹취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본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문에 으스스함을 오랫동안 느끼게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신상옥-최은희 부부는 납북된 뒤 북한에서 활동하며 영화 17편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1986년 해외촬영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 갔다 그 곳에서 미국대사관으로 극적으로 탈출했습니다.

미국의 연예전문지 ‘헐리우드 리포터’는 신상옥-최은희 씨의 납북이 전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이상하고 기이한 실화라면서, ‘연인과 독재자’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와 개인적 사연을 훌륭하게 설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상옥 감독은 북한을 탈출한 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여러 영화를 제작하다 지난 2006년 세상을 떠났고, 최은희 씨는 한국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록을 내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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