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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잡화 수집 학자 "지상낙원 선전하지만 주민 생활 열악"


북한의 식량배급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입수한 것으로 군데군데 빈 칸이 있어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미야츠카 도시오 제공 사진.

북한의 식량배급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입수한 것으로 군데군데 빈 칸이 있어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미야츠카 도시오 제공 사진.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상은 그들이 사용하는 잡화를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일본의 북한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25년 간 북한 잡화를 수집해 온 이 전문가는 북한은 당국이 선전하는 지상낙원이 전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물건은 거짓말을 안 한다. 쓰레기 통에 진실이 있다.”

일본의 북한전문 연구가인 미야츠카 도시오 씨는 지난 1991년부터 북한 잡화와 쓰레기를 수집하며 북한사회를 연구해왔습니다.

미야츠카 씨는 28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5년 간 북한 생활용품을 분석한 결과 “북한 당국은 북한이 지상의 낙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고 입고 싶어도 입을 옷이 없는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단파라디오. 미야츠카 도시오 제공 사진.

북한의 단파라디오. 미야츠카 도시오 제공 사진.

미야츠카 씨가 지금까지 수집한 5천여 점의 북한 물품들은 대부분 경제난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상 생활용품들이 품질이 매우 떨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미야츠카 도시오] “북한 일상 생활품. 내의 같은 것. 양말이나 팬티나 그런 것. 이런 것을 입수했습니다. 질이 안 좋죠. 치약이나 칫솔도 그렇습니다. 비누도 아무리 해도 거품도 나오지 않고.”

1990년대 중반 입수한 북한의 식량배급표는 ‘고난의 행군’ 시절의 식량난을 잘 보여주고 있어 미야츠카 씨가 아끼는 수집품입니다. 배급표에 쌀과 잡곡 등 종류별로 받은 양이 기록돼 있는데, 군데 군데 빈 칸이 있어 해당 기간에는 배급을 받지 못한 것이 드러났다는 설명입니다.

[녹취:미야츠카 도시오] “쌀 옥수수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쌀은 없고 옥수수만 배급했다던가.”

일본 야마나시 현에 소재한 야마나시가쿠인 대학에서 북한 농업과 경제를 가르쳤던 미야츠카 씨는 식량배급표와 같은 수집품이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소문이 물품들로 증명되면서 실체적 진실로 확인된다는 것입니다.

미야츠카 씨는 1991년 평양을 처음 방문하면서 북한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방문 당시 새벽에 호텔을 몰래 빠져 나와 평양 시내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접한 미야츠카 씨는 이를 통해 북한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후 꾸준히 북한 잡화를 수집해왔습니다.

특히 방문 당시 뒤졌던 북한의 쓰레기 통은 미야츠카 씨가 일본에서 접하던 쓰레기 통과 달랐습니다.

[녹취:미야츠카 도시오] “사실은 북한이 버리는 쓰레기가 많지는 않습니다. 일본이나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쓰레기를 보면 먹다 남은 음식물을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쓰레기 먹다 남은 음식물을 버리는 경우가 없습니다 북한에는. 식량 사정이 안 좋잖아요.”

쓰레기 통마저 북한의 경제난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1991년 방북 당시 전화번호부를 입수하려다 북한 당국에 의해 의심 인물로 지목되면서 이후 방북이 금지된 미야츠카 씨는 북한을 방문하는 대신 북한 사람들과 물건들이 흘러나오는 중국 국경지대로 향했습니다.

지난해 10월을 마지막으로 50 차례 이상 북-중 국경지대를 방문한 미야츠카 씨는 현지에서 조선족을 통해 북한 사람들로부터 물품을 구매한다고 밝혔습니다. 때로는 북한 맥주, 소주, 복권 등 구체적으로 원하는 물품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미야츠카 도시오.

미야츠카 도시오.

미야츠카 씨는 최근 일본 정부가 억류 위험성을 제기해 당분간 북-중 국경지대를 방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을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에 압록강 인근 군사관리지역에서 사진을 찍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되기도 했던 미야츠카 씨는 이런 상황에 살짝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녹취:미야츠카 도시오] “북한에 갔다 온 사람 얘기도 들을 수 있고, 가면 반드시 뭔가 있기는 있는데 당분간 못 갈 것 같다.”

올해 69살의 미야츠카 씨는 대학에서 퇴직한 뒤에도 ‘미야츠카 코리아 연구소’를 운영하며 활발하게 북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일반 일본 시민들을 대상으로 최신 북한 수집물을 공개하는 강연회도 열고 있습니다.

미야츠카 씨는 앞으로도 계속 북한 쓰레기와 물건을 수집해 북한을 연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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