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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군부 '재정 통제' 강화한 듯....당 출신 한광상 군복 차림 등장

  • 최원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29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됐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29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됐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이른바 ‘선군정치’의 상징이자 최고국가기관으로 군림했던 국방위원회가 44년 만에 폐지됐습니다. 대신 국무위원회가 신설되고 군부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가 한층 강화되는 양상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6월29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방위원회를 없애고 국무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국방위원회를 국무위원회로 고친 데 대해서…”

북한의 이번 헌법 개정으로 국방위원회는 4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국방위원회는 지난 1972년 ‘사회주의 헌법’ 제정과 함께 최고지도기관인 중앙인민위원회 산하 5개 위원회 중 하나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 1992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는 중앙인민위원회로부터 독립하면서 확대됐습니다.

이어 북한은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장을 ‘국가의 최고 직책’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위원회는 북한의 최고권력기구로 부상했습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은 집권 기간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노동당보다 국방위원회를 중시했습니다. 김 위원장 자신이 ‘국방위원장’이란 직함을 쓴 것은 물론 ‘군민일치’ ‘총대사상’ ’강성대국’ 등의 구호를 내세우며 국방위원회와 군부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선군정치에 대한 북한의 선전 내용입니다.

[녹취:KCNA] ”위대한 선군사상에 기초한 당과 군대, 인민의 일심단결을 철통같이 다지자.”

그 결과 국방위원회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됐습니다. 군사와 안보는 물론 외교와 경제, 그리고 장마당 검열에 이르기까지 국방위원회는 국내외 거의 모든 사안을 다뤘습니다.

또 국방위원회는 대남정책까지 손을 대 개성공단과 천안함 폭침 사태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2010년 5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박림수 국장의 발표 내용입니다.

[녹취: KCNA] "해군기지를 떠나서 공해를 돌아서 배를 침몰하고 다시 디귿자로 돌아간다는 게 군사 상식으로 이해가 됩니까?”

또 2011년 5월에는 국방위 소속 인사가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청와대 관계자와 비밀접촉을 갖기도 했습니다.

국방위원회에 밀려 뒷전에 있던 노동당은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김정일 위원장 장례식 직후 김정은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KCNA] “김정은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시었습니다.”

김정은을 최고 지도자로 옹립하는데 성공한 노동당은 하나둘씩 군부의 힘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군부의 최고 실세였던 리영호 군총참모장이 2012년 7월 전격적으로 숙청됐습니다.

[녹취:KCNA] ”리영호 동지를 신병관계로 조선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등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북한 군을 총지휘하는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4년 간 무려 6번이나 교체됐습니다. 특히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해 4월 공개 처형됐으며 리영길을 비롯해 북한 군 총참모장 4 명 가운데 3 명이 숙청됐습니다. 아울러 노동당 조직지도부 출신인 황병서를 군부 서열 1위인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해 군부를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군부가 중심이 된 국방위원회가 폐지되고 ‘국무위원회’가 신설된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치구조가 ‘당 우위’를 전제로 한 전통적인 체제로 복귀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전문가인 한국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입니다.

[녹취: 정창현]”선군정치라는 것은 군부에 의한 비상계엄 체제 같은 것이었는데, 이제 비상체제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정상화가 됐기 때문에 과거 김일성 시대의 시스템으로 돌아가서…”

이런 가운데 노동당이 북한 군에 대해 통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최근 공개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평양 인근에 있는 ‘자라 공장’을 시찰했는데, 공개된 사진을 보면 한광상이 인민군 중장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나타난 겁니다. 올해 59살인 한광상은 원래 노동당에서 당 운영 자금을 관리해온 ‘금고지기’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에 대해 정창현 교수는 “노동당이 군부의 재정을 통제한다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군부 내의 국방비 지출 또 군부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군부에 맡겨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의 재정관리를 맡았던 관리를 군부의 재정을 담당하는 자리에 임명해 군의 재정을 효율적으로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북한 군부와 노동당은 그동안 수산사업소와 광산을 비롯한 외화벌이 사업의 관할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암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군부에 대한 당의 우위를 내세우는 것은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결정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명단.

북한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결정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명단.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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