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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참전 잘못된 일' 영국 보고서 발표… 유엔, 미국여성 중국내 억류 비판


영국 이라크 조사위원회 존 칠콧 위원장이 6일 런던에서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영국 이라크 조사위원회 존 칠콧 위원장이 6일 런던에서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에 영국이 참전한 것이 잘못된 일이었다는 보고서가 영국에서 발표됐습니다. 내용 살펴보겠고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닷새 일정의 중국 공식 방문을 소화하기 위해 오늘(6일) 베이징에 도착한 가운데, 베트남계 미국인 판 샌디 판 길리스가 1년 넘게 중국 당국에 구금돼 있는 상황을 유엔 실무위원회가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앞으로 단일 여권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달말 아프리카 연합 정상회의에서 발표될 ‘아프리카 단일 여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영국이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참가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고요?

기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두드러진 위협이 아니었고, 또한 전쟁은 후세인 정권을 무장해제시킬 마지막 수단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난 2003년 영국의 이라크 전쟁 참가가 잘못이었다는 내용의 영국 ‘이라크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위원회가 지난 2009년부터 조사를 시작한지 7년만에 내린 결론입니다.

진행자)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살펴볼까요?

기자) 위원회를 이끌어온 존 칠콧 경은 오늘 보고서를 공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를 평화적으로 군축시킬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 소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을 따라 이라크를 침공하기로 선택했다”고 토니 블레어 당시 행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칠콧 위원장은 이라크전 개전의 주된 명분이었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의혹에 대해서도 “그 같은 확신이 정당화될 수 없었다”고 지적하고, 블레어 정부가 이런 부적절한 참전 근거를 영국 국민에게 제시했다고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영국이 불충분한 이유를 근거로 이라크전쟁에 참가했다는 거군요?

기자) 7년동안 150명의 증언을 들은 뒤 15만건의 문서를 분석해 책 12권과 맞먹는 방대한 분량으로 작성된 이번 보고서는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이 상당한 오류에 기반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됐으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게” 세워진 계획을 통해 실행됐다는 게 주제입니다.

진행자) 전쟁으로 고통을 겪은 이라크 국민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요?

기자) 칠콧 위원장은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미국과 영국의 군사 개입이 “매우 나쁜 길로 빠진 결과” 이라크 국민들이 막대한 고통을 겪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라크 전쟁의 여파는 영국 국민들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줬다고 칠콧 위원장은 지적했는데요, 그는 “이라크전 여파로 테러리스트들의 세력이 커지고, 알-카에다 등이 영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기관의 경고가 있었지만 블레어 총리는 이를 무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블레어 당시 총리와 영국 정부가 이라크전에 나서기 위해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의회와 영국 국민에게 제공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칠콧 위원장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밖에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습니까?

기자)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이라크 침공과 진행과정’에 많은 관심이 쏠려왔고요, 이어서 ‘이라크전이 영국에 미친 영향’ 등에 관한 조사결과가 보고서에 담겨 있습니다. 영국은 2003년 3월부터 2009년까지 이라크전에 참가해 장병 179명이 전사했고요, 이라크전을 주도한 미군은 2013년 철수할 때까지 4천4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라크인 사망자 수는 집계 기준에 따라 최소 1만 명, 많게는 수십 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가 나오게 된 배경을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이번 보고서는 이라크 전쟁 참가를 결정한 토니 블레어 내각이 물러난 뒤 고든 브라운 총리 집권 시기에 참전군인 유가족 등의 요청으로 2009년 이라크조사위원회가 발족된 데따라 나오게 됐습니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이 상당한 시기였는데요. 영국에서는 이라크전 개입이 ‘제2차 중동전쟁’, 다시 말해 수에즈 위기 이후 최악의 외교정책 실패로 간주된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영국 정계에서 공방이 오갔다고요?

기자) 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이라크전 관련 정보수집에 관한 영국정부의 실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지자, 영국 의회를 중심으로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가 이라크전 참가에 대해 사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더 나아가 블레어 전 총리를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 개시 8개월 전에 영국 정부의 어떤 기관과도 공식적인 상의 없이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어떤 일이든 당신과 함께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블레어 당시 총리가 적절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미국의 참전계획에 동참했다는 거군요?

기자) 네. 방금 소개해드린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의 발언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미-영 정상간 서한 내용에서 드러났습니다.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개전 이후인 2004년 2월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정보는 확인했으나 연합군이 증거를 차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보고서에 이름이 거론된 블레어 전 총리,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보고서 발표 직후 즉각 성명을 내 당시의 이라크 전 참전 결정이 정당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당시 있었던 어떠한 실수에 대해서도 예외나 변명 없이 책임지겠다”면서도, “사담 후세인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영국군을 투입하겠다는 결정에 대해 사람들이 찬성하든 반대하든, 영국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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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베트남계 미국인이 중국에 구금돼 있는 상황에 대해 유엔 실무기구가 비판하고 나섰다고요?

기자) 국제 영업 자문가인 56세 베트남계 미국 여성, 판 샌디 판 길리스를 중국 당국이 1년 넘게 구금하고 있는 것은 국제 인권 기준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유엔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위원회’가 최근 지적했습니다. 중국에서 국가 기밀을 절취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체포된 판 길리스는 구금되기까지 적절한 재판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고, 당국에 체포된 이후 필요한 법적인 도움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실무위원회는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이런 지적에 어떤 반응을 내놨나요?

기자)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판 길리스의 모든 권리는 완전히 보장받고 있으며, 합당한 좋은 처우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측은 이어서 유엔이 내부 문제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훙 대변인은 "유엔 실무위원회는 공정하게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중국의 사법 주권을 존중하고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중국에 도착했다고요?

기자) 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오는 일요일(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으로 오늘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반 총장은 내일(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금요일(8일)에는 리커창 총리와 회담이 예정돼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판 길리스 구금 문제를 반 총장이 중국 지도자들과 논의할 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위원회’는 중국 정부가 판 길리스를 즉각 석방하거나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반 총장의 중국방문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중국에 머무는 동안, 앞서 말씀드린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 외에 내일(7일) 별도로 왕이 외교부장과 면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북핵과 남중국해 문제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북핵 현안과 관련해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고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중국 측의 성실한 이행 등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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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프리카 국가들이 앞으로 ‘하나의 여권’을 쓰게 된다고요?

기자) 네. 유럽연합과 비슷한 아프리카 대륙 소속 국가들의 연합체인 ‘아프리카 연합(AU)’이 54개 회원국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아프리카 단일 여권’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프리카 단일 여권은 이달말로 예정된 아프리카 연합 정상회의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인데요, 발표 직후 당장 실행 가능한 국가부터 발급을 시작한 뒤 오는 2018년까지 전 회원국에서 하나의 여권을 쓰도록 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영국의 탈퇴가 결정된 뒤 결합이 흔들리고 있는 유럽연합과 대비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프리카 연합 사무국은 성명을 통해 “사람과 물자, 서비스가 대륙 전체를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상황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밝히고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의 자유무역과 통합, 사회적 개발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아프리카 연합 측이 밝힌 이 같은 내용들은 당초 유럽연합이 내세웠던 결성 취지, 목표와 맞아떨어집니다.

진행자)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일부 국가들 사이에 자유 출입국이 시행되고 있다고요?

기자) 현재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13개 국가에서 서로 비자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정책이 진행중입니다. 아프리카 연합은 역내에서 자유통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왔지만, 일부 지역의 내전 등이 장애물로 작용해왔는데요. 이번 아프리카 단일 여권 발급으로 다시 자유통행 노력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금보다 발전된 연합체를 추진하고 있다고요?

기자) 아프리카 연합은 오는 2063년 완성을 목표로 ‘범 아프리카 통합’을 추진중입니다. 이번 단일 여권 발급이 그 첫 결실인데요. 앞으로 공동 자원개발과 집단 안보체제까지 나아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유럽연합에서 불거진 문제처럼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도 힘있고 잘 사는 나라들이 연합체에서 저개발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문제는 먼저 해결해야 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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