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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대 테러 기구 신설 추진...필리핀 새 대통령 취임 사흘 만에 마약범 30명 사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진 인질 테러 사건 현장에 자국민이 억류된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진 인질 테러 사건 현장에 자국민이 억류된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오종수 기자와 함께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일본 정부가 통합정보기관 설립과 자위대 대테러부대 활동범위 확대를 비롯한 다양한 테러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임 6개월 이내에 모든 범죄를 소탕하겠다”고 공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신임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한 지 사흘 만에 마약사범 30 명을 사살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중국에서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 전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국제 테러조직에 의한 자국민 희생이 잇따르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인 밀집지역 음식점에 무장괴한들이 침입해 인질극을 벌이다 20 명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있었지요. 당시 희생된 20 명 가운데 7명이 일본인이었는데요. 이들의 시신이 오늘 도쿄 하네다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운구됐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즉각 각료회의를 열어 유족 지원과 함께 국제사회와 연계한 테러 근절 노력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건 외에도 최근 일본인들이 국제 테러조직에 의해 희생된 일이 많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2~3 년 사례만 꼽아봐도 상당히 많은 일본인이 테러의 목표가 됐습니다. 2013년 1월 알제리 천연가스 생산시설에서 발생한 인질극 와중에 일본인 10명이 숨졌고요. 지난해 1월에는 언론인 고토 겐지 씨 등 일본인 2 명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ISIL에 납치돼 참수 당했습니다. 또 같은해 3월에는 튀니지 박물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일본인 관광객 3 명이 숨졌고, 10월에는 방글라데시 북부에서 인력거를 타던 일본인이 괴한의 습격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한 고토 겐지 씨가 희생된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시리아로 갔던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 씨도 현재 1년째 실종 상태입니다. 준페이 씨는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계열 ‘알 누스라 전선’에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일본인들의 테러 피해가 많아진 이유가 뭐죠?

기자) 이번 방글라데시 인질극 테러의 경우 비이슬람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테러였기 때문에 일본인이 목표였다고 볼 수 없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일본인이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전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ISIL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한 보복공격을 공언해왔고, 최근 아시아 지역으로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ISIL은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지에 주재하는 일본인을 공격 대상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아베 정부가 집단자위권 확대를 내세우며 국제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도 국제 테러조직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 때문에 근본적인 대테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본에서 높아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일본인들에 대한 테러가 잇따르자 일본 언론은 ‘초비상’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언론들은 이번 방글라데시 테러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 내 국제 테러정보를 전담하는 ‘일본판 CIA (중앙정보국)’창설 방안이 구체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해외정보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서 일본 내 여론이 최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지난해 12월 발족한 외무성 산하 ‘국제 테러정보 수집 전담팀’을 미국 중앙정보국 수준의 규모와 역량을 갖춘 조직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집권 자민당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사토 마사루 전 일본 외무성 주임분석관은 최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테러 대응에 특화된 정보수집 체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일본에서는 힘있는 정보기관을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요?

기자) 일본에서는 군국주의 시절 ‘내각정보국’이 부활할 것을 우려하는 여론 때문에 통합정보기관 설립 시도가 번번히 좌절됐습니다. 한 예로 지난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주도로 대외정보기관 창설을 검토했지만 무산됐습니다.

진행자) 그밖에 어떤 테러대응책이 일본에서 추진되고 있나요?

기자) 유사시 자위대를 해외 일본인 구출작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일본 자위대의 대테러 부대가 해외테러 상황을 가정한 일본인 구출훈련을 반복 실시한 것으로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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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필리핀으로 가보겠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자 마자 마약사범들이 잇따라 사살되고 있다고요?

기자) “취임 후 6개월 안에 모든 범죄를 소탕하겠다”고 공언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30일 공식 취임했는데요, 취임 사흘 만에 수도 마닐라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마약사범 30 명이 사살됐다고 현지 매체 ‘필리핀 스타’가 최근 보도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선 이후 여러 차례 `경찰이 마약사범을 사살해도 좋다'면서, “경찰관이 임무 수행 중에 1천 명을 죽여도 내가 보호해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재판도 없이 용의자들을 현장에서 사살한다는 말인가요?

기자)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사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데 따른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사살된 한 마약 용의자의 부인은 “남편은 수도를 고치는 중이었고, 무장도 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했습니다. 필리핀 인권위원회도 이 같은 상황에 주목해서, ‘초법적인 즉결처형’이 벌어지는 현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각의 비판 여론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지요?

기자) 네. 두테르테 대통령은 “살아있든 죽었든 마약 용의자를 잡기만 하면 최고 500만 페소, 미화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주겠다”며 대대적인 단속과 적극적인 총기 사용을 경찰에 촉구했습니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도 “3개월 안에 마약 거래가 적어도 50% 줄도록 해야 한다”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각 지역 경찰 책임자를 주저 없이 해임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실적을 못내면 해임하겠다는 경고도 소개해주셨는데, 현지 경찰관들도 이런 상황을 반기지 만은 않을 것 같군요?

기자) 필리핀 정부는 전국 경찰관 16만명에 대한 일제 마약 검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소명 기회 없이 즉각 해고됩니다. 또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관 20명은 목숨을 걸어야 되는 무장반군 토벌 작전에 강제 투입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필리핀 정부가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쓰면서, 마약 사범의 자수도 줄을 잇고 있다고요?

기자) 네.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마닐라 등 수도권에서만 마약사범 700 명이 제 발로 사법당국을 찾았고, 북부 이사벨라 주에서도 200 명 넘게 경찰에 자수하는 등 필리핀 전역에서 마약 용의자 자수 사례가 수 천 건에 달한 것으로 현지언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두테르테 대통령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중국에 대화를 제의했다고요?

기자) 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늘 (5일) 필리핀 공군 창설 69주년 행사에 참석해, “필리핀은 전쟁할 여유가 없어서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충돌을 피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에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오는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 (PCA)가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판결을 내놓을 예정인데요. 최근 중국 정부도 “필리핀이 지금이라도 소송을 취하한다면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대화로 이 문제를 푸는 대가로 필리핀 측에 상당한 경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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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중국 정부의 전직 고위 관리가 뇌물 수수로 사법처리 됐군요?

기자) 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격인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링지화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뇌물 수수와 국가기밀 불법 취득,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어제(4일)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톈진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이날 링 부주석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정치권리 종신 박탈과 개인재산 전액 몰수도 함께 판결했습니다. 링 부주석은 이런 판결에 즉시 승복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링 부주석은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링 부주석은 줄곧 중국 정치권력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입니다. 시진핑 체제를 탄생시킨 2012년 말 제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를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중화권 매체들은 링 부주석과 함께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 서기,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신 4인방’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시진핑 체제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기획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습니다. '신 4인방'이란, 과거 중국의 문화혁명을 주도했던 4인방에 빗댄 표현입니다.

진행자) 지금 언급된 인물들은 최근 모두 감옥에 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국의 조사를 받던 중 방광암으로 사망한 쉬 부주석 외에는 잇따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들 ‘신 4인방’의 마지막 인물이었던 링 부주석이 이번에 사법처리됨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권력 기반이 굳건하게 자리를 잡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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