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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최고인민회의는 '거수기 국회'...당 뜻대로 만장일치 결정"

  • 최원기

지난 29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에서 군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화면이다.

지난 29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에서 군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화면이다.

북한은 최근 한국의 국회에 해당되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국무위원장’으로 추대했습니다. 헌법 개정과 경제발전 계획도 논의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노동당의 뜻대로 움직이는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북한 전역에서 모인 687 명의 대의원들은 이날 만장일치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국무위원장’으로 추대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KCNA]”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 되었음을 엄숙히 선포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는 또 헌법을 수정하는 한편 국무위원회 구성과 함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조직 문제를 다뤘습니다.

북한 헌법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는 입법권을 가진 국가의 최고 주권기관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와 한국, 미국의 의회는 전혀 다르다고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말합니다.

[녹취:안찬일]”하늘과 땅 차이인데, 미국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입법권과 모든 것을 대통령과 버금가는 권한을 누리는데,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노동당의 결정 사항을 그저 추인할 뿐..”

우선 미국과 한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당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따라서 각 정당은 선거에서 보다 많은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각자 좋은 공약과 정책을 개발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합니다. 그러면 유권자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해 투표를 합니다.

북한에서도 5 년마다 선거를 실시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선출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노동당 일당체제이기 때문에 공약을 내걸거나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탈북자 출신인 김광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북한은 노동당 일당독재국가입니다. 그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는 대의원 후보는 지역구에 노동당이 정한 1명 밖에는 없고, 주민들은 투표하는 의무 밖에는 없는 겁니다.”

미국과 영국처럼 민주주의가 발전된 나라에서는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을 빼고 의회는 모든 것을 할 수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회의 권한이 막강합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들이 찬성하지 않으면 정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정부 기능이 마비될 수 있습니다. 또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총리나 장관을 임명하기가 힘듭니다.

각종 법안도 국회의원들이 찬성해야 비로소 효력을 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매일 여야 국회의원들이 마주앉아 온갖 사안을 놓고 토론과 절충을 벌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권한이 별로 없고, 대의원이 하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그저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면 평양에 모여 노동당과 지도부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자동적으로 손을 드는 것이 전부입니다.

정부 인사에 대한 인선과 승인도 최고인민회의와는 무관합니다. 최고 지도자가 ‘국무위원장’같은 새로운 직함을 가지려 할 때 최고인민회의는 표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추대'를 하고 박수를 치는 것이 고작입니다. 다시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안찬일]”과거 30년 전에는 국방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했는데, 지금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추대, 박수 치고 끝내는데, 이건 혼자 뛰고 혼자 금메달 받는 셈인데..”

미국에서는 법과 정책을 만드는 입법 활동이 의회의 중요한 일입니다. 지난 6월1일 미 재무부는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지난 2월 미 의회가 자체적으로 통과시킨 대북제재법에 따른 후속 조치였습니다. 미 의회에서 대북제재법을 주도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입니다.

[녹취:로이스 위원장] “It seems to me the most important thing right now is to not give them access.."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흘러 들어가는 현금을 차단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민주국가에서는 권력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등 3개로 나눠져 있어서 의회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들은 장관과 차관 등 행정부 고위 인사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고 정책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따집니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인민위원회는 이런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노동당이 결정하고 최고인민회의는 이를 추인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선출됩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유권자들과 자기 지역구의 이익을 위해 의정활동을 합니다.

반면 북한에서는 노동당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을 임명합니다. 이렇다 보니 최고인민회의는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와 당에 충성하는 당 간부와 군부 장성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시 김광진 연구원입니다.

[녹취: 김광진]”군복 입은 사람들이 많은 것은 군단, 사령부 같은 군 조직이 많아, 당연직이 많기 때문입니다.”

최고인민회의에는 김일성 일가의 친인척도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김정일의 4촌 고모부인 양형섭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고, 지난 2012년에 숙청된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과 그의 부인 김경희도 얼마 전까지 대의원으로 있었습니다. 또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도 최고인민회의장에 등장했습니다. 다시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백두산 줄기, 만경대 가문 이런 것을 신성시하고 대접해야 한다는 문화가 있는데, 족벌끼리 해먹으면 이게 독재고 봉건제인데, 이건 자신들이 민주정치가 아니라 독재정치라는 것을 광고하는 셈이죠”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은 정권의 독재를 합리화 하기 위한 ‘거수기’에 불과할 뿐 입법부로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은 전세계에서 가장 정치적 자유가 없는 나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195개 국가 중 북한은 정치적 자유가 가장 없는 최악의 국가”라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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