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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달러화 현상', 아파트 신축 등 경제활동 촉진 역할"


지난 25일 북한 평양 시내의 백화점 쇼윈도 앞에 시민들이 앉아있다. 쇼윈도 안에는 주방용품과 식기가 전시돼있다.

지난 25일 북한 평양 시내의 백화점 쇼윈도 앞에 시민들이 앉아있다. 쇼윈도 안에는 주방용품과 식기가 전시돼있다.

북한에 축적되고 있는 달러나 위안화 같은 외화들이 북한사회에서 돈을 돌게 해 경제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를 활용해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흡수하려는 새로운 현상도 생겨난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 즉 달러화 현상이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위축돼 있는 북한의 경제활동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북한에서 통용되는 달러와 위안화 등 외화는 안정적인 통화 가치가 보장되는 만큼 경제적 거래의 불확실성을 완화시켜 경제활동을 촉진한다는 겁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8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의 금융 실태와 과제’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북한의 외화가 부분적이지만 돈이 돌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녹취: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특히 시장이 발달하면서 민간의 외화가 축적되고 이것이 내수를 뒷받침하게 되면서 생산활동을 위한 자본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양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김정은 체제 들어 활기를 띠고 있는 아파트 신축을 꼽으며 북한의 외화들이 ‘금고’에서 ‘금융’으로의 전환을 이뤄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교수는 이어 북한 당국이 이 같은 달러화 현상을 활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재정 능력이 약해진 북한 당국이 외화 흡수를 주요한 재정확충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의 외화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외화로 거래되는 시장을 스스로 창출해 외화를 흡수하려 한다는 지적인데, 양 교수는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휴대전화 시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양문수 교수/ 북한대학원대학교]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수영장 같은 각종 레저 시설들이 권력층도 사용하지만 사실 돈 있는 사람이 그냥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일종의 중간층도 사용할 수 있는데 그건 뭐냐, 그건 당연히 국내 떠돌아다니는 외화를 흡수하려는 겁니다. 즉 북한이 한편으로 재정을 확충하고 한편으로는 외화를 중앙에 집중시키려는 과정이라는 경제적 논리가 당연히 있는 것이죠.”

양 교수는 아울러 주로 밀무역과 대외무역 종사자들의 외화 반입, 해외파견 노동자와 해외 주재원, 그리고 중국 거주 친척이나 한국 거주 탈북자들의 송금 등으로 북한 내부에 외화가 축적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동호 한국수출입은행 북한ㆍ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이 28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의 금융 : 실태와 과제' 세미나에서 북한의 경제구조 등에 관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조동호 한국수출입은행 북한ㆍ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이 28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의 금융 : 실태와 과제' 세미나에서 북한의 경제구조 등에 관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금융기관을 신뢰하지 못하고 당국으로부터 자금 수요를 숨기려는 집단이 있어 북한 내 사금융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 사금융시장의 중심에는 북한 관료사회에서 각종 부패구조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권력형 돈주’와 시장화 과정에서 성장한 도매상인이나 자영업자 출신의 ‘자생형 돈주’가 있다면서 현재 이 자생형 돈주들은 화폐개혁 이후 살아난 이들로, 권력층과의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영자 연구위원/ 한국 통일연구원] “사금융시장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이 자생형 돈주들이 권력형 돈주나 권력가들하고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 사금융시장에서는 ‘돈 장사꾼’이라 불리는 환전상이 돈이 필요한 ‘개인’과 돈을 빌려주는 ‘돈주’ 중간에서 모든 돈 거래를 대신 해주고 있다면서 이 같은 체계는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식 ‘콴시 네트워크’와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문성민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장은 지난 2010년 이후 나타난 북한의 시장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에 도소매나 유통의 일부 서비스업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국가와 합작한 건설, 소비재 생산 등으로 확산되는 등 질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 실장은 이 같은 북한 시장화의 질적 변화와 비공식 사금융 확산, 달러화 현상 등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면서 북한경제에 새로운 도약의 단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토론회에 앞서 홍용표 한국 통일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북한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 이뤄진 동독 지역의 재건과 개발을 위한 신속한 금융 조치로 통일 초기의 후유증을 극복했다면서, 한국도 북한의 경제 변화상을 면밀히 관찰한다면 통일 이후의 충격과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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