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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자료사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자료사진)

이번에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얼마 전 이란 정부가 미국이 동결하고 있는 20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돌려달라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세계의 법원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국제분쟁의 해결사인 국제사법재판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입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설립 배경”

국제사법재판소는 영어 이름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의 머리글자를 따서 흔히 ICJ라고 부릅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의 사법기관이었던 '상설국제사법재판소(PICJ)'를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2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3월, PICJ의 한계를 느낀 미국은 새로운 국제사법기구의 창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했고요. 많은 나라가 이에 동의하면서 1945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국제사법재판소가 설립됐습니다.

ICJ는 형식적으로는 유엔에 속해 있는 하나의 기관으로서 예산도 유엔의 정기 예산안에 포함돼 있는데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특수성 때문에 철저히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구성”

국제사법재판소는 재판소장을 포함해 15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재판관의 임기는 9년인데요. 3년에 한 번씩 5명의 재판관이 돌아가며 새로 선출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 나라에서 2명 이상의 재판관이 선출되는 건 금지돼 있고요. 연임은 가능합니다.

국제사법재판소 규정에 의하면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관은 국적에 관계없이 ‘덕망이 높고, 각 국가에서 최고 법관으로 임명되는데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있거나, 또는 국제법에 정통하다고 인정된 법률가'라야 합니다.

재판관은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의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선출되는 방식이고요. 재판관으로 선출된 후에는 어떠한 정치적, 행정적 임무, 또는 전문적 성질을 가진 직업에도 종사할 수 없습니다.

현재 국제사법재판소 소장은 프랑스 국적의 로니 에이브러햄 판사입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역할”

국제사법재판소가 관할하는 것은 국가 간의 분쟁으로, 개인 차원의 문제는 일절 다루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의 인권단체들이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촉구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는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의 기능을 혼동한 것입니다. 전쟁범죄나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이나 국가에 대한 판결은 국제형사재판소가 맡고요.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 간에 법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만 재판을 맡게 됩니다.

[녹취: 태국-캄보디아 분쟁 VOA 보도]

예를 들어 11세기에 지어진 힌두교 사원을 둘러싸고 태국과 캄보디아가 오랜 분쟁을 겪었는데요. 지난 2013년,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로 일단락 지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도 독도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데요. 일본은 몇 년 전부터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요. 또 최근 이란 정부가 미국이 동결하고 있는 자국 자산 20억 달러를 돌려달라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습니다. 이렇게 국제사법재판소는 나라 간 분쟁, 기본적으로 유엔 193개 회원국의 소송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는 강제적 관할권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예외가 아닌 한, 한쪽 당사국의 제소만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과 구속력”

국제사법재판소가 내리는 결정은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 이 구속력은 해당 당사국에만 적용됩니다. 만약 한 쪽 당사국이 재판 결과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른 쪽 당사국은 유엔안보리에 이에 대해 제소할 수 있고요. 안보리는 판결 이행을 권고하거나, 다른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은 1986년부터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사안별로 따르고 있습니다.

분쟁 당사국의 국적을 가진 재판관이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판에 참여할 수 있고요.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성과와 비판”

국제사법재판소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영토, 환경, 인권, 조약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 분쟁을 국제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왔습니다. 특히 냉전이 종식된 후에는 국제사법재판소를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국제법의 원칙과 국제관습법을 확립하고 국제사회의 법치를 강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다룬 소송은 2015년 8월 기준, 총 161건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가 강대국이 주도하는 유엔의 결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영유권 문제는 물론, 환경 문제 등 국가간의 분쟁은 계속 늘어갈 전망인데요. 이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가 보다 판결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갖추고 새로운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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