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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PAA 제니 진 박사] "6.25 유해 발굴, 올해 최대 성과 예상…시간과의 싸움"


6.25참전 미군 유해 감식을 하고 있는 제니 진 박사. (자료사진)

6.25참전 미군 유해 감식을 하고 있는 제니 진 박사. (자료사진)

6.25전쟁에서 숨진 미군의 신원 확인 작업이 올해 수 십 년 만에 최대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DPAA)’의 한국계 미국인 인류학자인 제니 진 박사는 22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올 회계연도에 최초로 30구가 넘는 유해를 가족의 품에 돌려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진 박사로부터 미 국방 당국이 진행하는 미군의 신원 확인 과정과 성과를 들어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원래 208명의 유골이라면서 상자를 넘겨줬었는데 받아봤더니 400구가 넘더라, 그렇게 알고 있거든요. 북한도 정확히 몰랐던 건가요, 그럼?

제니 진 박사) 북한이 208개의 상자를 주면서 한 상자가 한 사람이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정확한 숫자는 아마 몰랐을 것 같고요. 그냥 상자를 주면서 적당히 숫자를 붙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와이에 있는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에서 북한으로 부터 받은 미군 유해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제니 진 K208 팀장.

하와이에 있는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에서 북한으로 부터 받은 미군 유해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제니 진 K208 팀장.

기자) 네. 이렇게 해서 4년 넘게 진행된 이 K208의 성과, 역시 숫자가 말해주죠?

제니 진 박사) 네, 출범 4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제 나름대로 매년 올해는 이만큼 해야겠다 하고 다짐하는 기준 같은 게 생겼어요. 그래서 작년에 29구로 기록을 세웠지만 속으로는 30구를 못 넘겨서 좀 아쉬웠죠. 올 회계연도에 지금 24구까지 신원 확인이 됐는데요. 이대로 가면 확실히 30구는 넘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한 해 최대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회계연도가 아직 3개월 정도 남았기 때문에 기록을 깰 수 있는 건 물론이고, 한 40구 정도 욕심 부려봐도 되지 않을까요?

제니 진 박사) 무리한 욕심은 아니겠죠?

기자) 지금 말씀하신 숫자가 대단한 게요. K208 맡으시기 전에 한 20년 동안 미군 당국이 확인한 6.25 참전 미군 유해가 정확하게 61구로 집계가 되거든요. 결국 20년 걸려 나온 성과를 한 2, 3년 안에 후딱 해치운 걸로 지금 적어도 숫자만 보면 그런데 이런 성과, 진 박사님 때문인가요? 아니라고 하시겠죠?

제니 진 박사) 그렇게 저희가 성과를 많이 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한 세 가지 정도로 추려볼 수 있겠습니다. 제일 먼저 좀 쑥스럽지만 K208팀이 일을 정말 잘 하고요. 열심히 하고, 또 저까지 4명이 있는데 아주 호흡이 잘 맞습니다. 그동안 중구난방 식으로 운영되던 게 2011년 말에 전담 팀이 생기면서 체계를 확보한 게 중요한 이유고요. 또 하나는 DNA 기술이 발달한 걸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희가 DNA 시료를 떼어서 델라웨어에 있는 미국 국방부 유전자감식소로 보내는데요. 그 곳에서 DNA 기술을 발달시키기 위한 연구를 많이 합니다. 그 동안, 너무 옛날 뼈니까 DNA 자체가 추출이 안 되는 뼈가 많았는데 이젠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서 DNA 추출 확률이 높아졌고요. 그걸 통해서 신원 확인이 많이 나가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는 6.25 참전용사 같은 경우는 본인의 DNA 샘플이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뼈에서 DNA가 나오더라도 그걸 누군가와 맞춰봐서 그 사람의 신원을 확인해야 되는데요. 그러려면 가족의 DNA 샘플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미군에서 20년 넘게 열심히 해 왔는데요.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기자) 네. 6.25 참전 미군의 유해를 식별하는 프로젝트가 K208 말고 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지금 계신 곳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관련 작업들, 소개 좀 해 주시죠.

제니 진 박사) 6.25 참전 실종자를 확인하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이 있는데요. 저희 K208이 가장 큰 프로젝트고 K208에서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에 저희가 북한에 들어가서 발굴해서 나온 유해들을 다루는 JRO라는 작은 프로젝트가 저희 K208 프로젝트 안에 있고요. 언론에서 저희가 계속 발굴해 온 유해가 229구라고 얘기하는 데요. 그건 정확한 숫자는 아닙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다 보니까 아마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숫자가 굳어진 것 같은데요. 정확히 몇 구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틀린 숫자는 아니고요. 한 200여구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또 하나는 여기 하와이에 있는 펀치볼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는 한국전 무명용사 묘가 한 700개 정도 있는데요. 거기 안장돼 있는 분들을 다시 개장해서 저희가 뼈를 가지고 신원 확인을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자) 예, 그런데 미군 유해를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지금 말씀하신 대로 받았을 텐데 한 사람 뼈가 여기저기 섞여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요?

제니 진 박사) 예, 일단 저희가 1990년에서 1994년 사이에 받은 208개의 상자에도 유해가 많이 섞여 있었습니다. 북한이 한 상자가 한 사람이다, 이렇게 주장했는데, 한 20년 지났잖아요. 지금 DNA 결과를 보니까 한 상자에 평균 4명이 들어가 있는 걸로 밝혀졌습니다. 그것도 섞여 있어서 그걸 제대로 분류해 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요. 그것보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든 게 저희가 직접 북한에 들어가서 발굴해서 가지고 나온 유해입니다. 왜냐하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저희가 발굴해서 나왔는데요. 그 때 발굴해서 가지고 나온 유해들 하고 그 전에 K208에서 돌려받은 유해들 하고 같은 사람인 경우가 확인이 됐어요. 그 말은 북한이 K208 유해를 돌려주면서 다 주지 않고 일부를 가지고 있다가 마치 저희가 발굴해서 가지고 나온 것처럼 하기 위해서 다시 묻어둔 거죠.

기자) 웃지 못할 얘긴데, 북한이 왜 그렇게 미리 유해를 파놓은 거죠, 그러면?

제니 진 박사) 유해 상태를 보고 추정을 해 보건데, 유해는 전쟁 이후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북한이) 이미 유해를 다시 파서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렇게 보관하고 있다가 1990년대 초에 일부를 저희에게 돌려줬고요. 그런데 그걸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줬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북한 측에서 우리가 방금 “발굴”한 유해를 돌려주는 거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저희 측에서 그럼 우리가 들어가서 발굴하겠다, 이렇게 답을 하니까 할 수 없이 가지고 있던 유해들을 이곳 저곳에 가져다 묻은 걸로 추정됩니다.

기자) 미리 발굴해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뭔가 대가를 나중에 유해를 돌려주면서 받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을까요?

제니 진 박사) 그랬을 수도 있겠죠.

기자) 네. 그렇게 해서 한 사람 뼈가 다른 사람 뼈처럼 K208이라든지 JRO와 같은 전혀 다른 프로젝트에 섞여 있는 경우가 있을 텐데, 글쎄요, 그걸 신원 확인하는 과정이 상상이 잘 안 가는데요.

제니 진 박사) 북한에서 한 상자에 담을 때도 그렇고 다른 곳에 가져다 묻을 때도 그렇고 나름대로 굉장히 신경을 써서 이게 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도록 묻었어요. 그래서 그냥 외관으로만 봐서는 한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DNA를 웬만하면 모든 뼈에서 다 떼는 거고요. 일단 그렇게 해서 들어온 DNA 결과를 가지고, 그 이후 여러 가지 추가 작업을 해서 이게 한 사람이다 하고 판명이 납니다. 짧게는 한 6개월 정도 걸리고요. 길게는 여러 해 걸릴 수도 있어요.

기자) 예, 신원 확인 작업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알 것 같습니다. 진 박사께서 이번에 실종 미군 유해 숫자를 계산하는 방식을 60년 만에 일원화 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정부 부처마다 조금씩 다른 숫자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자로서 기사를 쓸 때도 어떤 게 맞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데요. 그걸 다시 정리하신 건가요?

제니 진 박사) 네, 사실 여러 가지 숫자들이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까 저도 헷갈려서 안 되겠다, 이걸 정확한 숫자로 만들어봐야겠다, 생각을 해서요. 지금까지 실종 상태에 있는 미군, 그리고 또 신원 확인이 된 미군의 자료를 모두 한꺼번에 모았습니다. 그 분들의 가족 시료는 어떤 게 있나, 이런 모든 것을 한데 모아서요, 저희 팀 4명이 한 넉 달 걸려서 이걸 하나로 통합을 한 거죠. 그런데 숫자들이 그렇게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느 기점을 신원 확인이 됐다고 보느냐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여서요. 이 방법이 틀렸다, 어떤 게 맞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기자) 300구, 400구, 이렇게 말은 쉽게 합니다만, 이게 사실 끝이 없는 작업입니다. 앞으로 감식 작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어떤 전략, 또 계획 갖고 계십니까?

제니 진 박사) 저희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특히 한국전이 발발한 지 60년이 넘었고 실종된 군인을 가장 찾고 싶어하는 사람은 부모, 형제 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벌써 돌아가신 상태이고 형제, 자매들도 이제 여든이 넘으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요. 그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신원 확인을 해서 유해를 그 분들 품으로 돌려드리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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