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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비세 인상 논란


일본 도쿄의 전자제품 매장. (자료사진)
일본 도쿄의 전자제품 매장.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이달 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또 한차례 연기했습니다. 그러자 일본 안에서는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이 결국 실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일본의 소비세 인상이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아베 신조 총리 기자회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세 인상 시기를 오는 2019년 10월로 또 다시 연기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아베 정부는 지난해 8월에도 원래 계획했던 소비세 인상 시점을 2017년 4월로 이미 한차례 연기했었습니다.

"혹 소비세가 뭔가" 하실 분도 있을 텐데요. 북한에서도 장마당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 당국에 세금을 내죠? 소비세는 간단히 말해 처음부터 아예 상품에 세금을 매겨놓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소비세를 5%로 정해놓았으면 100원짜리 물건이 소비자들에게는 105원에 판매됩니다. 소비자들은 자동적으로 5원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죠.

현재 일본의 소비세는 8%인데요.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이를 오는 2019년에 10%로 올리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두 번째 인상을 연기하면서, 이른바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이 지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부자 나라, 흔들리는 경제”

한 때 일본은 전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로 손꼽혔습니다. 막대한 무역 수지 흑자와 높은 경제 성장률이 재정을 탄탄하게 받혀주면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재정 모범국이었는데요. 하지만 주식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불황이 불어 닥치자 일본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라빚이 눈덩이처럼 불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야 할 인구는 급격히 줄어든 반면, 노인들을 위한 복지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는 것도 나라빚이 늘어난 요인입니다. 일본은 또 지난 20여 년간 한 번도 세금 인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쓸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은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일본은 전 세계에서 국가 채무, 나라빚이 가장 많은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

2012년 말에 출범한 아베 정부는 시중에 돈을 풀고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경기 부양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라고 하는 건데요. 지난 20여 년간 위축돼 있던 일본의 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기본적인 재정수지적자를 해소하고, 흑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는데요. 당초 아베 정권은 경기 부양책을 펼치면서, 경기가 활성화되고 서민들의 경제가 안정되면 20년간 동결돼 있던 소비세를 인상해 세수를 늘려 정부 재정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번 졸라맨 일본 소비자들의 허리띠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고요. 경기회복의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엔화의 가치가 다시 오르는 추세를 보이면서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세 인상 연기 논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쨌든 세금을 많이 내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닐 텐데요. 일본 정부가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는 게, 왜 논란이 되는 걸까 의아해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그건 바로 소비세를 인상해도 좋을 만큼 일본의 경제가 지금 안정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아베노믹스의 실패, 더 나아가 아베 정권의 실정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막대한 돈을 시장에 풀었는데도 경제가 그만큼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아베 정권은 지난 2014년 5%에서 8%로 소비세를 처음 인상한 후, 2015년 10월에 10%로 올린다는 계획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를 한차례 연기한 후 이번에 또 다시 연기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 증세를 전제로, 엄청난 규모의 사회보장지출 등을 계획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소비세 인상을 다시 연기함에 따라 이런 정책 변경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아베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결국 실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분석 ”

일본의 소비세 인상 연기로 일본의 재정 신인도가 한층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인 무디스사와 피치사는 소비세 인상 연기 조치에 따라 일본의 국가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화 약속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앞으로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사는 지금 상황에서 소비세를 인상하면 일본 경제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소비세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참의원 선거, 일본 국민의 심판”

일본은 오는 7월 10일 의회의 상원 격인 참의원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요. 이번 선거에서는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됩니다. 6월 초부터 본격적인 지원 유세에 들어간 아베 총리는 이제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최근 일본 교도 통신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28%인데 반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62%에 달했는데요. 과연 일본 국민이 오는 참의원 선거 때 아베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어떤 심판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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