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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당 여종업원들 자발적 탈북 여부 한국서 첫 재판


21일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법상 구제 청구 소송을 마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채희준(왼쪽), 천낙붕 변호사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21일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법상 구제 청구 소송을 마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채희준(왼쪽), 천낙붕 변호사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탈출해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여종업원들의 자진 입국 여부 등을 가리기 위한 첫 재판이 오늘 (21일) 열렸지만, 종업원들이 출석하지 않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탈북자를 상대로 한 이례적 재판이라는 점에서 향후 판결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을 집단 탈출해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여종업원 12 명의 자진 탈북 여부와 이들을 한국 정부의 보호시설에 수용하는 게 타당한지를 가리는 첫 재판이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비공개로 열렸습니다.

국가정보원은 그러나 첫 재판에 이들 종업원들의 대리인만 출석시켰습니다.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종업원들이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이들의 출석이 북한 가족들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향후 재판에도 이들의 출석은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21일 기자들을 만나 이들이 법정에서 자발적으로 한국 행을 택했다고 진술할 경우 북한 가족들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송을 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변은 그러나 이번 심리가 비공개로 열려 공개재판의 원칙에 어긋난 데다 녹음과 속기도 불허됐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습니다.

법원 측은 심리가 이렇다 할 진전이 없이 끝남에 따라 추가 심리 없이 향후 최종 결정을 바로 내릴지 아니면 기일을 정해 다시 심문할지 등에 대해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재판은 한국의 변호사단체인 ‘민변’이 이들 종업원들의 자진 탈북 여부 등을 따져보자며 이들에 대한 인신보호 구제심사를 청구해 이뤄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이 사건을 한국 정보 당국에 의한 유인 납치극이라며 선전공세를 펴 왔고 한국사회 일각에선 종업원들이 보호시설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돌면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한국의 인신보호법에 따르면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국가나 민간이 운영하는 보호 또는 수용 시설 등에 감금된 사람은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법정대리인 등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구제 청구가 가능합니다.

민변은 소송을 내기에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에 종업원들과의 접견을 신청했지만 국가정보원이 이를 거부하자 중국 칭화대 정모 교수를 통해 북한에 있는 종업원들 가족들의 위임장을 받아 법원에 인신 구제를 청구했습니다. 채희준 민변 통일위원회 위원장입니다.

[녹취: 채희준 위원장 / 민변 통일위원회] “피수용자들이 반드시 법정에 나와서 자유로운 의사로 자기의 본의를 밝혀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런 민변의 청구를 받아들여 국가정보원에 출석명령소환장을 보냈습니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전례 없는 재판이 열리게 된 겁니다.

한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탈북 종업원들이 구제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20일 정례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정부는 ‘탈북민들이 그들의 자유의사에 의해서 입국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 정착을 위해서 적법한 보호 과정에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인신구제 청구가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민변은 당사자들의 말을 직접 듣지 않고 사건을 판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종업원들의 출석을 거듭 요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가정보원은 이들 종업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보호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이 아닌 현재 수용돼 있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한국사회 적응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이 이들이 집단 탈북한 점과 북한이 선전공세를 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호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는 보통 70 일 동안 국가정보원 산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머문 뒤 통일부 산하 하나원에서 12주 동안 한국사회 정착을 위한 교육을 받게 되지만 이들의 경우 국가정보원의 보호 결정으로 북한이탈주민센터 체류 기간이 길게는 6개월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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