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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중국인들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한꺼번에 사들이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인류가 조개껍질이나 농작물을 화폐로 쓰던 시대에 이어,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공식 화폐를 교환 수단으로 사용하는 현재를 지나, 손으로 만질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컴퓨터 코드를 미래의 화폐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공간에서 거래하는 화폐, 비트코인에 대해 알아봅니다. 오종수 기자입니다.

[녹취: 비트코인 관련 뉴스]

비트코인 관련 뉴스를 들으셨는데요.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먼저 온라인에서 사용되는 ‘가상화폐’의 개념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이용자들이 많이 몰리는 인터넷 사이트들은 저마다 그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 돈을 주고받게 해놨습니다. 특정한 인터넷 사이트 이름 뒤에 현금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캐시’를 붙여, ‘무슨 무슨 캐시’ 하는 식으로 명명된 가상의 돈을 유통하고 있는 사이트들은 이미 많습니다. 이런 가상의 돈이 온라인 서비스 안에서 영상을 시청하거나, 음악을 내려받거나 할 때 쓰는 교환수단으로 사용되는 거죠. 이런 종류를 모두 통틀어 온라인 가상화폐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비트코인은 한발 더 나아가, 식당이나 옷가게 등 온라인 세상 밖의 실제 생활에서도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어서 캐내는 돈, 비트코인"

지금 우리가 실생활에서 주고받는 돈은 보통 중앙은행이 있어서, 발행과 유통 과정을 통제하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중국의 인민은행, 한국의 한국은행 등은 각각 달러와 위안, 원화를 얼마나 찍을지 정하고 유통량을 조절합니다.

비트코인은 이런 기구가 없는 대신, 누구나 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무한정 컴퓨터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찍어낼 수 있다면, 돈으로서 가치를 유지할 수 없을뿐더러, 유통질서를 해치게 되겠죠. 그래서 비트코인은 전체 양이 2천100만 비트코인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한도를 광산업에 빗대 ‘매장량’이라고 표현하고요, 비트코인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캐낸다’, 혹은 ‘채굴한다’고 말합니다. 각자 ‘지갑 (wallet)’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을 자신의 컴퓨터에 내려받아 계좌를 열고, 그 계좌에 비트코인을 채우게 됩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어떻게 캐낼 수 있는 걸까요? 성능 좋은 컴퓨터로 수학 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을 대가로 얻게 됩니다. 비트코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풀어야 하는 수학 문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종의 암호 풀기인데, 일반 개인용 컴퓨터 한 대로 보통 5 년이 걸려야 답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캐는 전용 수학 문제 풀이 컴퓨터 프로그램은 물론, 함께 힘을 모아 비트코인을 캐자는 모임도 있습니다.

“거래소 통해 현실에서 주고받는 가상화폐”

고성능 컴퓨터로 수학 문제를 풀어야만 얻을 수 있는 돈이라고 하니까, 비트코인은 전문가들만 가질 수 있고, 전문가들만 거래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사실은 이렇게 비트코인을 전문적으로 ‘캐내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고, 이들이 채굴한 비트코인은 나라별로 운영되고 있는 거래소를 통해 사고팔게 됩니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국가별 주식시장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 한국을 비롯해 경제 규모가 큰 나라에는 주식중개인이나 외환 거래인 같은 ‘비트코인 딜러’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앞서 비트코인의 전체 ‘매장량’이 2천100만 비트코인이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채굴이 많아지면서 매장량이 한계에 다다르면 양이 감소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비트코인은 4년에 한 번 신규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채굴 반감기를 맞는데요. 비트코인 거래가 처음 시작된 2008년 10분에 50비트씩 발행된 비트코인은 4년 뒤인 2012년 11월 25비트로 깎였고, 다시 4년째를 맞는 다음달 두 번째 반감기를 맞아 12.5비트로 감소합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15일 현재 미국 시장에서 1비트코인은 681달러 50센트에 살 수 있는데요, 2주일 전보다 무려 40%가량 뛰어오른 가격입니다. 이틀전에는 무려 71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최근 비트코인을 사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미국에서보다 약 8% 정도 가격을 더 쳐줘야 살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실생활 이용”

거래소에서 딜러들을 통해 오가는 화폐라고 하니, 아직은 실생활과 먼 얘기처럼 들리지요. 하지만 벌써 이 비트코인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디시 (Dish), 타이거디렉트 등 전자제품 관련 업체들은 물론이고, 미국의 생활용품 유통업체인 오버스탁과 여행업체인 익스피디아 등에서 온라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미주 지역에서는 식당이나 커피가게, 술집에서도 이 비트코인을 받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비트코인을 충전해 다니면서 필요할 때 쓸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계좌에서 비트코인을 꺼내 스마트폰에 담을 수 있는 현금입출금기(ATM)도 지난 6월 현재 미국 전역에 168곳, 캐나다에 83곳을 포함해서 세계 각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미국의 CNN 방송은 벌써 2년 전 ‘비트코인으로 하루 살아보기’ 체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체험에 나선 ‘CNN’ 기자는 당시만 해도 비트코인을 받는 업소가 많지 않아 다소 불편을 겪기도 했지만, 택시를 타고, 술집에서 값을 치르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도 최근 비트코인을 받는 커피 가게가 문을 열었는데요.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남미에서 은행을 통하지 않고 결제가 가능한 비트코인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장점”

아직 비트코인의 대중화 정도는 기존 화폐 사용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존 은행을 통하면 며칠씩 걸리곤 하는 국제송금이 단 30분 만에 이뤄지는 등 이 가상화폐의 장점은 갈수록 많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해 미국으로 송금하면,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 가치로 실시간 변환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은행을 통하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돈이라는 점이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앞으로 더 많은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요인입니다. 이미 송금이나 결제 분야에서는 기존 화폐를 이용한 서비스인 웨스턴유니온이나 페이팔, 스퀘어 등과 비슷한 규모인 2억8천만 달러의 하루 결제대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발생 요인”

재무 분야에서 전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인 네덜란드의 헤르만 뮬더 니엔로드 경영대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 생명과학 등 신기술 발전과 함께 비트코인을 비롯한 비전통적 금융거래 수단의 발달을 인류의 제4차 산업혁명 발생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만큼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자화폐의 확산은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요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의 인기에 힘입어서 ‘라이트코인(Litecoin)’이나 ‘대시(Dash)’ 같은 비슷한 성격의 전자화폐가 670여 종이나 등장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최초의 디지털 통화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 비중이 90%를 넘습니다. 비트코인 이외 사용량이 미미한 전자· 가상화폐들은 점차 소멸돼서 시장 정리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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