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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 핵무장론' 비난…전문가들 "적반하장식 주장"


한국 집권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 집권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북한 핵에 맞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한국 내 일부 주장에 대해 북한 군 수뇌부가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적반하장식 주장이라며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불거진 것은 올해 초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연이어 감행한 이후였습니다.

지난 2월 당시 한국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였던 원유철 의원 등이 나서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지할 수 없다며 핵무장론을 공식석상에서 제기했습니다.

[녹취: 원유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에 맞서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핵무장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미국과의 동맹관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달 초 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 재확인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 대국에 대한 야망을 거듭 드러내면서 한국 내 핵무장론은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수 년 내 북한의 핵무기가 수 십 개로 늘어나고 잠수함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배치할 경우 한국으로선 북 핵 위협이 눈 앞의 현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런 한국 내 핵무장론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9일 담화를 내 북한 고위 당국자로서 처음 한국 핵무장론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담화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대결에 광분하다 못해 요즘은 북 핵에 대응한 핵 무장화까지 들고 나오는 것이 남조선 괴뢰들이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자위적 핵 억제력을 명분으로 핵 개발을 하고 있는 북한이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한국이 핵무장을 결정하면 북한의 200 배 이상의 핵무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한국의 핵무장이 가져 올 자신들의 핵 우위 붕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남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멀리 있는 미국의 핵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남한의 핵이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 본토는 더욱 안전해지고 북한의 대미협상력은 현저하게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북한이 한국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을 거론하는 것은 것은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한국의 핵무장론이 본격화할 경우 미-한-일 동맹 등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겉으론 핵 무장론을 비난하면서도 내심 이를 반기는 측면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북한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압박을 위한 국제 공조체제를 와해시키는 측면, 나아가서 자신들의 비핵화에 대한 논의 자체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 즉, 비핵화 논의 자체가 한반도 문제에서 사라지는 이런 상황들을 내다보면서 나름대로 이것을 즐기고 있을 가능성도 상당히 우려됩니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월 한국이 핵무기를 갖게 될 경우 정세를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들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시킬 명분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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