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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북한, 리수용 방중 통해 핵 강압외교…대화국면 전환 어려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면담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면담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최근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병진 노선’을 거듭 천명한 것은 핵 보유국 지위에 맞는 대외관계 재 구축의 일환인 것으로 한국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은 상당 기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 정상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교환함으로써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중 관계 개선 조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 때 김정은 위원장에게 취임 축전을 보내면서 이미 예고됐습니다.

양국 간 ‘당 대 당 외교’의 일환으로 이뤄진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은 북-중 간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한국 외교가의 분석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 국면에서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절실하고, 중국으로선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정세를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중국은 그러나 핵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북한이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경제-핵 병진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당 대회에서 천명한 핵 보유국 지위에 맞는 대외관계 재 구축의 일환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입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만약 제재망을 우회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면 병진 노선을 강조하는 표현은 톤 다운했을 것이고 이미 당대회에서 병진노선을 천명한 만큼 굳이 중국의 앞마당까지 들어가 시진핑의 면전에서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이는 ‘공화국의 핵 보유 의지가 굳건하고 이것은 우방인 중국도 막지 못한다’는 핵 강압외교의 결기를 보여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리수용 방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권위를 중국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당 대회에서 결정한 핵 보유국 지위를 대외적으로 확고히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리 부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핵 보유 의지를 천명했을 뿐만 아니라 리 부위원장 일행의 방중 당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이 리 부위원장을 만난 것은 동아시아를 둘러싼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구도에서 북한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한국 세종연구소 이성현 박사입니다.

[녹취: 이성현 박사] “중국의 관점에서 북한은 중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전략적 체스 게임을 미국과 벌이는데 경우에 따라선 유용하고 혹은 거래도 가능한 일종의 지정학 카드인 셈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리수용의 방중은 최근 미국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체스게임, 베트남을 둘러싼 친구 뺏기 등으로 날이 선 중국이 핵실험 이후 소홀해진 북한이라는 사회주의 ‘식구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의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과 리 부위원장의 회동은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는 동참하면서도 북한과의 관계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입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국제사회의 제재에는 동참하지만 그렇다고 북-중 관계의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이 이번 시진핑 주석과 리 부위원장의 회동에서 나타난 의미있는 메시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재 국면과 북-중 관계의 우호, 신뢰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로서 분리해서 접근한다는 것이 이번 리수용 방중을 통해 확인된 중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이번 회동에서 핵 문제는 중국에게 그리 큰 이슈가 아니었을 수 있다며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 시진핑 주석과 리 부위원장의 회동을 계기로 대북 제재 분위기가 흐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이 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인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보인다는 점에서 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국은 다만 후속 고위급 교류를 통해 탐색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우선하는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달 13일 민화협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박종철 통일연구원 박사입니다.

[녹취: 박종철 박사] “중국은 대화 국면을 조성하고 출구로 제시한 비핵화-평화협정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병행론을 통해 6자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하고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기와 조건을 탐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병행 추진을 주장해왔습니다.

이는 미국과 한국의 선 비핵화 입장과 북한의 평화협정 우선 주장을 절충한 것으로, 북 핵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비핵화 거부’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전술적 유연성’을 통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법으로 중국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리 부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관계 복원’의 발판을 마련한 북-중 양국이 향후 미국과 한국 등의 행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시기를 전략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입니다.

[녹취: 박병광 실장]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복원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5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얼마나 자제할 것이냐가 관건이고 다음 달 북-중 동맹조약 체결 55주년과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는 정전기념일을 맞아 중국 측에서 고위급 인사를 파견한다면 북-중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고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죠.”

미-중 간 기싸움이 고조될 경우 북-중 양국이 북한의 핵 동결을 전제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 핵 문제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불협화음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으로, 남중국해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등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고조될 경우 북한과 중국은 서로를 더욱 필요로 할 것이라고 박병광 실장은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핵 보유 의지를 천명하며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에 맞는 대외관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북한이 향후 핵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핵 강압외교를 구사하며 비핵화 노력 동참을 요구해온 중국에 대해서도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중재안인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론에 대해 지난 4 월 12 일 외무성 담화에 이어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을 통해서도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전한 메시지가 ‘구두 친서’에 그친 것으로 볼 때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중국이 기대하는 수준의 선물을 줄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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