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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주일미군재배치 논란


일본 오키나와 섬 미군 주둔지의 입구 앞에서 주민들이 미군의 일본여성 성폭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일본 오키나와 섬 미군 주둔지의 입구 앞에서 주민들이 미군의 일본여성 성폭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군 군무원이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오키나와에 집중돼 있는 미군 기지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재배치 논란 살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녹취: 미군기지 반대 시위 현장음 ]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는 뚝 떨어진 최남단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이 작은 섬이 연일 시끄럽습니다. 바로 미군 기지 반대 시위 때문인데요.

[녹취: 일본여성]”we can not allow it to happen, I hate war. This base is connected to war…”

이 젊은 일본 여성은 전쟁을 혐오하기 때문에 군기지가 오키나와에 있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녹취: 일본 남성] “ Okinawa people are not completely against the military, this is what I want to be..”

이 일본 남성은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 기지 주둔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일미군기지의 약 75%가 현재 오키나와에 밀집돼 있습니다. 특히 주일 미 해병대의 경우 13곳의 기지가 오키나와에 있습니다.

“오키나와에 미군 기지가 들어선 배경”

오키나와에 미군 기지가 유난히 많은 건 제2차 세계대전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패전국 일본은 미국의 군정 통치에 들어갔는데요. 1952년 미국 등 연합군과 일본간에 맺은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따라 미국은 전략적 요충지인 오키나와는 남겨두고 일본에 대한 군정 통치를 끝내기로 합니다. 이후 오키나와 섬 곳곳에 크고 작은 미군 기지들을 세운 겁니다.

오키나와는 1950년대 한국전쟁과 1960년대 베트남 전쟁 시기에 미군의 후방 기지 역할을 하는 등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 전초 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수난의 역사를 가진 섬 오키나와”

오키나와가 일본 영토가 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길지 않습니다. 17세기까지는 ‘류큐 왕국’으로 불리면서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다가 1879년 일본에 합병되면서 오키나와 현이 된 건데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때 오키나와를 마지막 방어선으로 삼고 이 곳에서 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당시 10만 명이 넘는 오키나와 주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20년 넘게 미 군정의 통치를 받다가 1971년에야 일본에 반환됐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오키나와 주민들은 지금도 본토 일본으로부터 차별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또 일본 정부가 미군에게 오키나와를 넘겨줬다는 피해 의식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아예 일본으로부터 독립해 미군 기지를 모두 철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점점 거세지는 미군 기지 반대 목소리”

오키나와 현은 1971년 일본에 반환됐지만 미 군정 통치 기간에 설치된 미군 기지는 대부분 지금까지도 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이착륙하는 헬기 소음 문제나 추락 사고, 미군 관련 범죄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돼 왔습니다.

특히 지난 1995년 미군 3명이 10대 소녀를 집단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던져줬고요. 최근에도 미 군무원이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후 시신을 유기한 사건, 음주 운전 사고 등 미군이 연루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미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또 오키나와 섬 곳곳에 들어선 기지가 오키나와의 자연과 경제, 문화 등을 파괴하고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난처한 일본 정부”

1996년 미국과 일본은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 병력의 상당수를 이전 또는 재배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새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했지만 각 지방자치정부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2012년에 들어선 아베 신조 정부는 인구 밀집지역에 미군 기지가 있어서 생기는 문제들이라며 남부 후텐마 미 해병대 기지를 오키나와 북동쪽 바닷가인 헤노코로 옮기는 계획을 추진했는데요.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오키나와에서 오키나와로 이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정부는 헤노코 일대에 활주로 건설 등 미군 기지 이전을 위한 매립공사를 진행 중인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또다시 오키나와 주둔 미군이 연루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 입장이 난처해 지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새로운 동맹관계를 꿈꾸고 있는 아베 정부는 주일미군기지를 미일동맹관계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현 의회 선거, 주민들의 목소리 반영하다“

최근 일본 오키나와 현 의회 선거에서 미군 기지의 현 내 이전을 반대하는 세력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일본 정부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녹취: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 현 지사]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 지사가 이번 선거 결과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오나가 지사는 전임 지사가 승인한 매립공사 허가를 취소하는 등 미군 기지의 현 내 이전에 반대하면서 아베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인데요. 이번 오키나와 현 의회 선거에서 오나가 지사 지지파들이 대거 선출됨에 따라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 논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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