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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관, 파키스탄서 주류밀매 최소 10건 적발


주류 밀매로 물의를 일으킨 강성군 파키스탄 카라치 주재 북한 무역참사(왼쪽)와 고학철 북한 무역참사부 3서가 지난해 5월 27일 카라치에서 주류 운반에 이용했던 외교관 차량.
주류 밀매로 물의를 일으킨 강성군 파키스탄 카라치 주재 북한 무역참사(왼쪽)와 고학철 북한 무역참사부 3서가 지난해 5월 27일 카라치에서 주류 운반에 이용했던 외교관 차량.

파키스탄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지난 7년 동안 술을 몰래 팔다 적발된 사례가 적어도 10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를 무대로 벌어져온 북한 외교관들의 주류 밀매와 적발 사례를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카라치 세관이 북한 외교관들의 면세물품이 담긴 컨테이너를 처음 압류한 건 지난 2009년 8월1일 입니다.

전달 북한의 주류 밀매 실태가 현지 언론에 보도되자 파키스탄 당국이 해당 외교관들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지시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당시 이슬라마바드에 주재하던 리용환 북한대사에게도 ‘경고’가 통보됐습니다.

카라치에는 북한의 무역참사부와 산하기관인 해사대표부, 보험대표부가 주재하고 있으며, 7명의 외교관들이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슬라마바드의 북한대사관 소속 관리들까지 합하면 파키스탄에는 모두 14명의 북한 외교관들이 주재 중입니다.

이들은 분기당 7천8백 리터, 1년에 3만1천 리터까지 주류를 구입할 수 있지만 끊임없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의 주류 밀매는 첫 적발 이후 넉 달도 안돼 다시 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됐습니다. 2009년 11월22일 카라치 북한 무역참사부 인근에서 차량으로 주류를 옮기다 검문에 걸려 위스키 385병을 압수당한 겁니다.

북한의 주류 밀매에 관여한 파키스탄 소식통은 6일 ‘VOA’에 당시 강성군 북한 무역참사부 3등 서기관이 세관 당국에 2만4천 달러 상당의 현금과 압수 위스키의 절반을 제공하는 선에서 사건을 무마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닷새 뒤인 11월27일 북한 공관에서 주류를 구입한 뒤 나오던 현지인 차량이 검문을 당해 위스키, 보드카, 포도주 각각 3상자씩 총 9상자를 압수당했습니다.

앞서의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들이 이 시기부터 컨테이너를 통째로 공관 내부로 들여오는 방식 대신 브로커 소유 트럭 혹은 66-44 번호판이 달린 공관 차량 (일제 검은색 프라도)을 이용해 가급적 심야 시간대나 주말에 주류를 운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트럭 아랫 부분에 위스키를 싣고 그 위에 생수 박스를 적재하는 식으로 감시를 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2011년 8월 2일에는 노주식 북한 무역참사가 카라치 길거리에서 주류를 팔다 경고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어 10월 8일 카라치주재 북한 해사대표부를 방문한 현지인이 몰고 나온 차량에서 다량의 주류가 발견되면서 북한이 현지 공관을 주류 보관과 판매처로 활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의 조직적인 불법 주류밀매의 실체는 2013년 집중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해 3월 14일 북한 무역참사부와 해사대표부 관리들이 카라치의 대규모 주택단지 DHA (Defense Housing Authority)에서 각지로 술을 공급하다 적발됐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의 주류 밀매를 목격한 현지 주민들이 DHA 주택관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불법 행위가 공개된 겁니다.

당시 파키스탄 소식통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공관과 숙소를 주류보관소로, 외교관 차량을 배달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주요 고객인 현지 민간인들과 식당, 외국인 학교에 근무하는 외국인 등에게 술을 공급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의 주류 밀매 규모가 카라치 내 주류 공급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파키스탄의 암시장에서는 면세로 35달러 수준인 조니워커 위스키 1병, 20 달러 수준인 하이네켄 맥주 1상자가 각각 70달러와 150달러 선에 거래돼 북한 외교관들은 몇 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사건을 접수한 카라치 DHA 주거관리청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북한 공관이 아닌 한국대사관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DHA 주거관리청은 곧바로 현지 공관 대표인 노주식 무역참사의 추방을 파키스탄 외무부에 건의했지만 노 참사는 이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예정된 임기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의 주류 밀매는 넉 달 뒤인 2013년 7월 이틀 연속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됐습니다. 15일에는 북한 해사대표부 앞에서, 다음날인 16일에는 보험대표부 앞에서 주류를 적재한 현지인 차량이 잇달아 적발된 겁니다.

이어 2015년 4월 1일 북한 해사대표부 정윤민 경제 1등 서기관이 부인과 함께 DHA 주택단지 길거리에서 주류를 팔다 체포됐습니다. ‘시바스 리걸’ 위스키를 포함한 주류 밀매가 노상에서 이뤄지는 것을 발견한 목격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서기관 부부는 그러나 외교관 면책특권에 의해 기소되지 않고 풀려났습니다.

이후 두 달도 채 안 된 5월 27일에는 북한 외교관이 구매 한도를 훨씬 넘는 주류를 구입하다 현장에서 연행됐습니다.

북한 무역참사부 고학철 3등 서기관은 이날 카라치의 ‘제네럴 본드’ 면세점에서 양주와 보드카 등을 산 뒤 ‘CC-66-06’ 번호판이 부착된 외교관 차량에 싣고 가다 파키스탄 세무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고 서기관은 이후 상관인 강성군 북한 무역참사와 함께 세무당국 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오히려 세무경찰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무경찰이 외교관 면책특권을 인정한 ‘빈협약’을 위반하고 외교관을 체포, 폭행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강성군 무역참사는 앞서 2009년 11월22일 외교관 차량을 이용한 주류 밀매로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입니다.

2014년 무역참사로 카라치에 재부임한 강 참사의 불법 행위는 지난달 파키스탄 통관.무역 전문매체 ‘커스텀뉴스’의 보도로 다시 한번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강 참사는 지난 4월 29일 아랍에미리트 샤르자에서 파키스탄주재 북한대사관 앞으로 구매한도의 2배 가까운 855상자의 주류를 반입하려다 현지 세관에 적발됐다고 파키스탄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강성군 참사와 고학철 서기관은 거듭된 불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추방 등 제재를 받지 않은 채 카라치에 주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파키스탄주재 북한 외교관들의 주류 밀매와 관련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불법 행위에 연루된 북한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게 유엔 회원국들의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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