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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강조하는 '이란식 북 핵 해법'…강력한 제재와 공조로 합의 유도


지난해 7월 이란과 주요 6개국의 핵 협상이 최종 타결된 가운데, 참가국 외교장관과 유럽연합 고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해 7월 이란과 주요 6개국의 핵 협상이 최종 타결된 가운데, 참가국 외교장관과 유럽연합 고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최근 북 핵 문제 해법으로 이란식 접근을 강조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강력한 금융제재와 국제 공조가 이란 핵 합의를 이끈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이란식 접근의 실체와 미 정부가 이를 강조하는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누가 이란식 접근에 대해 언급한 건가요?

기자) 미국 외교의 사령탑인 존 케리 국무장관입니다. 케리 장관은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연설에서 미국이 앞으로 이란 핵 문제를 모범으로 삼아 북 핵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도 똑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녹취: 로즈 부보좌관] "we believe the Iran case proves this to be effective, that we work…"

로즈 부보좌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 연설에서 백악관은 이란식 제재가 입증된 것으로 믿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에도 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식 접근”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기자)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공조가 협상을 이끌어 이란 핵 문제가 지난해 타결된 것처럼 북한에도 이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P5+1 즉,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그리고 유럽의 강대국인 독일은 지난해 7월 이란과 핵 관련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에 서명해 13년을 끌어온 이란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습니다.

진행자) 이란식 해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게 경제제재였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경제제재가 협상 타결을 이끄는 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미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탄탄하게 공조를 유지하고 다른 나라들과 함께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가한 게 효과를 거뒀다는 겁니다.

진행자) 당시 어떤 제재가 있었습니까?

기자) 이란 경제의 중심축인 원유 수출을 차단한 게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미 의회가 2011년 12월 31일 이란의 원유 수출을 대폭 제한하는 내용을 국방수권법에 포함시켜 채택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이에 서명했습니다. 이 법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에 대해 미국이 금융제재를 가하도록 의무화한 게 핵심입니다. 이란과 교역하는 나라들에 대해 이른바 `2차 제재' (Secondary boycott)를 가하겠다고 경고하자 관련 교역국들이 원유 수입을 끊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했던 거죠.

진행자) 당시 이란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나요?

기자) 원유 수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현금 유입이 막히자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했습니다. 원유가 이란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국내총생산 (GDP)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 재무부는 이미 2011년 발효된 통합이란제재법 (CESADA)에 따라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들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란의 돈줄이 전방위로 차단된 거죠.

진행자) 올해 초부터 시작된 대북 압박 움직임과 흐름이 비슷한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의회가 지난 2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한 대북제재 이행법안 (North Korea Sanctions and Policy Enhancement Act of 2016)을 채택한 뒤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근거해 추가 행정명령을 발표했죠. 미 재무부는 이에 따라 대북 제재를 강화했고 지난 1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해 이란처럼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 마련에 착수했으니까 순서가 매우 비슷합니다.

진행자) 다시 이란 제재로 돌아가서요. 당시 유엔 안보리와 유럽연합도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유엔 안보리는 이미 2006년부터 이란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모든 물품에 대해 금수 조치를 결의했습니다. 이어 2007년에는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모든 금융 지원 금지, 이란을 오가는 선박 중 금지 물품 선적이 의심되는 배들에 대한 검색을 의무화하는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이후 2010년까지 모두 4개의 대 이란 제재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이 역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채택 수순과 비슷합니다. 유럽연합도 지난 2010년 모든 회원국들에 이란과의 교역과 금융, 에너지, 교통, 비자 발급 금지와 자산 동결을 포함하는 통합 추가 제재를 시행했고 2012년 7월부터는 미국과 공조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제재 수위가 대폭 강화된 2012년이 전환점이 된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원유 수출이 차단돼 돈줄이 막히자 이란의 환율은 솟구쳤고 구매력은 바닥을 쳤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무려 30% 중반을 기록했고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11년 7천500 달러 수준에서 이듬해 5천500 달러로 2천 달러나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중산층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됐고 내부에서 개방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는 2013년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압승을 견인하는 동력이 됐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런 분위기를 기반으로 취임 석 달 뒤 핵 협상 재개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2년 동안 협상이 지속된 뒤 지난해 역사적인 핵 합의에 성공한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란과 북한의 상황이 많이 달라서 대북 제재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런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란과 달리 지난 7차 당 대회를 통해 핵 보유국을 선언하고 항구적으로 핵무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란은 핵실험을 안 했지만 북한은 네 차례나 했습니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 (NPT)회원국으로 남았지만 북한은 탈퇴했죠. 게다가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를 정권 생존과 체제 보존의 수단으로 삼고 있어서 핵무기 포기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란은 협상 당시 제재 해제와 고립 탈피가 목표였지만 북한은 평화협정, 미-한 군사훈련 중단, 세계 비핵화까지 거론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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