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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해외 떠도는 북한의 '로열패밀리'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형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째 아들 김정남. 지난 2010년 6월 마카오에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할 당시 사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형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째 아들 김정남. 지난 2010년 6월 마카오에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할 당시 사진.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최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모 고용숙의 미국 망명 생활이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보도됐죠. 그러면서 해외에 머물고 있는 김정은 일가의 친인척들에게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해외에 떠도는 북한의 이른바 ‘로열 패밀리’들은 누가 있을까요? 또 이들은 왜 북한을 떠나게 됐을까요? 박형주 기자가 자세히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형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째 아들 김정남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2014년 9월입니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한 호텔에서 한 여성과 식사를 하러 가던 모습이 한국 언론에 포착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국정운영 등 북한 상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김정남은 ‘잘 모른다’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고모부 장석택의 숙청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김정남의 행적이 국제사회에 처음 알려진 건 지난 2001년. 가짜 여권으로 일본에 들어 가려다 일본 당국에 적발된 겁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첫 여인인 성혜림 사이에서 첫째로 태어난 김정남은 그 일 이후로 아버지의 눈 밖에 났고, 결국 후계구도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면서 홍콩과 마카오 등을 떠도는 신세가 됐습니다.

2010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는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고모부 장성택이 숙청되고, 고모인 김경희마저 거취가 불확실해지면서 김정남 또한 외부와의 노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입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북한 체재를 비판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사항입니다.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남 또한 신변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김정은 역시 대외 노출을 삼가라는 메시지를 보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를 전전하던 김정남이 프랑스에 나타난 것은 아들 김한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한솔은 2013년 9월부터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장성택이 처형된 직후인 그해 12월에는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로 프랑스 경찰의 밀착 경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이 한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2012년 10월 보스니아의 국제학교인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 재학 시절 김한솔은 핀란드 방송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한솔은 인터뷰에서 할아버지인 김정일이나 삼촌인 김정은을 만나본 적은 없으며, 그들이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 세계평화를 위한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습니다.

[방송 인터뷰 cut]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은 김정남과 달리 평양에 살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해외를 드나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민영방송 TBS는 지난해 5월 김정철로 추정되는 인물이 영국의 유명 가수 에릭 클랩턴의 공연장에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뒤 김정철의 동향이 처음으로 알려진 겁니다. 에릭 크랩턴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철은 2011년에는 싱가포르에서, 또 2006년에는 독일에서 에릭 클랩턴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복 형 김정남이 일찌감치 권력 승계 경쟁에서 물러난 것과는 달리, 김정철은 동생 김정은과 함께 마지막 내정단계까지 경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형인 김정철이 경쟁에서 밀려난 것은 건강과 기질상의 이유 등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친형인 김정철이 더 이상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이복 형인 김정남과는 다르게 대우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다시 남성욱 교수입니다.

[녹취:남성욱 교수] “김정은에게 김정남과 김정철은 확연히 다릅니다. 김정남은 이복 형제이지만, 김정철은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운명 공동체 같은 존재입니다. 김정남은 끝임 없이 기회가 있으면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할 겁니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권력 경쟁에서 밀려나 해외에서 사실상 ‘유배생활’을 하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아들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체코 주재 북한 대사도 그 중 한 명입니다. 김평일은 김일성 주석과 그의 두 번째 부인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 군 요직을 지내며 한 때 김 주석의 후계자로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이 ‘만경대 혈통’을 강조하며 김정일을 후계자로 결정하면서 ‘곁가지’김평일은 해외로 보내졌습니다.

1988년 헝가리 주재 대사로 임명된 뒤 불가리아, 핀란드, 폴란드 대사를 거쳐 지금은 체코 대사를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평일은 외국 대사관 행사 참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개활동은 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씨 일가의 여인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 행을 택한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 성혜림, 김정남의 친모입니다. 영화 ‘분계선 마을’ 등으로 유명한 영화배우였던 성혜림은 당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과장이었던 김정일의 눈에 띄어 1969년부터 그와 동거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2년 뒤 김정남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특히 김정일이 1970년대 중반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 출신인 고영희와 동거에 들어가자 이듬해 모스크바 행을 택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지내는 동안 성혜림은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조카 이한영이 한국으로 망명했고, 자신과 함께 지내던 언니 성혜랑도 1996년 서방세계로 망명했습니다.

1997년 한국에 있던 조카 이한영은 북한 공작원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아들 김정남 역시 이후 후계 구도에서 배제되고 맙니다. 30여년 동안 모스크바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던 성혜림은 2002년 5월 삶을 마감합니다.

가장 최근 해외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로열 패밀리’는 고용숙입니다. 고용숙은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의 여동생입니다. 지난달 27일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김정은의 어린 시절을 자세히 전하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는 과거 스위스에서 어린 김정철, 김정은 형제를 돌봤습니다. 그러다 1998년 외교관 출신인 남편과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탈북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한국 법원에 소승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망명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된 겁니다.

고용희는 당시 한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망명을 한 것은 권력의 비정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암에 걸린 고용희를 치료할 길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미국에 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권력에 위협이 될만한 사람들은 당국이 적극적으로 제거하거나 관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권력 구도에서 배제되거나, 이로 인해 위협을 느끼는 이들이 스스로 북한을 등지고 해외행을 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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